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일본을 대표하는 콘솔 게임업체는 세 개가 있었다. 그 하나는 닌텐도고 다른 둘은 소니와 세가였다. 그런데 세가는 경쟁에서 밀려났고 닌텐도와 소니가 양강체제를 이루며 경쟁하고 있다. 소니는 게임사업보다 가전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이므로 닌텐도가 유일하게 콘솔게임업체로 살아남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창업 100년이 넘은 닌텐도는 원래 화투를 만들어 파는 업체였다. 그러다가 어린이 장난감을 만들어 팔면서 1976년 처음 게임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이 회사를 세계적인 게임업체로 만든 것은 천재적인 개발자 미야모토 시게루였다. 닌텐도는 1981년 비디오 게임 동키콩을 출시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는데  미야모토 시게루가 이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것이다.

이후 1983년 게임기 ‘패밀리 컴퓨터(패미컴)’를 발매하고 1985년 게임 타이틀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출시하며 닌텐도는 세계적인 게임업체로 도약했다. 이 회사는 또 1989년 휴대용 게임기 ‘게임 보이’를, 이듬해 ‘패미컴’의 후계인 ‘슈퍼패미컴’을 출시하는 등 잇따라 성공신화를 쌓아왔다.

그러나 이 회사는 폐쇄적인 경영과 독선으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철저하게 정보를 차단하고 외부와 소통하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또 게임시장이 모바일로 바뀌고 있을 때도 “우리는 모바일게임을 개발하지 않는다”며 고집을 부렸다. 물론 이러한 폐쇄성이 기업을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는 원동력이 될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러한 닌텐도의 선택은 옳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변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세상인 것이다. 이로 인해 닌텐도는 위기를 맞았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모바일게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이 흐름을 타지 못한 것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 닌텐도가 야심차게 준비한 것이 바로 ‘닌텐도 스위치’였다. 이 회사는2016년 1월 콘솔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Nintendo Switch)’를 최초로 공개했다. 이 제품은 집에서는 거치형 게임기로 이용하고 밖에 나와서는 휴대용 게임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컨셉트를 실현했다. 기존 콘솔 게임기의 장점과 모바일을 절묘하게 결합시킨 것이다.

이 제품은 위기에 빠졌던 닌텐도를 단번에 구원하며 다시 한번 전성기를 누리게 했다. 국내에서도 이 제품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정도다.

그런데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이 제품의 한계는 너무도 명확하다. 혁신이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거치형 게임기와 휴대용 게임기를 합쳐놓았다는 것을 제외하면 달라진 것이 없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이 제품을 구매하겠지만 그 이상을 기대하긴 힘들어 보인다. 또 게임 타이틀 역시 과거 인기를 끌었던 것을 재탕해 만든 것이 대부분인 상황이다. 새롭고 참신한 타이틀이 나오지 않고 있다.

거치형 게임기는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들이 더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또 휴대용 게임기는 스마트폰을 따라갈 수 없다. 그래서 ‘닌텐도 스위치’의 생명력을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금의 성공이 장기간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닌텐도의 기업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폐쇄적이고 독선적인 문화가 달라지지 않는 한 위기는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더게임스 김병억 뉴스2 에디터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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