'던전앤파이터' 한 작품이 이룬 성과…'승자의 저주' 극복하고 나아가길

얼마전 게임업계는 네오플이 단일 기업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물론 놀라움과 부러움이 섞여있는 반응이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이 1조 1495억원, 영업이익 1조 636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은 92.53%에 달했다. 영업이익률이 90%를 넘어섰다는 것은 세계를 통틀어 봐도 찾기 힘든 기록이다. 더군다나 국내 게임기업이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했다는 것은 가히 상상하기 힘들다.

자동차나 가전, 반도체 등 제조업의 경우 영업이익률 10%를 넘기는 것도 힘들다고 한다. 재료비와 인건비가 막대하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게임은 한번 완성하면 10년이 넘도록, 같은 작품으로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다. 연간 수 차례 업데이트만 하면 된다. 재료비가 안 들어가고 인건비도 크게 절감된다. 그렇기 때문에 90%가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다 한다.

그러나 아무리 재료비가 안 들고 인건비를 절약한다 해도 영업이익률 90%를 넘기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어떻게 이처럼 불가능한 일이 가능하게 됐을까. 네오플의 매출 대부분은 ‘던전 앤 파이터’라는 액션게임에서 나온다. 그것도 국내 보다는 중국에서 발생한다. 한 작품의 수출을 통해 매출 1조1495원과 영업이익 1조636억원을 거둬들인 것이다.

그런데, ‘던파’라는 이 작품은 이미 2005년에 만들어진 '올드보이'라는 것이 더 충격적이다. 무려 13년 된 게임이 아직도 1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또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이 얼마나 거대한 것인지도 실감하게 된다.

네오플의 영업이익 1조 소식을 접했을 때 처음엔 놀라움과 부러럽다는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이건 뭔가 잘못된 거 아닌가’하는 생각에 까지 미치게 됐다. 그 이유는 너무 과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래서 차분히 분석을 해 봤다. 네오플이 잘 한 것은 무엇이고 잘못한 것은 무엇일까. 잘한 점은10년 이상 롱런 할 수 있는 글로벌 히트작을 만들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럼 잘못한 것은 성공에 안주해 새로운 히트 작품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 잘되고 있다 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하고 늘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도, 현대자동차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네오플이 ‘던파’ 이후 시장에 내놓은 작품은 2011년 론칭한 ‘싸이퍼즈’ 한 작품 정도다. 물론 이 작품의 성적 역시 그리 나쁘지 않다. 그러나  7년 가까이 신작 론칭이 없다. 내부적으로는 참신한 작품을 만들고 있을 것이라 짐작되지만 아직 드러난 것이 없다는 점은 아쉬울 수 밖에 없다. 너무 큰 성공에 취해서 안이해 진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게임기업 가운데  매출 2조원을 넘긴 기업은 현재 넷마블과 넥슨 등 2개사 정도다. 이 두 기업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지 못한다. 그 뒤를 잇는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1조원의 매출을 넘어섰지만 영업이익은 5850억원에 그쳤다.

네오플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영업이익률도 33% 수준이다. 그런데 게임업계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엔씨소프트가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미래를 봐도 더 발전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왜냐하면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무게중심을 이동하는 데 성공했을 뿐 아니라 지금도 다방면에서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네오플도 뭔가 업계를 위해서, 그리고 자신들을 위해 과감히 투자하고 도전하고 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너무 크게 성공한 기업이나 사람이 그 성공에 안주할 경우 결국엔 뒤쳐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오랜 기업 역사를 통해 증명된 사실이다.

업계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한 네오플의 성과를 폄하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진심으로 축하하고 기뻐할 일이다. 다만 지금의 성공과 축복이 보다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되짚어 보는 것이다. 네오블의 새로운 도전과 웅대한 꿈을 업계와 함께 지켜 보고 싶다.

[더게임스 김병억 뉴스2 에디터 bekim@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