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만화 왕국 건설도 기발한 아이디어서 출발…K팝과 맞물려 성장 가능성 무한

애니메이션의 왕국을 건설한 월트 디즈니(Walt Disney)가 1920년대 후반, 만화 영화에 음향을 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안 건 순전히 우연의 일이었다. 여러 사진을 모아 그 것을 프레임으로 집대성하면 활동 사진으로 변한다는 원리를 알게 된 디즈니는 우연한 기회에 한 무성 영화를 보면서 만화 영화에 음성과 음악을 삽입하면 어떨까 하고 만든 작품이 ‘증기선 윌리호(Steamboat Willie)' 였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별 게 아니지만,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시도였던 것이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미키 마우스’란 캐릭터를 선보였고, 디즈니의 만화영화는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미국 사회에 꿈과 희망을 안겨주면서, 전 세계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왕국을 건설했다.

찰나적 사고와 이를 실천하는 경영은 이처럼 기업과 세상을 한 순간에 바꿔놓는 동인이 되는 경우가 적지않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장르 쪽으로 들여다 보면 이같은 찰나적 사고에 의해 판이 뒤바뀌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아케이드 게임의 개척자로 불리는 놀런 부시넬(Nolan Bushnell)은 사실, 아케이드 게임계에선 후발주자다. 그보다 먼저 스티브 러셀(Steve Russell)이란 청년이 ‘스페이스 워(Space War)’란 게임을 만들어 시장에 선보였기 때문이다. ‘스페이스 워’는 게임의 아버지로 불리는 윌리엄 하긴보섬(William Higinbotham)의 ‘테니스 포 투 (Tennis for To)'’란 게임과 함께 게임의 원형이라 불리는 작품이다.

학창시절, 이 게임을 지켜봐 온 부시넬은 ‘스페이스 워’와 유사한 게임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고, 이보다 한층 더 게임성을 강화한 ‘퐁(Pong)’을 제작해 판매했는데, 이것이 팬들의 구미에 맞아 떨어진 것이다. 시장에선 ‘퐁’을 찾는 고객들이 줄을 이었고, 자본금이 불과 수십달러에 그친 아타리(Atari)사를 일약 상장 기업으로 비상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솔직히 부시넬이 만들어낸 ‘퐁’의 게임성이란 것도 사실, 별 게 아니었다. 고장난 줄 알았던 게임 기기에 돈이 들어 차면서 삑삑 소리를 낸 것이었는데, 그는 그 소리를 놓치지 않고 게임기기에 삽입, 재미를 강조했던 것이다.

게임은 이처럼 찰나적인 요소들이 많이 가미되는 종합예술이다. 그 때문인지 당초 구상했던 그림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으로 게임이 완성되는 사례 또한 적지않다. 다른 대중 문화예술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장르를 갖추고 있는 것도, 어찌보면 다 이같은 찰나적 요소들을 버려두지 않고 잘 버무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로 다양한 흥행 요소를 갖추고 있음에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게 게임음악이다. 게임과 음악은 뗄 래야 뗄 수 없는 깊은 상관 관계에 있는 협업 분야다. 경쟁국 일본과 미국은 게임 음악을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다. ‘파이널 판타지’와 같은 베스트 셀러 음반도 있고, ‘스타크의 주제 음악’ 등 스테디 셀러도 많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이를 그저 게임을 완성하기 위한 액세서리 장르 정도로만 여기고 있다.

불과 수년전까지만 해도 게임음악에 대한 중요성을 내다보고 다방면에 걸쳐 투자를 시도한 게임기업들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가성비가 떨어진 때문인지, 아니면 게임음악에 대해 큰 매력을 못 느낀 탓인지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냥 급조해 쓰면 그만이라는 사고가 팽배해 있다.

엔터테인먼트 시계에서 확연히 변화하고 있는 건 윈도(Window)흐름이 완전히 해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영화→비디오→음반→출판→게임 등의 순으로 이뤄지던 윈도 체계의 경계가 최근 들어서는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게임을 소재로 한 영화와 음악이 동시에 만들어지고, 또 게임과 출판이 함께 이뤄지는 사례는 더 이상 새로운 얘기가 아닌 셈이 됐다.

게임업계가 수요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새로운 수요를 발굴하고, 이를 상품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찰나적 사고에 의한 것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는 것부터 하나 하나씩 제대로 일궈 나가야 하지 않을까.

그 대표적인 것이 게임음악이다. 더욱이 게임음악은 게임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하겠다. 특히 국내 게임음악은 K-팝과 맞물리면서 또 다른 잠재 수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블루오션의 장르가 될 것이란 평가가 없지 않다.

머리에 맴도는 것을 그냥 넉 놓고 있는 건 직무유기다. 그 것을 끄집어 내 실천하는 것이 다름아닌 찰나적 사고이자 창조적 발상이라 할 수 있다. 더군다나 게임음악은 협업 아이템에다 게임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최적의 장르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게임음악 육성에 힘을 기울여 나가면 어떨까 싶다. 예컨대 게임은 원소스 멀티 유즈의 전형이란 점에서 더 그렇다 할 것이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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