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밍 기어는 기존 키보드와 마우스 등 주변기기에서 의자, 책상 등 가구 분야로 수요가 늘고 있다

멀티플레이 게임 인기에 동반 성장

구변기기서 책상. 의자 등 가구로 확대 ... 외산제품이 사실상 수요 주도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게이밍 기어’ 시장이 활성화된 한 해였다. 이전까지 키보드와 마우스, 헤드셋 등에 한정돼 있던 제품의 라인업이 책상과 의자 등 전문 가구로까지 확대되며 시장파이를 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게이밍 기어 시장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선 꾸준한 신제품 개발과 시장 수요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게이밍 기어 시장이 몇몇 국산 브랜드 제품을 제외하곤 대부분 수입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게이밍 기어는 말 그대로 게임 플레이에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액세서리로 인식돼 주류 산업으로 평가받지 못했다. 메인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컴퓨터, 콘솔 게임기에 비교하면 수요층이 크게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전문 제품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게이밍 기어에 대한 수요 역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컴퓨터를 구매하면 필수로 제공되는 키보드와 마우스도 여러 종류로 세분화돼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편의성을 추가하기 위한 기기도 속속 출시됐다.

# ‘오버워치’ 등이 1등 공신

게이밍기어 제품에 대한 수요는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등 멀티플레이 게임이 흥행하면서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두 게임 모두 혼자서 게임을 즐길 수 있지만 동시에 여러 사람과 팀을 꾸려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게이밍 기어의 필요성이 크게 부각됐다는 것이다.

먼저 ‘오버워치’의 경우 빠르게 진행되는 게임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한 키보드와 마우스에 대한 수요가 먼저 증가했다. 이후 팀을 꾸려 경쟁전을 즐기는 유저가 급증하면서 음성 채팅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헤드셋에 대한 수요도 확대된 케이스다.

‘배틀그라운드’ 역시 서비스 초반에는 키보드와 마우스 등 세밀한 조작을 위한 장비가 인기를 끌었지만, 스쿼드를 구성해 게임을 플레이 하거나 게임 내에서 들리는 여러 소리를 캐치하기 위해 음향기기에 대한 수요로 게이밍 기어 니즈가 옮겨갔다.

특히 두 게임 모두 필수적으로 마우스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마우스뿐만 아니라 마우스를 활용하고 관리하는 기기 역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마우스 선택에 있어 유저는 자신이 원하는 민감도를 설정할 수 있는 마우스를 선택하게 됐고, 동시에 자신의 손맛에 가장 잘 맞는 마우스패드를 찾는 수요가 증가했다. 실제로 시장에는 기본적인 플라스틱 재질의 마우스패드뿐만 아니라 고급 천, 알루미늄, 강화유리 등으로 제작된 마우스패드가 출시돼 유저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업계는 이런 시장 변화에 대해 사용자의 게임 플레이 패턴이 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게이밍기어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보이스 채팅이나 사운드 플레이 등 추가적인 장비를 필요로 하는 기능이 게임에 탑재되면서 게이밍기어가 선택 옵션에서 필수 조건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헤드셋의 경우만 보더라도 이전까지 혼자서 조용한 환경에서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사용했지만 이제는 멀티플레이 게임을 즐기기 위한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면서 “게임 트렌드가 협동 중심의 멀티플레이로 변화하면서 이에 대한 게이밍기어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가정서도 게이밍 환경 구축

게이밍기어 시장은 이제 하드웨어 중심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키보드나 마우스, 게임패드 등 주변기기뿐만 아니라 보조 저장장치나 가구 등 게임 플레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제품에 대한 시장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새롭게 주목을 받은 분야는 의자와 책상 등 가구들이었다. 과거 학습용 의자와 책상으로 이미지가 굳어지던 PC 환경은 이제 게이밍 체어와 게임 특화 책상 등으로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의자의 경우 고급 차량에 탑재하는 버켓시트 스타일의 의자에서부터 ‘사장님 의자’로 알려진 쇼파형 의자 등이 인기를 끌고 있고 이런 게이밍 체어의 사이즈에 맞춘 전용 책상들도 시장에 나오고 있다.

실제로 게이밍 체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제닉스의 경우 서울 지역에 오프라인 매장을 별도로 마련해 게이밍 체어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 ‘가구는 직접 만져보고 사야 한다’라는 대중들의 인식을 고려한 사업 전략으로 매장 조성 이후 지속적으로 제품 판매 및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콘솔 부문에 있어서는 기기에 바로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는 외장하드가 주목받고 있다. 이전까지 콘솔 기기의 용량 확대는 대부분 본체를 분해해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는 방식이었지만 AS 보장 불가 등의 이유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바 있다.

이에 게이밍기어 업체들은 USB 연결만으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외장하드 제품을 출시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PS4’와 ‘X박스원’ 모두 각 제조사 별로 라이선스를 받은 게임 외장하드를 출시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제품의 다양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쾌적한 게임 플레이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전까지 PC방 등을 통해서야 접할 수 있었던 게이밍 전용 환경을 이제는 가정집에서도 구현하면서 자연스럽게 게이밍기어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제닉스의 '게임 체어'는 대표적인 게이밍 기아 수요에 맞춘 제품이다.

# 해외 유명 브랜드에 맥못춰

하지만 게이밍기어 시장을 보다 활성화 시키기 위해선 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저의 수요에 따라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 제품 수요가 편중돼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업체의 시장 점유율도 높지 않다는 것이다.

게이밍기어가 가구와 저장장치 등 여러 분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시장 주력 상품은 키보드와 마우스, 헤드셋 등 주변기기가 차지하고 있다. 이들 주변기기만 놓고 보더라도 ‘철권7’ 출시 이후 아케이드 스틱의 수요가 급증하는 듯 했으나 채 반년을 이어가지 못하고 수요가 급감했다는 점은 게이밍기어 시장이 아직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

여기에 현재 국내 유통되고 있는 게이밍기어 제품 대부분이 해외 브랜드라는 점 역시 시장 성장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외산 제품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시장이 커진다 해도 이들 업체들의 신제품 라인업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국산 게이밍기어 업체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 대만 및 미국 업체들의 제품을 수입판매하는 업체가 대부분인 상황이다. 특히 키보드나 마우스, 헤드셋 등 고가 제품의 경우 대부분 해외 제품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에 만족하지 말고 새로운 파이를 찾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게이밍기어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를 뒷바침 할 수 있는 꾸준한 신제품 개발과 수요창출 노력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업체들의 경우 해외 업체들이 선점하고 있는 분야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틈새시장 수요층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가장 시장이 큰 키보드와 마우스만 하더라도 국내외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블루오션 개척을 통한 시장 공략이 절실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일정 수요층을 형성한 게이밍기어 제품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유저들의 수요에 따라 새로운 게이밍기어는 제품이 개발되고 또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면서  “이를 먼저 공략하기 위해서 게임 트렌드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각으로 시장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게임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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