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작가주의(作家主義) 게임 왜 없나
[논단] 작가주의(作家主義) 게임 왜 없나
  • 더게임스
  • 승인 2018.03.0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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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적 성공 위한 작품들 홍수…개성 넘치는 창작물에 목말라

영화평이나 간혹 영화 관련 뉴스에서 '작가주의'라는 용어가 사용되는 것을 자주 볼 수가 있다. 보통 작가주의는 한편의 영화에서 중심적인 인물은 감독이며 시나리오 작가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개념을 적용한 이론으로 ‘감독의 개성이 잘 드러난 영화’ 정도로 그 의미를 설명할 수 있다.

사실 영화비평계 내에서 작가주의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비평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의 일이다. 1954년 장 뤽 고다르, 클로드 샤브롤, 에릭 로베르 등과 함께 ‘누벨 바그’의 주역이 된 영화감독이자 위대한 영화광인 프랑스의 영화감독 프랑수아 트뤼포가 영화비평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에 ‘작가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 처음이며, 미국의 영화이론가 앤드류 사리스가 1960년대 초반 ‘작가론’이란 용어로 번역하면서 널리 쓰였다.

학문적 연구나 이론적인 접근이 게임산업보다 훨씬 먼저 시작된 영화산업에서 이 작가주의는 영화의 예술성에 대한 폭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으며 감독의 창의력이 극대화된 독자적인 견해와 방식을 창출함으로써 틀에 갇힌 관습적 창작방식을 변형하거나 전혀 새로운 장르를 생성하기도 했다.

지극히도 상업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대중영화산업에서 감독의 예술적 견해와 창의성을 존중하고 독창적인 주제의식과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에 그 의미를 두는 비평문화를 만들어 냈다. 이러한 비평문화 속에서 영화산업은 다양하고 실험적인 시도를 지속하며 새로운 거장들을 끊임없이 생산했다.

전성기를 맞고 있는 대한민국의 영화산업도 상업적인 제작시스템에 길들여지지 않은 실력파 작가주의 감독들이 세계무대에서 비평가들에게 호평을 받기 시작하며 성장을 거듭했고 ‘홍상수’‘박찬욱’과 같은 작가주의 감독들의 두터운 저변을 바탕으로 한국영화의 희망적인 미래를 점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주목받고 있는 대한민국 영화가 74억 지구인류들의 머릿속에 한민족의 위대한 창의성과 예술성을 각인시키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 게임 산업의 일원으로 몸담고 있는 필자로서는 부러운 시선을 거둘 수가 없으며 작가주의 게임에 대한 갈증으로 목이 타들어간다.

비록 영화에서 시작된 이론이며 그 가치에 대한 상반된 논쟁들로 인해 본래의 의미에서 조금은 변색되기도 했지만 필자는 ‘작가주의’에서 추구하는 창작 주체의 순수한 창작의도와 그 과정에 대한 접근방식이 대한민국 게임 산업에도 시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개발공식과 시스템이 지배하고 있는 작금의 대한민국 게임 산업은 과연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지 판단할 수 없다. 물론 한국시장이 아닌 해외에서도 의미 있는 상업적 성공을 거두고 있는 한국산 게임들의 가치를 폄하하고자 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TV방송 황금시간대 광고의 대부분을 인기 연예인들을 등장시키며 현란하게 누비는 대작게임들의 홍보영상과 여기저기 가는 곳 마다 볼 수 있는 대형 이미지광고들 속에서 대한민국 게임이 갖는 원천적인 힘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다만 아쉽고 걱정스러울 뿐이다.

대한민국 게임이 갖는 원천적인 경쟁력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온라인게임 종주국’이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할 수 있던 시대는 이미 과거속의 추억으로만 간직할 수밖에 없다. 전 세계 66개국으로 수출되며 게이머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라그나로크’와 호러 어드벤처 장르의 게임을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 ‘화이트데이’와 같은 창의적이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게임을 지금의 대한민국 게임업계에서는 쉽게 꼽을 수가 없다.

‘코지마 히데오’라는 이름만으로 전 세계에 그 영향력이 파고들 수 있는 내공과 파워가 부럽다. ‘김학규’ ‘이원술’ ‘송재경’과 같은 우리의 대표 게임개발자들이 초창기 대한민국 게임 산업계를 이끌었던 그 힘, 게임개발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다.

지인 중에 퍼플오션의 이동만 대표가 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낚시게임을 거의 20년간 만들어온 그 분야의 장인과도 같은 분이다. 총 19개의 낚시게임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14개의 낚시게임을 서비스하였다. 가히 낚시게임개발의 신이라고 부를 만하다. 온라인 낚시게임을 개발하던 시절 처음 인사를 나누던 그 때, 사무실 수족관에 ‘피라냐’를 키우는 걸 보고 낚시게임에 대한 그 열정을 단박에 알아챌 수 있었다.

아쉽게도 국내 서비스 실패와 해외진출 실패로 인해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겪어야 했지만 근래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며 현지 게임순위 3위를 유지하는 인도네시아 국민게임으로 성장하였다. 이런 분들이 더 많이 나오는 것이 대한민국 게임 산업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문화적 폭격을 가할 수 있는 근원적인 힘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천편일률적으로 장르적 공식만을 되풀이 하는 현재의 게임개발 시스템 속에서, 줄타기를 잘해야만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게임생태계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내는 게임개발자들이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것. 이것이야 말고 힘들고 어려운 지금의 상황에서 대한민국 게임개발자들이 갖춰야할 덕목이며 힘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주의 게임이 넘쳐나는 대한민국 게임 산업이 되길 고대한다.

최삼하 서강대학교 MTEC 교수 funmaker@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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