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인 성장보다 내실 다져야…독일서 열리는 '게임스컴' 영향력 커져

국내에서 최초로 '게임쇼' 형태로 전시회가 처음 개최된 것은 지난 1997년이다. 미국 최대 게임 전시회인 E3가 1995년에 시작됐고, 일본의 도쿄게임전시회가 1996년부터 시작됐으니 한국의 게임산업진흥을 위한 정책적 시도가 늦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게임산업진흥법의 주관 부처인 문화관광부에서 추진된 것이 아니라, 정보통신부 산하기관이었던 한국정보문화센터에서 주최한 것이었다. 지난 1996년 일본 ‘도쿄게임쇼’의 관람객 수가 2만 2000여명에 그쳤는데, 당시에 한국에서 개최된 ‘코리아 게임스 97’에는 8만 8000명의 관람객이 왔었다고 하니, 당시 한국의 게임 문화 수준이 매우 높았고, 산업의 발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고 볼 수 있다.

이후 1999년 문화관광부 산하기관으로 게임산업지원센터가 발족되면서 2000년에 드디어 본격적인 국제 게임 전시회인 ‘게임엑스포’를 개최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에서 국제게임전시회를 개최하기에는 역량과 영향력이 부족했다. 국내 게임 시장은 작은 편이었고 세계인들이 찾기에는 아직도 부족함이 많았다.

최근 미국의 E3 전시회, 일본의 도쿄게임쇼, 영국의 ECTS 전시회가 시대의 흐름에 순응하지 못해 쇠락해갈 때, 독일에서 시작한 게임스컴 전시회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게임 강대국인 미국과 일본에 대항하는 유럽의 연합이 강해졌을 뿐 아니라, PC게임, 온라인 게임, 스마트폰 게임까지 유럽의 게임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독일의 고도인 쾰른에서 개최되는 게임스컴 전시회는 세계게임개발자 컨퍼런스와 동시에 열린다. 즉 컨퍼런스 3일, 전시회 5일을 합쳐 장장 8일간에 걸쳐 게임 축제가 이어지는 것이다. 독일 서부에 위치한 쾰른은 유럽의 각 나라로부터의 접근성도 뛰어나다. 게임스컴 2017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관람객 총 수는 3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한 재작년 대비 약 5000여 명 이상 증가한 결과다.

그만큼 작년 게임스컴은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풍부했던 행사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국내와는 달리 게임 전시회는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국내 지스타 전시회의 5배 정도라서 다 돌아보는데 3~4일은 걸린다. 환경이 이렇다 보니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도 참여하고 전시회도 볼 겸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독일 쾰른 대성당의 관광 수입도 따라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중국의 상하이에서 열리는 차이나조이 전시회도 규모면에서는 엄청나다. 하지만 아직은 국제 전시회로서의 면모가 부족한 면이 있다. 한국의 경우, 부산 벡스코로 옮겨 점차 성장해온 지스타 전시회는 지속적인 수치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B2B 행사는 물론 B2C 행사인 전시회 관람객수도 해를 거듭할수록 갱신됐다.

그러나 작년 행사에서 B2C관에서 글로벌 업체들의 참가가 감소하고, 국내 업체들의 참가가 더 주목을 받는 등의 모습을 보이며 아쉬움을 남겼다는 평가다. 그나마 국내에서 굿게임쇼를 비롯해 여러 성격과 형태의 게임쇼과 어려운 환경에서고 지속적으로 개최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게임은 문화다. 문화적 바탕이 없이는 산업의 성장도 있을 수 없다. 소비자가 있어야 제품의 생산도 필요한 것이다. 아직은 국내에서 개최되는 게임 전시회가 기획력과 홍보의 부족으로 세계인의 관심을 확실하게 끌어당기고 있지 못하지만, 우리의 게임 문화가 튼튼해질 때 전시회도 산업도 발전할 것이다.

게임 문화의 발전이 곧 게임산업의 발전이고 게임산업의 발전이 게임 문화를 발전시키는 선순환 구조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건전한 게임 문화를 정착할 수 있도록 선도적인 정책을 펼쳐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김학용 SD엔터넷 대표 ceo@sdenter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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