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 새롭게 주목 받는 기술(중)] 크로스 플레이…상용화 단계 진입 업체간 협력 논의

PC와 콘솔, 모바일에서 똑같은 게임을 즐기며, 멀티플레이도 상호 연결할 수 있는 '크로스 플레이' 기술이 속속 상용화되고 있다. 사진은 크로스 플레이 기능을 구현한 캡콤의 대전격투 게임 ‘스트리트파이터5'.

그동안 PC와 콘솔, 모바일 등 같은 플랫폼에서 게임에 접속해야 친구와 함게 플레이를 즐길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게임업체들은 같은 타이틀이라도 각 플랫폼 별로 게임을 따로 출시하고, 운영 및 업데이트도 별도로 실시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이런 형식이 ‘크로스 플레이’ 기술의 발전으로 하나 둘 허물어지고 있다. 게임 개발사와 플랫폼 업체간의 계약으로 실현되지 못하거나, 플랫폼 간 하드웨어 성능 차이로 불가능했던 크로스 플레이가 이제는 일상화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크로스 플레이는 플랫폼에 구애 받지 않고 유저가 동일한 게임을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는 기술을 지칭하는 말이다.

즉, A라는 게임을 PC와 콘솔, 모바일에서 똑같이 즐기며, 멀티플레이도 상호 연결돼 플랫폼의 구분 없이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완전히 같은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게임을 만든다 하더라도 게임을 구동시키는 운영체제에 따라 전혀 다른 프로그램으로 인식돼 크로스 플레이가 불가능했다. 게임을 구성하는 소스와 구조, 법칙 등이 플랫폼 별로 모두 동일하다 하더라도 게임을 구동시키는 운영체계가 다르면 연결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 닌텐도 등 콘솔업체들 최초 시도

이런 시스템적인 이슈로 인해 크로스 플레이는 서로 다른 업체의 플랫폼들보다는 같은 업체가 담당하고 있는 플랫폼을 통해 시도돼 왔다. 하지만 같은 업체의 플랫폼이더라도 기기 별로 연산 처리 시스템이 달라 원활한 상호 연결 플레이는 2000년 대 중반 이후에나 하나 둘 사례가 등장하는 데 그쳤다.

크로스 플레이를 처음 시도한 업체는 닌텐도와 소니 등 콘솔업체들이었다. 닌텐도는 ‘게임보이’용 게임에 대한 지원을 ‘닌텐도DS’까지 되도록 하드웨어를 만들어 크로스 플레이의 기초적인 틀을 만드는 듯 했다. 하지만 이 게임들은 싱글 플레이에 한정됐다. 소니 역시 ‘플레이스테이션3’와 ‘PS4’ ‘PS비타’ 간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기 위해 여러 타이틀을 선보였지만 세이브 데이터 연동 선에서 그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나마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최근까지 ‘X박스 플레이 애니웨어’ 기능을 통해 ‘윈도’ OS 기반 게임들의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콘솔기기인 ‘X박스원’을 사용하는 유저는 언제든 자신의 PC에서 동일한 게임을 같은 진행상황에서 플레이 할 수 있고, PC와 콘솔 유저간 멀티플레이도 가능한 것이다.

여기에 모바일 플랫폼은 크로스 플레이 자체를 언급하기 힘들 정도로 과거에는 기술 적용이 어려웠다. 휴대전화 제조사 별로 OS가 달라 같은 판권의 게임이라도 사실상 별개의 게임으로 인식됐으며, 멀티플레이의 경우 비싼 통신비를 이유로 시도조차 되지 못했다.

그나마 ‘피쳐폰’이 ‘터치폰’으로, 그리고 ‘터치폰’이 ‘스마트폰’으로 발전하면서 중구난방이었던 모바일 OS가 iOS와 안드로이드로 정리돼 크로스 플레이에 대한 가능성이 마련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모바일 게임 역시 스마트폰 초기에는 크로스 플레이보다는 다른 플랫폼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미니 게임 형식이 대부분이었다. 상호 데이터 연동이 불가능하고 스마트폰의 초기 하드웨어 사양이 너무 낮아서 콘솔 및 PC 플랫폼의 인터페이스와 호환되기 어려웠다.

