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2025년까지 국내 적용 보류…업계, 생존권 달린 문제 인식 확산

WHO가 5월 게임에 대한 질병코드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통계청이 2025년까지 이를 반영하지 않겠다고 밝혀 이 사안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사진은 보건복지부가 게임과몰입을 과장해 만든 동영상 광고물.

 최근 게임업계의 가장 뜨거운 논란을 불러왔던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과몰입(장애)의 질병 코드 등재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질병코드의 등재를 담당하는 통계청이 WHO가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등재하더라도 이를 당분간 국내에선 반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시 시간을 벌었을 뿐 WHO가 5월 국제질병분류기호 개정(ICD-11)을 통해 게임과몰입(장애)의 질병 등재을 시행할 경우 장기적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번 질병코드 등재를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게임장애가 정식 질병으로 분류될 경우 셧다운제를 뛰어넘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후 각종 규제의 근거로 적용돼 게임산업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의 이 같은 격렬한 반대에도 게임장애가 질병 코드로 등록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집단들이 게임장애의 질병코드 분류를 적극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질병을 다루는 정부부처와 연계하는 것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본격화 됐다. 이 같은 움직임은 뉴 사이언티스트 등 해외외신을 통해 먼저 알려졌다. 당시 공개된 ICD-11 초안에 따르면 게임장애는 ‘중독 행동에 따른 장애’ 범주에 속하게 되며 ▲게임 플레이 시간 조절 불가 ▲게임과 여타 활동의 우선순위 지정 장애▲게임으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 무시 등의 증상을 갖는 것으로 설명됐다.

특히 한국의 경우 WHO에서 발표하는 ICD를 기본으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를 제정해 사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ICD-11 초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에서도 언젠가는 게임장애가 정식 질병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게임 질병코드 등재 방침에 대한 게임업계의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3월 9일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게임 장애 질병 등재분류를 집중 논의하는 ‘게임문화의 올바른 정착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 게임 관련 단체들 한 목소리

WHO의 이 같은 움직임이 본격화 된 이후 업계에서는 반대 목소리를 높여왔다. 실제 지난달 19일 한국게임산업협회는 ’비과학적인 게임 질병화 시도에 반대하며, ICD-11 개정안의 관련 내용 철회를 촉구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특히 이 성명서에는 한국게임산업협회뿐만 아니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한국게임개발자협회 등 국내 게임관련 집단들이 모두 동참하며 한 목소리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뿐만 아니라 같은 달 28일에는 한국게임학회가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 조승래 의원과 함께 WHO의 게임 장애 등재 대응을 위한 간담회를 실시했다. 당시 게임학회는 게임 과몰입에 대한 정의, 원인, 증상에 대해서는 사회적, 의학적으로 합의된 기준이 없기에 많은 논란이 존재하며, 진단 기준이 약물 중독과 도박의 기준에 의존함으로서 도덕적 공황 상태를 불러와 대부분의 건전한 게임 활동을 하는 사람까지 환자로 분류될 위험성도 있는 점을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국제질병분류에 등재를 위해서는 객관적인 기준과 과학적인 연구를 기반으로 전세계적인 현상임을 증명해야 하나 게임과몰입에 대한 사례가 특정 국가와 특정 지역(아시아)에 집중되어 있는 점이 반박됐다.

여기에 지난 9일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게임 장애 질병 등재분류를 집중 논의하는 ‘게임문화의 올바른 정착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고, 28일에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서울 롯데엑셀러레이터에TICD-11 게임질병코드 등재, 문제는 없는가? 행사를 실시한다. 3월 한 달 사이 같은 주재를 가지고 두 번의 토론회를 여는 것이다.

이 같은 반대활동이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임업계 질병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등 정부부처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WHO의 움직임이 가시화된 것은 지난해 말이었으나, 업계의 반대 움직임이 본격화 된 것은 2월부터 시작돼 너무 늦게 대응에 나섰다는 것이다.

# 질병 분류 근거 부족이 핵심

업계는 게임장애가 질병으로 분류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주장이 제기하고 있다. 실제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연구하고 있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세부 기준 등에 대해서는 서로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할 경우 각 의사에 따라 상이한 처방과 진단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공통된 진단의견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실한 판단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ICD-11 초안에 게재된 게임장애의 경우 임상적 설명만 포함된 상태로, 예방이나 치료를 위한 옵션은 존재하지 않는다. 즉 게임장애의 판단이 공통된 의견 없이 각 의사마다의 주관적 판단에 따르게 되며, 이에 따라 치료 방법 또한 임의로 이뤄지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게임장애의 경우 뇌 과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현재까지는 뇌 과학부문의 경우 완벽하고 충실한 연구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워 직접적인 질병 분류의 설정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 부정적 인식 고착화 불가피

이처럼 질병 분류의 확실한 기준조차 갖지 못한 게임장애가 실제 질병으로 분류될 경우 그 파장은 매우 클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고착화되는 것이다. 또 우수한 인재들이 게임업계를 떠나거나 새로운 인재들이 외면하는 상황도 예상할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과 영세기업 모두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특히 게임시장의 경우 국내업체만의 경쟁이 아닌 해외각국과의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데, 매출이 감소할 경우 작품 개발 및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게 돼 경쟁력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또 게임업체에 대해 매출의 일정부분을 치료비 등의 명목으로 거둬들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복합적인 영향으로 인해 게임업계의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도 높아진다. 또 게임장애가 질병으로 분류되면 이를 근거로 각종 규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행히 통계청이 최근 게임장애의 질병코드 분류 초안을 담고 있는 ICD-11을 2020년 한국질병분류코드(KCD) 개정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 이유는 새로운 질병코드를 적용할 경우 국내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음 KCD 개정이 이뤄지는 2025년에도 ICD-11이 반영될지는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로 인해 국내의 경우 WHO가 게임장애를 질병코드로 분류해도 최소 2025년까지는, 게임장애가 질병으로 분류되지 않게 됐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게임장애의 질병코드 분류까지 향후 몇 년간 유예기간을 얻게 됐다며, 한 숨 돌리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게임장애의 질병코드 등재 움직임에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게임에 부정적인 정부 기관이나 단체가 WHO의 질병코드 등재를 국내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게임업계가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힘을 모아 게임장애의 질병코드 등록을 적극 반대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한 두 번 성명서를 발표하거나 세미나를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저지서명운동을 벌이거나 국회, 정부 부처 등을 찾아가 의견을 전달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업체뿐만 아니라 유저들도 동참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문화단체와도 연합하는 등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활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더게임스 강인석 기자 kang1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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