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계가 7월부터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 문제로 깊은 시름에 잠긴 모습이다. 정부와 노동계의 강력한 실천 의지에 따라  근로 시간 단축제의 시행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게임계를 비롯한 문화산업계의 근무 환경은 크게 개선될 수 있겠지만, 상당수가 벤처, 영세 기업들이라는 점에서 인력 운용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게임계에는 ‘크런치모드’라는 관행이 있다. 새 작품을 론칭하기 앞서 수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일을 한다는 뜻이다. 근로 환경으로만 보면 아주 열악한 조건이다. 이 같은 관행이 노동계 입장에서 보면 매우 부정적이지만, 개발사 및 제작사의 입장에선  작품을 제대로 완성하고 론칭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적지않다. 

더욱이 문화 예술분야의 창작자들의 활동과 움직임을 단순 노동시간으로만 가늠하고 측정할 수 있느냐의 시각도 업계에 공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럴 땐 예술 활동이고 저럴땐 근무 시간이냐는 것이다. 그러나 그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이젠 근로 환경도 바뀔 때가 됐다는 점이다. 예술을 하기 때문에 배고파도 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근로자들의 노력하는 댓가에 상응하는 고용주의 노력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럼에도 놓칠 수 없는 것은 유저 등 팬들과의 약속이다.

예술, 특히 문화예술 분야는 팬들의 사랑으로 먹고 산다. 하지만 그들에게 보여지는 작품은 공산품 처럼 기계적으로 찍어 나오는 게 아니다. 아무리 정확한 시간을 예측해도 맞아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크런치 모드'의 관행을 옹호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그런 관행이 나오고 만들어 진 것이 아니겠나 미뤄 짐작하는 것이다.

이에따라 정부 일각에선 탄력 근무제의 도입과 함께 시행 시기를 업종별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매우 적절한 검토이고, 맞는 조치라고 생각한다. 이젠 정부 정책도 포괄적이고 획일적인 모습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 형평성의 원칙이 이쪽에서 시행 하니까 무조건 저쪽에서도 시행 하는 것이 아니라 형편을 고려하고, 처지를 살펴 시기를 조절하는 것이 형평에 더 맞는 공정성의 행정이라고 믿고 싶다. 

지금 이 시간에도 밤을 지새우며 게임 등 콘텐츠를 개발하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그렇다면 그들은 노동 착취에 시달리고 있는 것인가. 이런 문제들은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기에 앞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정보통신 강국이라는 대한 민국에서 왜 이런 것들을 세밀히 조밀하게 만들고 시행하지 못하는 지 알 수 없다.  막말로 그 모든 데이터를 훤히 다 들여다 보면서 업종 별 기업규모별 연착륙 정책을 왜 세우지 못하느냐는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제의 시행은 시대적으로 역행할 수 없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부가  부처 한건주의 또는 노동계의 처지를 도와주기 위해 전 업종에 대해 무조건 7월부터 시행 하겠다는 데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이로인해 파생되는 문제점을 사전에 스크린하고,  조율하는 게 보다 선진화된 행정이라 믿고 싶다.  그런 차원에서 게임계를 비롯한 콘텐츠업계에 대한 일률적이고도 기업 경영 부담이 큰  근로시간 단축제 시행은 시기를 재조율 하는 등 탄력적으로 적용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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