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지표 등은 괜찮은데 업계는 휘청 ...스타트업 등 벤처들 '엄동설한' 위태

게임산업계의 전반적인 흐름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장의 반응도 괜찮고, 온라인과 모바일로 바뀌는 틈바구니 속에서 다소 경착륙 조짐은 있었지만, 그 정도면 나쁘지 않았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우려됐던 한국 게임을 겨냥한 중국 시장 블록이 조만간 내처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수출 전망 역시 고무적이다.

향후 정부의 규제 개선 방향이 관건이긴 하지만, 이에 대한 시장 안팎의 반응은 그다지 부정적이지 않다. 문 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이 일단 네가티브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에서 게임업계에 대해 일일이 왈가 왈부식의 규제의 칼을 마구 휘두르지는 않을 것은 분명하다.

이에 따라 웹보드 게임에 대한 새로운 규제 개선안 발표를 앞두고 있는 정부측의 입장 태도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되는 정부 규제안이 상대적으로 강력한 내용을 담게 된다면 정부의 향후 게임 정책 기조는 상당히 강성으로 흐를 개연성이 크다. 그러나 문 재인 정부가 그따위 지엽적인 문제로 게임계와 대척점을 두려 하지는 않을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그런 식으로 한다면 문 재인 정부의 정책이 과거 이전 정부와 무엇이 다르냐는 의문 부호를 찍게 될 것이고, 게임을 글로벌 전략 상품으로 키우겠다는 문 재인 정부의 정책 공약(公約)이 말 그대로 공약(空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인지 일각에선 업계의 예상보다 더 파격적인 정부안이 나올 수도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이처럼 게임업계의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개선되고 있는데, 정작 게임업체들은 다들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상당수 게임업체들이 폐업 또는 전업하게 될 것이라는 아주 절박한 얘기까지 회자되고 있다. 실제로 신생 스타트업들의 70~80%가 자금난과 시장진출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마디로 외화내빈인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인데, 문제는 그 이유를 뚜렷하게 진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와 다르게 시장 진입은 맘먹기에 달려있다고 할 만큼 활짝 열려 있다. 게임 수요 역시 해마다 급성장하고 있다. 수요 인프라를 보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두텁고 다양해 지고 있다. 더욱이 게임 개발 능력을 보면 빼어나다 못해 수려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스타트업, 특히 벤처, 중소업체들이 어렵다고 한다면 뭔가가 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할 수 있다.

게임계의 ‘돈’이 슬금슬금 어디론가 빠져 나감으로써 산업 자금이 고갈되고 있는 게 아닌지 먼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까 그 어항에 사는 물고기들이 허덕이고 힘겨운 것이다. 단순 계산을 해도 그렇다. 구글과 애플에 나가는 돈이 수입의 30%다. 과거와 다르게 바이럴 마케팅도 통하지 않는다. 따라서 유저들의 눈높이에 맞춘 마케팅 전략도 수립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먹혀 들지도 않는다. 그 비용 또한 상당하다. 이같은 제비용을 제외하면 남는 게 고만 고만하다. 이 마저도 게임이 어느 정도 시장에서 먹혔을 때의 얘기다. 따라서 도산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게임을 시장에 내 놓기가 쉽지 않다.

최근 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일반 벤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느는데 반해 게임업종은 그렇지가 않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투자자들이 이미 게임업계의 어두운 현실을 무섭게 꿰 뚫고 투자를 회수하거나 재 투자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예전처럼 일확천금의 꿈은 기대할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그들이 먼저 알지 않았을까.

업계 일각에서는 일부 게임 메이저들의 투자 우선순위가 바뀐 탓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미래 가치가 뛰어난 가상 화폐 등에 눈을 돌림으로써 게임개발이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처지다 보니 중소, 스타트업들이 자금 경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게 아니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게임으로 창업해서 현장을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고 있는 CEO는 몇사람 되지 않는다.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이들은 오로지 한 우물을 파겠다며 달려든 사람들이다. 그 때문인지 허투루 회사 자금을 쓰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미래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일부 대기업들의 투자 순위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현장을 지키고 있는 CEO 기업은 한 눈을 팔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시장이 쏠림현상과 도전 정신 실종으로 허덕여도 버텨내는 것도 바로 이들의 투혼 덕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다. 게임을 제외하고는 그 무엇도 할 수 없다. 그만큼 중요한 위치와 위상을 점하고 있다. 그럼에도 게임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수행을 위한 적시호이자 위기라 할 수 있다.

업계의 헝그리 정신에 가까운 투혼이 사라졌기 때문인가, 아니면 대기업의 생태계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기 때문인가. 그 것도 아니라면 정부의 산업 정책 운용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인가.

이처럼 부정적인 산업 징후에 대해 아무런 진단 없이 방치되는 건 소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산업이 더 이상 중병에 들지 않게 처방전을 통해 조치해야 해야 한다. 헝그리 정신이 사라졌다면 그에 상응하는 자긍심을 높여주고, 대기업의 투자 환경에 문제가 있다면 그들의 생태계를 다시한번 살펴봐 줘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정부 정책 방향과 운용이 산업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정책 조율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는 기회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게임 산업의 잔디가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절기상 입춘이 지났음에도 때 아니게 무슨 엄동설한인가.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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