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으로 늘어난 PC방과 다른 행보…히트 타이틀ㆍ저렴한 비용 등 필수

지금은 너무 흔해서 그 가치를 잘 모르고 있지만 PC방은 우리나라 게임산업과 IT산업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던 업종이었다. 지금도 동네마다 한 두 개는 꼭 있고 초등학생들까지 단골이 있을 정도로 PC방은 대중화돼 있다.

하지만 PC방이 처음 등장했던 90년대 후반 우리나라 컴퓨터와 통신환경은 지금과 달리 매우 열악한 수준이었다. 컴퓨터 사양은 386급에 통신도 전화선을 이용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국제통화금융(IMF) 라는 경제적 위기가  들이 닥쳤다. 수많은 명퇴자와 실업자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창업 아이템이 바로 PC방이었다. 그리고 PC방은 순식간에 수천개에서 수만개로 늘어났다.

이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수요가 뒤따라줬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생부터 초등학생까지 많은 이용자들이 PC방을 찾았다.

 최근에 가상현실(VR)방이라는 것이 하나 둘 문을 열고 있다. 그런데 그 분위기가 20여년 전 PC방이 막 태동하던 때와 비교하면 매우 썰렁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왜 그럴까. 이처럼 분위기가 다른 PC방과 VR방의 차이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VR방이 등장한 것이 벌써 1~2년 전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본격적인 성장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먼저 들 수 있는 것은 킬러 콘텐츠가 있느냐, 없느냐는 것이다.

PC방을 번성시킨 것은 다름 아닌 걸출한 게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바로 ‘스타크래프트’였다. 당시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 게임을 플레이 했는데 대학가에서 당구장을 몰아내고 PC방이 자리잡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이 작품은 4명이 한 팀이 되어 상대방팀과 온라인을 통해 대결을 펼치는 배틀넷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채용하고 있었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플레이방식으로 PC방이 아니면 이러한 팀플레이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대학생과 중고등학생들이 하교 이후 PC방에 우르르 몰려가서 ‘스타크’를 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이렇다보니 PC방은 그야말로 노다지를 캐는 곳이나 다름없었다. 입소문이 나면서 너도나도 창업대열에 뛰어들었고 한동안 짭짤한 재미를 볼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말이다.

그런데 VR방의 경우 그곳에 가서 꼭 하고 싶은 게임이 없다. 그리고 함께 즐길만한 환경도 만들어지 않았다. 혼자 또는 두세명이 가서 한두시간 해보고 나면 더 이상 할 것이 없다는 얘기다.

다음으로는 비용문제를 들 수 있다. PC방의 경우 초창기 한시간 이용료는 2000원 정도였다. 물론 20여년 전이기 때문에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지금의 2만원과 맞먹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요금은 경쟁이 심화되면서 1500원에서 1000원대로 떨어졌고 지금도 그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VR방은 한시간 이용료가 1만5000원에서 2만원 선이다. PC방과 단순비교해도 열배 이상 비싸다.

이렇다 보니 재미도 없는 게임을 한시간 하기 위해 열배 넘는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사람이 많지 않다.

마지막으로 제도를 들 수 있다. VR방을 창업하려고 했던 많은 사람들이 마땅한 규정이 없어서 손을 놓고 바라만 봐야 했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은 정부가 현실을 반영해 보다 쉽게 창업을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아직도 진입장벽이 낮지 않다.

물론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대박 타이틀이 등장하고, 이용요금도 저렴해지고, 진입장벽도 대폭 낮아진다면 새로운 블루오션을 각광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여러가지 문제들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VR방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무리일 수 있다. 필자의 경우에도 누가 ‘VR방 창업해도 좋을까요’라고 물어본다면 일단 기다려 보라고 말 할 수 밖에 없다. 그만큼 지금은 상황이 불확실하다.

그리고 VR방은 PC방처럼 대중화의 길로 가지 못하고 잠깐 반짝 눈길을 끌었다가 사라지는 운명을 맞을 수 있다. 이 사업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분들이 더 지혜를 짜내고 분발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할 것이다.

[더게임스 김병억 뉴스2 에디터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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