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정신으로 장르 형식 파괴 '성공'…이들 이후 샤이닝 스타 사라져

국내 게임시장 규모가 지난해 10조 원을 넘어섰다. 2006년 ‘바다 이야기’ 사태가 터진 이후 10조 원 돌파는 처음이다. 그 첨병의 역할을 한 장르는 다름아닌 모바일게임이다. 주력 장르인 온라인 게임을 이선으로 끌어내린 모바일 게임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등 한국 게임산업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온라인 게임을 통해 김 택진, 김 정주, 방 준혁, 나 성균, 김 범수, 김 영만 등 기라성 같은 스타를 배출했다면, 모바일 게임의 단연 스타는 송 병준, 박 지영이다. 이들은 척박한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악전 고투하며 터전을 일궈 냈다. 이중 박 지영은 작품 개발과 그에 따른 흥행 압박으로 끝내 현업에서 떠나고 말았지만, 송 병준은 지금도 후배 개발자들과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다.

카카오 시대가 열리면서 모바일 게임시장은 크게 출렁이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이들이 전면에 나서는 등 춘추 전국시대를 방불케 했다. 이들은 기존 모바일 게임의 형식과 장르를 타파하며 승승장구했다.

선데이토즈의 이 정웅, 파티 게임즈의 이 대형, 데브시스터즈의 이 지훈 김 종흔, 씨드 나인(현 넷마블 몬스터)의 김 건, 액션 스퀘어의 김 재영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말 그대로 업계의 샤이닝 스타가 됐다. 주요 매체에서는 이들의 활약상을 대서 특필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그 얻어진 힘을 바탕으로 기업을 상장,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쥐는 쾌거를 이룩했다.

모바일 게임업계에서 피처폰 세대를 1기로, 카카오 모바일 게임세대를 2기로 , 그리고 본격적인 모바일 게임 시황이 조성된 2016~2017년 기점의 게임세대를 3기로 구분한다면, 이제 남아있는 모바일 게임계의 주요 인물은 송 병준(1기)과 드래곤 플라이트의 김 민규, 넷마블 몬스터의 김 건, 데브시스터즈의 이 지훈 김 종흔(2기) 등 4~5인 정도만 남아 있는 셈이다.

문제는 3기에 진입한 모바일 게임시장에 새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모바일게임시장은 최근 2~3년 사이 급성장했다. 카카오 게임 시대 이후 시장진입 장벽은 거의 사라졌다할 만큼 수급 채널이 다양해 졌다. 그 때문인지 벤처기업, 이름 모를 스타트업들이 대거 진입했다.

하지만 그 같은 움직임만 있었을 뿐이다. 내놓을 만한 작품도, 주목을 끄는 기업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 개발자들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올드 보이들의 활약상만 더 두드러졌다. 그 같은 바람에 힘입어 방 준혁은 모바일게임계의 대지주가 됐고, 김 택진은 양수겸장의 빼어난 장수가 됐다. 구관의 명장 김 정주는 와신상담하며 무술년, 올해를 겨냥하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면서 빚어진 결과다. 지금 모바일 게임판은 기형적이라고 불러도 뭐라 하지 못할 만큼 파행의 형국이다. 전체 시장 규모의 80%를 주요 메이저가 점유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 손 쳐도 신성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뉴 페이스 정도는 잉태되거나 만들어졌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조짐이 전혀 없다. 한마디로 제 2의 선데이토즈, 파티게임즈, 데브시스터즈 등과 같은 기업이 탄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한 가지는, 이렇게 척박한 토양 아래에선 아무리 좋은 품종의 씨앗이 라도 움트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되레 가분수의 시장구조로 인해 산업이 주저 앉아 버릴 수 있다.

밑가지가 없으면 나무는 성장할 수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어느 누구도 밑가지의 역할을 맡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이 정웅도, 이 대형도, 김 재영도 다 제 짐만 챙겨 나간 셈이다. 뭐라고 할 순 없겠지만 도덕적이라곤 할 수 없다.

시장 구조를 획기적으로 돌려 놓을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모바일 게임시장의 미래는 암담하다 할 것이다. 새 물이 유입되지 않는데, 그 속에서 물고기가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은 가히 무지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언젠가는 큰 나무도 거칠어진 토양으로 인해 버텨내기 힘들게 될 건 명약관화한 일이다.

인물이 시장을 이끌 것인가, 아님 시장이 인물을 만들어 낼 것인가. 때 아니게 떠오른 이같은 명제는 지난 연말, 한해 마감을 앞두고 터진 미디어업계의 기업인수합병(M&A) 소식 때문이었다.

내용은 월트디즈니가 경쟁사인 폭스의 주요 미디어 부문을 인수한다는 것이었는데, 그 규모가 무려 524억달러(57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수치의 빅딜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한때 국제 매물 시장에 헐값에 나온 월트디즈니가 어떻게 이같은 빅딜을 성사시켰느냐는 점이다.

여기엔 로버트 아이거(Robert Iger)란 걸출한 인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1951년 뉴욕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거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ABC 방송에 입사, 1990년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트윈픽스’를 기획하면서 능력을 평가받았다.

1993년 ABC 네트워크 텔레비전 그룹 사장을 맡으면서 아이거는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해 2005년 월트디즈니가 걸어온 길과 전혀 다른, 디지털 영상업체인 픽사를 무려 74억달러에 인수하는 모험을 단행한다. 그는 여기서도 멈추지 않았다.

2009년엔 주요 경영진이 모두 마다하는 데도 ‘엑스맨’ '어벤져스‘를 제작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마블엔터테인먼트를 약 42억4000만달러를 주고 인수하는 M&A를 선언했다. 그의 경영 발자취는 혁신과 새로운 도전의 길이라면 변신을 마다하지 않고 덤벼든 것이다.

모바일 게임시장은 지금 몸짓만 키운 채 덩그러니 벼랑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끄떡 잘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이대로 지켜만 보고 있을 것인가. 파이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혁신과 도전을 꾀할 때다. 무모하더라도 덤벼들어야 한다. 1~2기 모바일 게임세대들 처럼, 그렇게 말이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 1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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