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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삼성과 e스포츠WCG이어 e스포츠단 매각에 충격…문화전쟁 시대에 판단오류 아닐까

10여년 전 필자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월드 사이버 게임즈(WCG)' 예선전을 취재하러 갈 기회가 있었다. 이 대회는 유럽 등지에서 유행하고 있던 ‘랜파티’ 형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각자 PC와 키보드 등 장비를 들고 와서는 대회장에 셋팅을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밤새 즐기며 경기를 치렀다. 스폰서를 맡은 업체들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인텔 등 쟁쟁한 글로벌업체들이 적지 않았다. 이곳에 모인 호주 젊은이들의 열기가 꽤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당시만 해도 e스포츠는 젊은이들만의 문화로 인식되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다. 삼성그룹은 이 같은 e스포츠의 미래를 내다보고 ‘e스포츠의 올림픽’을 꿈꾸며 ‘WCG’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많은 IT업체들이 동참했다.  

삼성 안에서도 e스포츠의 가능성을 크게 보고 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갔던 인물은 바로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을 맡고 있어 윤종용 씨였다. 그는 이 행사를 일일이 챙기며 세계적인 대회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현직에서 물러난 이후 WCG는 삼성 내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하게 됐다고 한다.

연간 수백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삼성전자의 입장에서 큰 수입도 안되면서 부정적인 이미지만주는 게임사업을 한다는 것이 마땅치 않았던 것이다.

한편으로 삼성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대회를 운영하다 보니 너무 삼성전자 위주로 돌아가게 되자 처음에 관심을 보였던 스폰서들이 하나 둘 등을 돌리게 된 것도 WCG의 쇠퇴에 큰 역할을 했다. 또 인터넷방송의 급성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오프라인 행사에만 의존하며 시대에 뒤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해가 갈수록 영향력이 떨어지던 WCG는 결국 문을 닫았고 상표권 마저 올해 초 스마일게이트에 매각됐다.

그리고 얼마 전 삼성그룹은 WCG에 이어 e스포츠 게임단도 KSV에 매각하는 등 e스포츠 사업에서 손을 뗐다. e스포츠를 포함해 야구와 축구 구단의 운영을 맡아온 제일기획은 KSV에 '삼성 갤럭시' e스포츠 팀을 매각한 것이다. 제일기획은 "게임단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e스포츠 전문 기업에 구단 매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지만 e스포츠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삼성 갤럭시의 '리그 오브 레전드' 선수단은 지난 11월 '롤드컵 2017'에서 최강자 자리에 있던 SK텔레콤 T1을 꺾고 세계 1위 자리에 올랐기 때문에 매각 결정이 갑작스럽다는 것이다.

게임은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놀이 문화며 e스포츠가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이 손을 떼는 것에 많은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이 e스포츠에서 완전 철수하는 것과는 반대로 중국의 텐센트는 e스포츠를 육성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누가 더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인지는 좀 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성장한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인 게임사업에서 손을 떼는 모습은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 세계는 ‘문화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문화가 바로 게임이다.

그렇다면 게임을 더 많이 이해하고 발전시키는 것이야말로 문화전쟁에서 이기는 길이 될 것은 자명하다. 삼성그룹이 텐센트처럼 게임사업에 과감히 투자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이 회사의 뿌리가 하드웨어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지금의 삼성전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연간 200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너무 경직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조직을 보다 부드럽고 창의적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기회를 다시 차 버린 것이다.

삼성은 과거에도 소프트웨어 사업을 정리한 전례가 있다. 바로 음악과 영화 등을 전담했던 영상사업단을 해체한 것이다. 이 회사가 영상사업단을 지금까지 운영해 왔다면 아마도 우리나라 문화산업의 양상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디즈니나 워너브라더스에 버금가는 기업이 될 수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열매를 맺기도 전에 사업을 정리해 버린 아쉬움이 또다시 게임사업에서도 재연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더게임스 김병억 뉴스2 에디터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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