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여론조사 결과 10%만 게이머로 자각…재미로 즐기는 사람들 많아질 것

미국 여론조사 전문기관 퓨 리서치 센터가 최근 ‘Gaming and Gamers’라는 제목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미국에 거주하는 성인 2001명을 대상으로 게임에 관한 인식을 탐색한 이 조사는 흥미로운 결과들을 여럿 담고 있는데, 그중 제일 눈에 띄는 것은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중에서 스스로를 ‘게이머’라고 인식하는 비율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응답자 중 평소 게임을 즐긴다는 사람이 49%이고, 스스로를 게이머라고 인식하는 사람이 10%로, 게임을 즐기는 다섯 명중에 한 명 만이 자신을 게이머라고 인식하는 셈이다.

이밖에도 조사결과를 통해 ‘게임이 폭력적인 성향을 갖게 하는가’ ‘게임이 문제해결능력, 동료와의 협업 및 의사소통 향상에 도움이 되는가’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을 살필 수 있었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게임과 폭력적인 성향에 상관관계가 없으며, 게임을 즐기는 것이 일상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대체로 긍정적인 인식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응답의 비율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게임의 긍정적 효과를 묻는 질문에 ‘어떤 게임은 도움이 되고 어떤 게임은 그렇지 않다’는 답이 가장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게임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 일방적으로 지지하지는 않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들은 게임이 사회와 관계를 맺고 있음을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게임을 즐기지만 스스로 게이머라고 인식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게임에 대한 사회 일각의 부정적인 시선을 고려했거나, 게임을 즐기는 시간이 일상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일 수 있다. 다만 어떤 쪽으로든 사람들이 일상에서 게임을 즐기는 것과, 그렇게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상식적인 사항이지만 게임에 관한 논의에 있어 현재 게임은 어떠한가와 같은 사실 판단보다는 게임이 유용한가와 같은 가치판단에 치우쳐있는 한국의 현실을 고려할 때, 우선적으로 게임을 사회적으로 위치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게임의 유용성에 관해 유보적으로 답변한 것은 게임을 즐기는 이유와 연관 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이 답변을 달리 표현하면 ‘게임이 문제해결능력, 동료들과의 협업과 의사소통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게임을 한다’가 된다. 게임이 게임 외적인 무언가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게임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게임을 왜 하는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분명한 이유는 이것일 것이다. 게임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게임에 관한 일련의 규제정책들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 기반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게임이 인간에게 유용한가, 해로운가의 문제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게임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는 것에 대한 태도의 문제가 담겨있다. 때문에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게임을 통해 즐거움을 얻는 것에 대한 수용이 이루어질 때 근본적인 해결이 이루어질 수 있다.

산업적인 차원에서 게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나, 기능적인 차원에서 게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게임 외적인 효과가 게임을 즐기는 명분이 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게임이 이윤을 충분히 거두지 못하고, 기능적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때 그 명분은 사라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게임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조사결과에서 작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게임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나타낸 반면, 게임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을 포함한 전체 응답결과는 게임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과 부정적인 인식을 복합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또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중, 18~29세의 연령대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게임에 대해 더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를 통해 시간이 흐를수록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늘어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젊은 연령대에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은 비율로 게임을 여가로 선택하고 있음이 여러 지표들에서 나타나고 있다.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지만 그 시간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는 지금의 노력에 달려있다. 게임에 대한 제도적이고 인식적인 장벽들 앞에 멈추어 서기보다는 그것들을 넘어설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는 이유다.

[​​​​강지웅 게임평론가 iamwoong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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