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원장, 쟁쟁한 경쟁자들 넘어서…코드인사 아님을 실천으로 보여주길

경쟁률이 무려 23대1이었다. 현상적인 것으로만 보면 상당한 경쟁률이다. 거기에다 1~2차 심사를 거쳤다. 서류전형과 대면 심사였다. 그리고, 이 가운데 세 사람의 적격 인물이 최종적으로 가려졌다.

대한민국 콘텐츠산업의 본산인 한국콘텐츠 진흥원장 공모 과정의 한 컷이다. 최근 이들 세 사람 중 한사람인 김 영준 교수가 원장으로 선임됐다. 23대1이란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원장이란 자리에 올라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주변에선 끊임없이 코드인사의 결과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원장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은 매우 역량있는 인물로 평하고 있다. 격식을 따지지 않고 기획력이 비상하다는 말도 주변에서 흘러 나온다. 또 그와 함께 동거숙 서거식한 정치인, 기관인들의 이름이 적지 않게 쏟아지는 걸 보면 그의 인맥이 연예계 쪽으로만 쏠려 있는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정치인과 잘 안다고 해서, 그 것도 여권의 인사들과 친하다 해서 코드인사라고 한다면 그 것은 폄하다. 원장 공모가 형식적이고 절차적인 것이라는 데 대해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다. 그렇게 보지 않을 수 없는 결과가 예상외로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콘텐츠산업계에서 바라본 김 영준 교수는 거의 무명에 가까운 인물이다. 이같은 코드인사가 아니면 거의 불가능한 발탁이다. 폄하인가?

그렇다면 아예, 원장 전형을 필기시험으로 대체하면 인사 잡음이 나오지 않을까. 억지 조합인 듯 하지만, 구성원들의 지지 여부를 묻는 투표율을 고려해 봄직도 하다. 필기 시험 도입은 말 그대로 우스갯 소리로 한 것이긴 하지만, 정상적인 인사 절차를 통해서도 낙하산 소리가 끊임없이 나온다면 구성원들의 지지율 등을 개량해 기관장 심사 결과에 반영하는 것은 그다지 나쁜 생각이 아니다는 판단이다. 이를테면 임원 추천 위원회의 심사 결과를 55%로 하고 구성원의 투표율을 45%로 반영하는 식이다.

그렇게 한다 손 쳐도 문제는 또 있다. 1~2차 심사 기준은 어떻게 정할 것이냐는 것이다. 인물 중심의 심사였다면 산업계의 무명 인사에 가까운 김 원장은 1차 심사에서 탈락했을 게 뻔하다.

산업계에서 나도는 얘기에 의하면 이번 한콘진 원장 공모에는 한마디로 기라성 같은, 이름만 대면 업계에서는 다 아는 인사들이 대거 응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A씨와 B씨는 유력한 원장 후보군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이들은 1차 서류심사에서 고배를 마셨다. 2차 대면 심사도 비슷했다. 가능성이 높다고 본 C씨와 D씨 등이 줄줄히 낙마했다. 임명권자 선택 범위에 들어가는 3배수의 원장 후보는 이번에 임명된 김 원장과 또다른 학계 출신의 E씨, 그리고 기관 원장 출신의 F씨였다.

그래서 인사는 만사일 수 밖에 없다 했던가. 어떤 식으로 하더라도 정부의 산하기관장 임명은 논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이제는 정부와 민간에서 고민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콘텐츠 산업계는 앞선 정권 인사에서 낙하산 인사, 코드인사의 병폐를 적나라하게 목도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낙하산 인사였지만, 그 티를 전혀 내지 않고 전문성과 시장 안목으로 산업 정책을 잘 이끈 인사도 솔직히 없지않다.

따라서 인사의 핵심은 제도의 운용의 문제도 그것이지만, 무엇보다 그 산업에 대한 정부와 임명권자의 관심과 애정의 정도 문제라 할 수 있다. 이를 다시 얘기하면 아주 작은 인사에도 반드시 산업에 대한 역사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 무현 대통령이 권력 심층부의 인사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인사 대상 1순위로 올라온 이가 다름 아닌 권력 실세인 비서실장의 매제였던 것이다.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 재인 대통령은 그러나 그 인사에 대해 단호히 안 된다며 면전에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렇게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문 수석은 첫째, 인사 대상자의 고향이 노 대통령과 같다는 점, 둘째, 현직에 있는 비서실장의 매제란 점을 결격 사유로 꼽았다. 그러면서 그런 인사를 하게 되면 과연 국민들이 대통령 인사에 대해 동의를 하겠느냐는 지적이었다.

김 영준 원장 발탁에 대해 여러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분명한 것은 방송 및 콘텐츠 분야의 큰 인물들의 경륜에 비춰보면 거의 약관에 가깝다는 사실을 부인키 어렵다. 그런 그를 정부는 낙하산 인사, 코드인사란 비아냥의 소리를 들어가면서 낙점했다. 대선을 성공적으로 이끈 논공행상의 결과인가 아니면 정부가 콘텐츠산업계에 대해 그 만큼의 깊은 애정이 있다는 뜻일까.

모든 걸 다 제쳐두고 굳이 후자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은 까닭은 한마디로 콘텐츠 산업계의 처지가 워낙 딱하기 때문이다.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속으론 헤질 대로 헤져 있다. 특히 게임과 방송은 심각하다. 뛰어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원장의 장도에 건투를 빈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 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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