# 모바일 사양 높아지며 가능해져

이처럼 한계를 보였던 모바일 플랫폼이 새롭게 크로스 플레이의 주축이 될 수 있었던 건 역시 하드웨어의 비약적인 발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 시장에 유통됐던 스마트폰의 경우 대형 디스플레이에 비해 CPU와 램 모두 아쉬운 성능을 보여주며 게임 플랫폼으로써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 시장에서 주력 모델로 평가받고 있는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의 경우 어지간한 저사양 노트북보다 높은 사양으로 구성돼 있어 크로스 플레이를 위한 기본적인 조건을 충족시킨 것이다.

여기에 크로스 플레이가 운영체계에 상관없이 클라이언트 차원에서 데이터 연동 및 처리가 가능하게 됐다는 점 역시 모바일로 플랫폼을 확장시킬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 각 플랫폼별로 동일한 데이터와 연산 시스템을 활용, 게임 파일을 주고받을 수 있게 돼 자연스럽게 크로스 플레이 기술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캐주얼 게임이나 퍼즐 게임이 유행하던 때부터 시도돼 왔다. 웹 환경에서 페이스북 게임을 즐기던 유저들은 모바일 환경에서 자신의 게임을 이어서 플레이 할 수 있기를 희망했고, 이런 니즈가 자연스럽게 크로스 플레이 기술 개발로 이어진 것이다.

또 타 플랫폼에 비해 자유로운 접근과 시스템 환경 역시 크로스 플레이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플랫폼 개발사와 추가적인 협의를 해야 하는 콘솔 기기와 달리 PC와 모바일 플랫폼의 경우 시스템만 구축된다면 개발사가 원하는 형태로 게임 연결 및 구동이 가능하다는 점이 자연스럽게 모바일 게임을 새로운 크로스 플레이 플랫폼으로 자리 잡게 했다.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가 가장 대표적인 크로스 플레이의 예인데, 게임 엔진을 이 회사가 직접 개발했고 PC와 모바일을 연결한 이후 추가적인 협의를 통해 PS4 등 콘솔 기기와의 크로스 플레이를 연동시킨 것이다.

# 남은 과제는 콘솔업체간 협력

크로스 플레이의 기술의 발전은 오픈 플랫폼인 PC와 모바일뿐만 아니라 콘솔 분야로도 확대되고 있다. 콘솔 게임 시장도 ‘PS4’와 ‘X박스원X’ ‘닌텐도 스위치’로 대표되는 8세대까지 이이지면서 하드웨어적인 한계를 극복했기 때문에 업체의 의지에 따라 크로스 플레이 적용이가능해 졌다.

실제로 콘솔 게임 시장은 현재도 특정 게임기에서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독점 타이틀, 기간 한정 독점 등과 같은 요소가 세일즈 포인트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크로스 플레이 기술이 외부적인 요소로 인해 적용되기 힘든 상황이다. 이미 기술적으로는 서버 하나에 여러 플랫폼이 접속해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된 바 있다. 몇몇 멀티플레이 게임의 버그나 서버 오류로 인해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콘솔게임의 크로스 플레이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콘솔 플랫폼의 크로스 플레이 기술을 적용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캡콤의 대전격투 게임 ‘스트리트파이터5’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시리즈 최초로 PC 플랫폼과 PS4 유저간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면서 지난 2016년 2월 론칭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유저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물론 PC와 ‘PS4’간 크로스 플레이를 위해 ‘X박스’ 플랫폼으로의 게임 발매는 포기해야 했지만, 다른 플랫폼 유저간 멀티플레이를 공식으로 지원하면서 다른 게임들도 충분히 크로스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선례를 남겼다.

업계에서도 콘솔 플랫폼의 크로스 플레이는 기술적으로 이미 상용화 단계에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 등 하드웨어 제조사간의 협약만 이루어진다면 여러 장르에서 크로스 플레이가 적용된 게임을 빠르게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닌텐도와 같이 단 하나의 콘솔기기로만 출시하는 게임은 크로스 플레이를 기대할 수 없지만, 대전격투 게임이나 레이싱, FPS 게임 들은 업체 별 협의만 된다면 패치 작업을 통해 실시간 연계 플레이가 가능하다”면서 “게임 시장이 플랫폼간 경쟁 이후 ‘홈 엔터테인먼트’라는 교집합으로 모이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크로스 플레이 기술은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게임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