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클릭수에만 매달리는 정서…그래서 게임계엔 역사와 기록이 없다

최근 화제의 뉴스는 김 병관 의원(더불어민주당)의 게임의 문화 예술 영역에 대한 언급이었다. 그는 며칠전 게임 관련 대학 협의체 모임에서 게임이 문화 예술의 장르로서 인정받아야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문화예술 진흥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이 문제에 대해 그가 꾸준히 관심을 갖고 언급해 왔다는 점에서 신선도 측면에서는 다소 떨어지는 얘기라 할 수 있겠으나, 이날 가진 모임 성격상 비교적 의미있는 발언으로 여겨졌는지 주요 게임지들은 이를 비중있게 다뤄 보도하는 모습었다. 

업계의 숙원 사업 중 하나가 게임이 문화예술 장르로서 평가되고 다뤄지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문화예술 진흥법은 올해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본다. 미국과 일본은 우리보다 한참을 앞서 관계 법령을 개정해 게임을 문화예술의 한 장르로서 인정하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대중 문화 환경은 그렇지가 못한 형편이다. 게임산업이 변방으로 불리는 결정적인 배경이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문화예술 진흥법이다. 게임에 대해 여전히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며 문호를 개방치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반 게임적 기류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과연 이를 제도권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본지 통계 자료에 따르면 김 의원의 인터뷰 기사는 그 기사의 비중과 파급성과는 관계없이 '많이 읽은 기사' 가운데 바닥을 맴돌았고, 방문객 수의 빈도 역시 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이런 기사에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김 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지난달 30일 주총에서 3년 임기의 대표로 재선임됐다. 이에따라 김 대표는 창업 이후 지금까지 무려 20여년 간 단 한차례도 이선으로 물러난 적이 없는 최장수 현역 대표가 됐다. 대박이 나거나 기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되면 하나같이 이사회 의장이란 타이틀 뒤로 숨어 버리는 일부 기업 대표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에따라 그는 현장을 지키는 몇 안되는 벤처 창업자이자, 기업 경영인이란 기록을 남기게 됐다.

이는 기업 소사 뿐 아니라, 게임 역사에도 기록될 일이다. 이같은 소식은  일부 종합신문 및 종합 경제지, 그리고 게임지에 소개됐다. 하지만 그 내용은 단신으로 간단히 처리됐을 뿐이다. 유일하게 더게임스는 김 대표 연임 소식을 자세히 소개했다. 그의 기록을 역사적 가치를 두고 해석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김 병관 의원 기사와 마찬가지로 이 기사는 많이 읽은 기사 순위 뿐 아니라 방문자 순위에서도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올 2분기 시작을 앞두고 업계에 가장 핫한 기사로 떠오른 것은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규정하고, 이를 위한 새로운 코드(ICD-11)를 곧 제정하겠다는 국제 보건기구(WHO)의 질병코드 등재 방침 소식이었다.

뒤늦게 WHO측에서 코드 변경을 위한 총회 상정 방침을 1년 연기키로 해 업계의 숨통이 트이긴 했으나, 내용 그대로라면 매우 충격적인 내용이자 펙트임엔 분명했다. 더욱이 내수보다는 수출에 주력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이 새로운 코드 등장이 게임 수출 환경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 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게임계의 반응은 의외로 차분했다. 이처럼 중차대한 일이 내외신에서 쏟아지고 있음에도 불구, 게임계의 상당수 관계자들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온했다. 넉넉한 품성이거나, 아니면  그렇게 될 리가 있겠느냐는 반신반의적인 반응으로, 여유를 부린 탓으로도 생각할 수 있겠으나 분명한 것은 그 것이 당장 내 사업과 무슨 연관성이 있느냐는, 모래알 같은 업계 이기주의가 작용했음이 확실했다. 이는 게임 산업은 어디로 굴러 가든지 오로지 나만 배부르고 무사하면 된다는 식인데, 이게 과연 될 법한 일이던가.

이에 대해 일각에선 뉴스의 정확도 및 기사 가치 판단에 있어 다소 무리가 있거나, 매체의 영향력이 한마디로 '시원찮기 때문'에 그런 반응이 나오는게 아니냐는 반문도 할 수 있겠다. 솔직히, 아니라고도 할 수 없겠지만, 꼭 그렇다고도 말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같은 날, 같은 시각, 산업 기사가 아닌 유명 게임들의 기사 리뷰 및 각종 게임 팁에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클릭 수 및 방문객 수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게임의 흥행성은 곧 게임의 생명력이다. 이보다 중요한 일이 없다. 하지만 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산업의 토양이자 기반이 되는 인프라다. 이것이 잘못되면 게임도, 게임인도 존립할 수 없고 살아남을 수 없다. 문제는 제도권의 시각과 너무 다른 쏠림 현상이 게임계엔 너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제도권에서는 게임의 질과 양도 평가하지만, 산업계의 문화와 정서를 다양한 각도에서 평가하고 측정한다. 이를테면 제도권에선 이를 토대로 그 산업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하고 언급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게임계는 오직 유저들의 클릭 수만 들여다 보며, 그 것에 맹종하고 있다.

더게임스에 대해 클릭 수가 어느 정도 나오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국내 최고의 포털에서도 같은 질문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솔직히 안 나온다고 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안 나오더라도, 산업계의 약이 된다면 그런 기사만 더 양산해 담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인터뷰 기사가 나와도, 산업계에 당면한 문제를 언급한 탐사 보도가 나와도, 그냥 밋밋하게 반응하는 산업계를 위해 그런 기사를 더 악착같이 만들어 쓸 것이라고 했다.

클릭 수를 늘리고 방문객을 늘리는 방법을 모른다면 그건 바보다. 그 일처럼 쉬운 것은 없다. 그러나 이를  마다하고 굳이 또 다른 길을 걷고자 하는 것은 유저 반응도 못지않게, 산업계의 토양을 조성하고 게임계의 역사를 바로 쓰는 일 역시 중요하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대한민국 게임인이라면 이같은 마이너리티에 의해 지탱되고 있는 게임 산업계의 목소리를 이성적으로 냉철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제도권과 게임계의 정서는 더 멀어질 수 밖에 없다. 지금 게임계의 모습은 유저들의 반향만이 모아져 제도권에 투영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젠 게임 역사에도 기록에도 관심을 갖을 때가 되지 않았던가.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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