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극복에 '게임'이 일등공신…'예술'이 되기 위한 필수적인 활동

IMF사태 20주년이다. 대한민국 초유의 국가위기 IMF극복에 '게임'이 일등공신임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한국게임사를 살피면, 80년대 후반 상업용 국산게임 등장 후, 90년대 패키지 게임이 꽃피는 듯싶었다. 하지만, IMF사태로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붕괴되었고, 게임산업의 중심인 유통망도 초토화 된다.

실업자로 내몰린 'IMF아버지'들은 PC방으로 재기를 꿈꿨고, 게임(인)은 아버지들의 꿈을 실현시켰다. 이렇게 하여, 90년대 후반 온라인게임 상용화와 e스포츠가 대한민국에서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국가위기 때, 게임인의 적극적 사회참여가 큰 몫을 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렇듯 중요한 '사회참여자' 역할을 해온 게임은, 새정부 들어서도 여전히 박해(?)를 받고 있다. ‘게임농단 4대세력’논란을 일으킨 당사자는 ‘근거는 없다’고 사과했지만, 게임계 전체는 손가락질 당하고 있다. 그저, 중독물질이나 사행류로 폄훼하는 이들에겐 '게임의 사회참여'는 뜬금없는 소리일 게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신 게임르네상스’를 위해, IMF사태를 극복한 게임인의 사회참여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그 일에 개입하거나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일이 ‘사회참여’다.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게임화)이 확산되면서 ‘사회참여’도 재조명 받고 있다.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 외 분야에서 플레이어(player)의 '적극적 참여(engagement)유도‘가 근간이다, 지금같은 게임계의 난맥상에서, 주요 플레이어인 게임인(게이머)이 활발한 ‘사회참여’ 활동을 전개할 분명한 이유가 있다. 

게임의 ‘신르네상스’를 위해 왕성한 사회참여가 절실하다. 어려울 때 일수록, 최우선적으로 게임인의 자립(自立)을 통한 적극적 사회참여가 필요하다. 한국의 게임산업은 이제 30년이 되어가지만, 천덕꾸러기 신세로 미움을 계속 받아오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게임인이 자립하여 당당하게 게임생태계 교란을 바로 잡아야한다. 그래야만, 사회 전반의 게임몰이해 해소가 가능하고, 예전 IMF시대처럼 주도적 사회참여가 가능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게임인이 자립하여 적극적 사회참여가 가능할까? 걸핏하면 ‘게임탓’으로 돌리는 풍조엔 게임인들의 책임도 작지 않다. 여느 문화산업처럼 '게임인'들도 선후배 동료들을 챙겨주고 아끼며 보듬기부터 시작하자. 눈을 돌려, 내 이웃들에게 내 지역사회에 베풀면 어떨까. 그런 미담들은 우리 게임인들이 더욱 많이 알리면 좋겠다. 보다 적극적으로 뽐내면 어떨까, 게임의 사회참여를. 영화인들처럼, 음악인들처럼, 예술인들처럼 우리 '게임인'위상도 높아지지 않을까.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게임문화 업그레이드를 통한 사회참여가 바람직하다. 온라인게임 및 e스포츠 종주국에 걸맞은 ‘게임문화’를 위해 정부와 게임인들은 무엇을 해왔나 반성해봐야 할 것이다. 한 때 2만을 넘었고 지금도 청소년아지트인 PC방은 20년전 IMF시절 그것과 무엇이 다른가. 누구나 즐길 가족형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은 불가한가. 신 게임르네상스에 걸맞는 새로운 게임문화 아이템을 통해 사회참여 방안을 모색하자. IMF때 쏘아올린 1세대 게임문화(온라인게임 및 e스포츠)의 신화를 잇는 ‘2세대 게임문화’아이템을 위해 게임인의 집단지성을 발휘할 때다.

덧붙여, 게임이 '예술'이 되기 위해서도 왕성한 사회참여는 필수불가결하다. 여느 문화예술인 처럼 우리 게임인도 사회 주요 이슈에 더 관심을 갖자. 작지만 중요한 사회참여 활동인 ‘성실한 감시’부터 시작하여, ‘소신있는 사회참여’로 확대해보자. 그러다보면 게임은 ‘사회참여예술’이 되고, 게임인은 ‘현장참여예술가’가 된다. '디지털 막노동'인 게임개발은 ‘개념있는 창작활동’으로 대치될 것이다. '크런치모드' 조차 밤낮으로 영혼을 불태우는 창작행위에 견줄만한 ‘예술적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사회참여’하는 만큼, 게임인의 사회적 위상은 높아질 것이 자명하다.

주변 어딜 둘러봐도 ‘게임기념비’ 하나 없다. 게임산업 30주년, 온라인게임 및 e스포츠 20주년이 되었건만 누구도 ‘기념’할 생각도 안한다. 그게 우리 자화상이다. 하지만, 반갑게도 몇몇 게임인들은 묵묵히 사회참여를 실천하고 있다. 사회이슈를 끄집어내어 공론화시키기도 하고, 따뜻한 봉사와 기부는 물론 몸소 살신성인도 행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그러한 게임인의 사회적 참여를 널리 알려보자. IMF때 보여줬던 게임인의 사회참여와 실천정신으로 다시 한 번 게임르네상스를 일궈보자. 광장에 ‘게임산업 30주년’ 아니, ‘온라인게임/ e스포츠 20주년’을 기리는 ‘게임기념수’라도 심어야하는 건 아닐까.

[김정태 동양대학교 교수 thatso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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