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위기를 기회로]…비즈니스 투자 확대, 새 동력으로 이끌 필요

지난해 e스포츠계는 대내외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e스포츠협회가 전임 회장의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려 풍비박산이 났고 회원사가 이탈하는 등 세력이 크게 위축된 것이다.

또 ‘리그 오브 레전드’ 한 종목이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쏠림 현상도 심각했다. 그러나 ‘오버워치’ 종목 대회의 개편이 이뤄졌고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흥행에 따른 새로운 종목의 대회가 추가되면서 외적 규모 성장이 이뤄졌다.

여기에 모바일 게임 업체들 또한 e스포츠 대회에 적극 참가하기 시작했고, 이 사업을 적극 나서는 업체들이 등장하는 등 게임업계 전반의 관심도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지난 해 위기감이 팽배했던 e스포츠계는 전열을 가다듬어 올해 새롭게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7 이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e스포츠 산업규모는 83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14.9%라는 높은 성장을 보인 것이며, 글로벌 시장 규모 대비 14.9%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전체 국민 중 48.2%가 e스포츠를 인지하고 있고, e스포츠를 취미활동으로 즐기는 비율은 45.1%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e스포츠가 그 어느 때보다 큰 시장규모와 높은 인지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e스포츠 시장이 위기 속에서도 성장하고 있는 요인은 대형 흥행 작품들의 등장과 새로운 리그 출범, 국내외 게임업체들의 활발한 e스포츠 사업 전개 등이 꼽히고 있다.

이 중 새로운 리그를 탄생시킨 것은 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다. 이 작품은 최근 PC방 점유율 40%를 넘는 등 이른바 국민 게임으로 등극했다. 이러한 가운데 1월 ‘핫식스 배틀그라운드 서바이벌 시리즈 베타’를 시작하며 e스포츠 가능성을 타진했다.

이후 ‘펍지 워페어 마스터즈 파일럿’ 등이 이뤄졌고, 내달 프로리그인 ‘펍지 코리아 리그’가 열리는 등 이 작품을 종목으로 한 다양한 대회가 열리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의 경우 100명의 유저가 한번에 플레이를 펼치는 게임방식으로 인해 e스포츠화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으나, 현재는 새로운 중계 방식의 지평을 넓혔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블리자드는 ‘2018 오버워치 컨텐더스 코리아’를 새롭게 출범시켰다. 이 리그는 ‘오버워치 리그’의 하위리그로 국내에서 연 3회 시즌으로 운영되고 12개 팀이 참가한다.

# PC방 점유율 40% 인기 반영

이 외에도 슈퍼셀이 이달 중 모바일 게임 ‘클래시로얄’을 종목으로 하는 e스포츠 대회 ‘클래시로얄 리그’를 시작할 계획이다. 특히 이 대회 리그 챌린지에서 20승을 달성한 선수가 트라이아웃 등의 선발 과정을 거쳐 프로 선수로 계약할 수 있다.

이처럼 새로운 e스포츠 리그가 잇따라 신설되면서 분위기도 활기를 띠고 있다. 또 유저풀 확대에 따른 e스포츠 흥행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 크게 도약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리그의 신설뿐만 아니라 최근 국내외 업체의 잇따른 e스포츠 사업 진출 및 강화, 후원 등도 e스포츠 시장의 성장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먼저 아이덴티티 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7월 500억원 규모의 e스포츠 인프라 관련 투자를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지난달 프로게임단 창단 소식을 알렸다. 또 스마일게이트는 지난해 3월 삼성전자로부터 월드사이버게임즈(WCG)와 관련된 일체의 권리, 권한을 양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e스포츠 사업에 본격 참여했다. 여기에 블리자드의 경우 19일 개막한 ‘오버워치 컨텐더스 코리아’를 위해 6억원 이상의 자금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를 실시했다.

더욱이 이 같은 게임업체의 e스포츠 사업 진출은 모바일로도 확산되고 있다. 컴투스는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서머너즈 워 월드 아레나 챔피언십’ 월드 파이널 대회를 치렀으며, 넷마블도 ‘펜타스톰’을 종목으로 하는 대회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게임업체가 아닌 기업이 e스포츠와 관련해 후원을 실시하는 사례도 늘어났다. 화장품 업체인 VT코스메틱이 e스포츠 팀 콩두와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BBQ, 맥스틸, 스타일닷컴, 핸드허그, 이니시 등이 구단들과 후원 계약을 체결하거나, 관련 상품을 개발·판매하고 있다.

# 인프라 투자도 활발

이러한 업체들의 행보는 다양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가령 게임업체가 자사 서비스 작품을 종목으로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할 경우 효과적인 홍보, 마케팅 수단으로 e스포츠가 활용된다는 것이다. 특히 작품을 활용한 e스포츠 대회를 지속적으로 치를 경우 서비스 장기화 및 브랜드 가치제고에 긍정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반면 비 게임업체가 e스포츠 관련 후원하는 것은, e스포츠가 과거와 달리 시청자 꾸준히 증가했고, 상품성과 이에 따른 광고효과 일정수준 입증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올해 국내 e스포츠가 다양한 투자 및 리그 신설, 인식 개선 등을 큰 도약 기회를 맞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관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들은 먼저 한국e스포츠협회의 현 상황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e스포츠 협회는 비리 의혹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았고, 사무총장이 구속됐다. 이후 곧 협회 사무총장이 구속적부심사를 통해 석방되기는 했으나, 이후 현재까지 협회를 이끌 책임자가 없는 공백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 취약한 협회 내부 조직 개선해야

여기에 국내 e스포츠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온 e스포츠협회가 비리에 연루되었단 사실은, 향후 협회 운영과 대외 이미지에 부담감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e스포츠의 지속적인 발전을 꾀하기 위해서는 개별 회사의 이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산업 전체를 책임지고 이끌어갈 대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중국이 e스포츠 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실시하는 등 급성장하고 있는 것도 우리에게는 위기로작용할 전망이다. 중국 e스포츠 시장이 국내를 크게 압도할 것이며 국내의 실력 있는 선수들이 해외리그로 빠져나갈 경우 국내 e스포츠 시장은 중국의 하위리그로 격하될 것이란 지적이다.

여기에 최근 e스포츠 선수의 인성논란도 e스포츠 도약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2017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e스포츠 프로선수 데뷔 연령은 18.3세로 타 스포츠에 비해서도 어린 편이다. 여기에 은퇴 평균 예상나이도 27.9세로 10년 이상 선수 생활하는 사람도 드문 편이다.

그러나 e스포츠 선수의 경우 성인 이후 프로생활을 하는 다른 스포츠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공인 취급을 받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선수들의 부적절한 언행 등이 자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데, 이러한 사안이 지속될수록 e스포츠의 이미지에 큰 손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유저들의 경우 e스포츠 선수들의 부적절한 언행과 관련해 프로선수라는 자각이 부족하다며, e스포츠를 전통 스포츠와 동일 선상에 놓은 것은 부적절 하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다양한 리그 출범 및 규모 확대 등 외적인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성장의 걸림돌이 될 만한 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어 보다 적극적인 개선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게임스 강인석 기자 kang1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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