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5월 국제회의서 질병코드 분류키로…업계 총력 저지 나서야

게임업계는 오래 전부터 ‘중독’이라는 단어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져 왔다.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일부 학자나 의사들은 게임이 중독현상을 일으킨다며 이를 병으로 보고 치료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왔다.

하지만 게임업계와 또 다른 편에선 학자와 의사들은 게임을 중독으로 보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게임이 중독을 현상의 야기해 사회적인 폐해를 일으킨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양측은 지금도 서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그리며 대립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도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 정부 부처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며 서로 대립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논쟁은 국제 사회에서도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규정하고 이에대한 질병코드를 부여키로 한 것이다.

WHO가 오는 5월 국제 게임 질병 분류(ICD) 11차 개정판 회의를 통해 게임과몰입 및 게임 장애를 정신건강질환으로 분류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일각에서도 이와 관련해 적극적인 찬성의사를 보이며 게임을 중독을 유발하는 물질로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게임과몰입을 '중독'으로 규정하고 이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하는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슈다. 이를 의학계의 일방적인 주장에 따라 질병으로 규정할 경우 그 파장은 엄청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마약의 경우 명확한 중독물질이고 마약을 흡입하거나 주사를 맞을 경우 법에 의해서 처벌을 받게 된다. 이를 운반하거나 판매하는 사람도 법의 심판을 받는다. 마약은 이를 이용하는 모든 사람에게 환각과 중독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마약은 사회적인 유해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게임이 중독현상을 일으킨다고 보는 것은 근거가 매우 약하다.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두뇌활동이 마약을 취했을 때와 똑같이 변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게임에 과몰입하는 사람들이 일부 있지만 이것도 게임 그 자체 보다는 개개인의 환경적인 요인의 작용이 더 크다는 것이 실험을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예를 들어 가정적으로 불우한 청소년이 게임에 심취해서 과몰입 증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게임이 과몰입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성향으로 인해 몰입하게 된다는 논리다.

그런데 게임 과몰입이 질병으로 인정되면 과몰입 현상은 ‘게임 중독’이라는 개념으로 확고히 자리잡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사회적으로 비난 받고 사라져야 할 암적인 존재로 인식되는 것이다.

이러한 일이 벌어진다면 게임인들은 지금 당하고 있는 부정적인 인식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사람들은 병균을 만들어 유포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게 인식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태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되겠지만 현재 WHO의 움직임으로 봐서는 게임과몰입이 질병으로 규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WHO도 문제지만 게임 업계에도 문제는 있다. 잘못된 제도가 만들어 지고 게임에 대한 주홍글씨가 새겨지려 하는데 먼 강 건너 불구경을 하듯 나 몰라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당장 먹고 살 걱정에 다른 것은 신경 쓸 여유가 없다고 하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지금 손을 놓고 있다가는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 벌어지고 말 것이다.

지금이라도 게임인들이 모인 협회에서 이 문제를 이슈화 시키고 정치 쟁점화시켜서 막아야 한다. 한번 규정이 정해지면 이를 되돌리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여가부의 ‘셧다운제’가 수많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게임인들에게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게임에 대해 ‘중독’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지는 것 만은 절대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것을.

[더게임스 김병억 뉴스 2 에디터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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