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에 몽니도 아니고 얌체짓 ....양자협상 통해 강력히 문제점 제기해야

게임계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 가운데 하나가 다름아닌 판호(版號)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낯선 이 판호란 단어는 중국의 게임 서비스권을 의미한다. 중국 국가 신문 출판 광전총국에서 내주는 이 판호는 현지에서 게임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반드시 취득해야 하는 정부 허가권이다.

따라서 저작권 권리 유무를 담고 있는 판권(版權)과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 할 수 있다. 즉, 판권은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통칭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판호는 자국에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 인허가권이다. 한국 미국 일본 등 OECD 국가들과는 달리 중국에서는 체제 보호를 위해서인지, 아니면 마구 쏟아지는 저작권들에 대한 관리를 위해서인지, 반드시 판호 취득이란 절차를 요구하고 있다. 이를 취득하지 않은 채 비즈니스 서비스에 나섰다간 화를 면키 어려워 진다.

요즘, 이 판호라는 것이 업계의 최대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유독 한국 게임에 대해 문을 꼭꼭 닫아 놓은 채 시위를 벌이듯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월부터 지금까지, 중국 정부가 한국게임에 대해 판호를 내 준 사례는 전무하다. 한국 게임에 대해 몽니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니면 아주 얌체 짓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자국 게임에 대해서는 한국 등 경쟁 국가 시장에 맘껏 내다 팔면서, 상대국 게임에 대해서는 문을 걸어 잠궈 놓고 나몰라라 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한 몰염치는 없다 할 것이다. 이같은 처지로 애간장을 태우는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속이 터져도 백번은 더 터졌겠다는 생각이다.

과거 1960~70년대 시절, 우리나라도 정부 승인이 떨어지지 않으면 영화를 상영할 수 없었다. 반드시 정부로부터 사전 승인을 얻어야 했다. 또 승인이 나도 공연윤리위원회의 사전 심의 절차를 밟지 않으면 영화를 상영할 수 없었다. 이같은 정부의 무소불위의 권력과 같은 ‘도장’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사회적으로 민주화 바람이 일기 시작한 80년대 중반 이후였다.

저질 영화를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실은 체제 수호를 위한 것이었음엔 두말할 나위없다.

한국 게임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일각에선 시진핑 국가 주석 취임 이후 아주 미묘해진 한 중 관계와 중국의 권력구조 재편과 연결해 해석하는 시각이 없지 않다.

현지 게임업계의 얘기를 종합하면 한국 게임은 게임성이 아주 독특하게 나타나는 데, 그 중 하나가 집단화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이다. 또 유저들이 함께 진행하는 공성전은 한국 게임만의 특성이라고 할 만큼 좋은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한국 게임의 성향과 특성은 미디어를 총괄하는 중국 당국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시진핑 국가 주석의 영구 집권을 타진중인 중국 당국으로서는 민심의 동향을 살펴볼 수 밖에 없고, 만일의 사태 등을 염두해 둘 수 밖에 없는 중국 당국의 처지에서 보면 이러한 한국게임의 내용과 특성은 관심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이후 무역 보복의 일환으로 중국 당국이 판호를 이용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중국 당국이 한국정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무역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한국의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의 수급을 나름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중국 당국의 얼토당토 않는 인허가 행정에 우리 정부 관리들이 절절매고 있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전략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으나, 업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정부는 특히 판호 허가권자인 중국 당국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기가 매우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칫 내정간섭이라며 더 치고 나올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 때문인지 이달 또는 내달 예정된 한중 자유무역협정 (FTA)체결에 따른 지재권 이행 위원회 개최를 위한 의제 조차 양국이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중국의 판호 획득은 더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여기서 우리 정책 당국자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판호 문제를 단순히 게임업계의 현안으로 묶어둬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게임이 차지하는 콘텐츠 수출 비중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게임은 글로벌 문화의 첨병이다. K팝 보다 한국 게임을 먼저 접하는 이들이 더 많다. 그만큼 게임은 문화 할인율이 뛰어난 대중 콘텐츠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정부의 ‘One Of Them' 전략은 즉시 폐기돼야 옳다 할 것이다. 게임 판호 문제는 반드시 이번 지재권 위원회의 의제에 포함시켜 협상 테이블에 올려 놓아야 한다. 양자협상에서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중국 판호 문제는 앞으로 그들에게 계속 질질 끌려 다닐 수 밖에 없다.

국가간 양자협상, 특히 콘텐츠 등 문화상품을 내걸고 하는 협상은 절대 일방적이어선 안된다. 과거, 미국정부가 그랬고, 일본 정부도 그랬다. 특히 미국이 예전 우리 정부에 줄곧 써온 미디어, 콘텐츠 시장 개방 협상은 되로 맞으면 말로 주는 식이었다. 우리 정부가 중국의 판호 문제를 전향적으로 풀기위해선 이같은 미국 협상 전략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할 수 있겠다. 그들에게 절절매면 절대 풀리지 않는다.

                                       뉴스 1에디터/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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