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들어서도 규제습관 못버려…업계의 민심이반 현상 심각

정부의 조직개편 작업이 있게 되면 게임계의 시선은 늘 그랬듯이 정치권으로 모아진다. 혹시나 게임 주무부처가 바뀌는 게 아니냐는 하는 점 때문이다. 업계의 반응을 대충 정리해 보면 업계의 성상을 쌓은 층에서는 현행대로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가 맡아 해도 무리가 없지 않느냐는 입장인 데 반해, 그렇지 않는 장년층, 특히 스타트업 기업들은 더 이상 그 곳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크다.

문 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게임계의 초미의 관심사는 정부의 게임 기조와 정책 방향이 어떻게 수립되고 전개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지난 대선 기간 중 문 재인 후보 진영에서는 혁신경제를 언급하면서, 게임산업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들도 미래의 먹거리 중 하나가 다름 아닌 게임이 될 것이란 점에 대해 이의를 달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인지 게임계 인사들의 발길은 대거 문 재인 캠프에 몰려 들었고, 게임 유관 단체들은 더불어 민주당과 당과 직능 단체간 전략적 제휴라는 다소 파격적인 협약을 맺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문 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반년이 지났다. 새 정부가 시작되면 일정기간 비난을 자제한다는 허니문 기간도 사실상 끝이 났다. 최근 여야의 대립 행태를 보면 더 그렇다는 느낌을 준다. 어찌보면 여당도 야당도 바뀐 게 아무 것도 없다 할 것이다.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더 그렇다. 정책 대결이 아니라 거의 정쟁에 가깝다. 상대를 무대 단상에서 끌어 내야 살 수 있다는 막가파 식이 주류다. 그러다 보니 경제 정책이 바뀔 리 없고, 정무 행정이 변할 리 없는 것이다.

정부 조직 개편 작업도 문패만 새롭게 달았을 뿐 달라진 게 없다. 정부 정책 기조도 크게 변화된 게 없다. 정치권에서는 정권을 새로 창출했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빼았겼다고 야단들일 지 모르겠으나 산업계 입장에서 보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는 그렇게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게임 주무부처도 바뀐 게 없다. 지금도 문화부다.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바꿔보자는 목소리가 컸던 게 사실이다. 구조적인 혁신을 꾀하기 위해서는 비루하고 너절너절한 옷을 벗어버리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같은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게임업계가 최근 화들짝 놀란 일이 있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위) 산하의 인터넷방송업계가 비디오자키(BJ)들에게 하루 제공할 수 있는 별풍선 상한선이 1인당 최대 3000만원선이었다는 사실이다. 뒤집어 설명하면 인터넷 방송 시청자 한사람이 하루에 쓸 수 있는 돈이 3000만원이란 뜻이다.

게임업계의 입장에서는 기가 찰 일이다. 게임시장에서는 사행이 다소 지적되는 웹보드 게임의 한달 상한액이 최고 50만원이다. 이마저도 사용 금액이 추가되면 그 계정은 곧바로 중지된다. 현재 규제 상한액이 없는 모바일 게임도 50만원 선으로 정해 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상한액을 정하는 데 있어 주무부처가 문화부가 아니라 방통위였으면 과연 어땠을까. 업계는 달랐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 까닭은 방통위의 통큰 정책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산업마인드가 다르다는 것이었다.

게임 플렛폼의 주류가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바뀌면서 모바일 게임 유관단체들이 잇달아 만들어졌다. 게임이면 당연히 주무부처인 문화부에 법인 설립 절차를 밟아야 했다. 하지만 이들은 그 길을 가지 않았다. 하나같이 미래창조 과학부(현 과학기술 정보통신부)에 법인설립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유는 간단 명료했다. 문화부엔 오직 규제와 간섭만 있을 뿐, 산업 지원은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게임시장에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올들어서도 그 분위기는 변함이 없는 듯 순조로운 모습이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지만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주요 메이저사 매출은 가히 하늘을 찌를 듯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그 덕에 게임 내수시장 규모는 오랜만에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 성장세를 돌아섰다. 내수 뿐 아니라 수출도 마찬가지다. 올해 게임 수출은 사상처음으로 4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말 그대로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그런데 또 병이 도졌다. 게임이 잘 나간다 하니까 솥뚜껑보고 놀란 듯, 문화부가 또다시 규제의 보도를 갈고 닦고 있다는 소식이다. 게임법 시행령 개정안도 손에 쥔 채 협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속도를 내려 하니까 제동 장치부터 밟으려 하는 것이다. 이러다가 게임업계가 정부의 엉뚱한 처방전으로 또 역풍을 맞게 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산업육성 뿐 아니라 이용자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 문화부의 이율 배반적인 부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 것이 산업 진흥과 기반 육성이란 부처 정책에 반한다면 이 시점에서 주무부처의 깃발을 내려 놓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더욱이 게임의 태생적 한계로 꼽히는 중독과 폭력, 사행 등 3 대악 가운데 가장 하위 부문에 속하는 사행에 대해 주눅이 들어 벌벌 떨고 있다면 주무부처 자격을 먼저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시대 변화에 따라 문화부도 이젠 바뀌어야 한다. ‘바다이야기 사태’로 인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 혁신 문화를 꾀하는 이용자 측면을 고민한다면 더 그렇다. 부처 예산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다. 적어도 큰 그림이란 틀에서 게임을 바라볼 때가 됐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문 재인 정부의 문화 정책의 방향은 네가티브 방식으로 가야한다. 그러기 위해선 타 부처처럼 자신있는 모습의 통큰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게임 주무부처 논란에서 문화부는 결코 헤어나지 못할 게 분명하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 1 에디터/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