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정부 VR산업 정책 문제는…과기 ㆍ문화부로 이원화된 정책도 '걸림돌'

정부가 VR산업 육성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도 각 부처간 협력과 보여주기식의 전시행정, 정확한 개념 미정립 등 크고 작은 문제점들을 노출시키고 있다.

'가상현실(VR)’기술이 미래의 핵심산업으로 주목 받기 시작한 이후 정부에서도 VR산업 육성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각 부처간 협력과 보여주기식의 전시행정, 정확한 개념 미정립 등 크고 작은 문제점들을 노출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더 늦기 전에 정부의 VR산업 정책을 점검해보고 문제점을 개선하는 등 새로운 육성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VR산업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주도적으로 이 산업을 지원해 왔다. 특히 게임의경우 VR산업의 핵심 콘텐츠로 인식되면서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도 협력이 원활치 않은 것은 물론 개념정립도 되지 않아 혼선을 빚어왔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업계가 스스로 산업을 키워나가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정부에서 산업 육성에 강한의지를 보이면서 산업에 불균형이 초래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내 VR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내 VR시장 규모가 올해 1조 3735억 원에서 2020년 5조 7271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긍정적인 전망과 달리 현실은 많은 불안요소를 갖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특히 국내 시장 자체가 정부의 육성정책에 힘입어 형성되고 있는데,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정부부처가 여러 곳으로 나뉘어 있어 제대로 된 집중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 과기정통부가 주무 부처

VR 산업을 전담하는 정부부처는 과기정통부로 돼 있다. VR산업이 4차 산업혁명의 대표 주자이자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주목받던 2012년 이후부터 과기정통부(당시 미래창조과학부)가 육성 사업을 전담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부적인 사항을 보면 정부의 VR산업은 과기정통부뿐만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도 여러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VR산업 분야 중 게임에 있어서는 문화부 별도의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VR게임 보급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VR방' 역시 문화부가 담당하고 있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VR산업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정해져 있지 않다 과기정통부와 문화부가 중첩된 사업을 벌이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VR게임을 개발할 경우 게임에 포커스를 맞추면 문화부를 통해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VR산업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과기정통부의 VR 개발 관련 R&D 사업에 해당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두 부처가 서로 협력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박근혜 정부 때부터 두 부서는 모바일게임 분야에 대한 협력 MOU를 체결해 원활한 업무를 진행해 온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VR산업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협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두 부처 모두 사업 중복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나 대응 매뉴얼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정부가 주하는 VR산업 육성에 힘이 분산되는 경우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9월 출범한 4차 산업혁명 위원회는 구성원 중 VR 전문가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장병규 4차 산업혁명위원장은 “개인적으로도 4차 산업혁명 위원회의 우선순위에 VR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며, VR보다 더 시급한 사업이 많다”고 말해 타 정부 내에서도 점차 입지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다양한 분야로 기술 확산돼야

이처럼 정부의 육성정책이 분산되고 있는 것은 대부분의 VR 과제들이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는 게임 분야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화부뿐만 아니라 과기정통부도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게임산업에 대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VR정책은 대부분 2~3년의 기간 동안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작업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VR 플랫폼에 맞는 여러 조건들을 필수 항목으로 명시하고는 있지만, 대부분 게임과 영상 콘텐츠에서 주력으로 하고 있는 체험 및 몰입도 등을 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해외에선 장기간 프로젝트를 구성해 추진하는 국방, 우주항공, 헬스케이, 교육, 엔터테인먼트 등이 VR의 핵심과제로 연구되고 있다. 이와 비교하면 우리의 정책적 접근 장법이 매우 한시적이고 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일부 VR사업은 1~2년의 단기 프로젝트가 아니라 최소 5년 이상의 시간이 투자돼야 하는 것도 있다. 우리의 경우 이러한 장기 프로젝트를 실시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 게임분야 과제 역시 게임업체가 맡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고 있는 VR 복합 쇼핑몰 사업의 경우 지난 10월 ‘코리아 세일 페스타’ 기간에 맞춰 추진하던 사업이었지만 결제 관련 시스템이 프로그램과 충돌을 일으키면서 결국 반쪽짜리로 서비스를 시작한 전례가 있다.

당시 이 프로그램은 VR 환경 구성에서는 높은 완성도를 보였으나 액티브X를 활용한 결제 시스템에서 충돌이 발생해 VR환경에서는 제품을 구매할 수 없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업체가 참가하는 비게임분야 VR프로젝트는 프로젝트의 몰입도나 완성도는 뛰어나다고 할 수 있지만 돌발변수가 발생하면 제대로 대응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의 업체가 협업을 하는 것이지만, 현재 정부 주도의 정책 아래서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VR산업 지원정책을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VR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인해 VR산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VR게임방의 경우에도 작년까지 VR방이 급증했지만 이에 대한 규제는 전혀 없어 기존 관광진흥법에 따라 VR방을 관리하려는 모순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나마 올해 초부터 관련 법안이 개정돼 VR게임방이 양지로 나올 수 있었다. 이렇게 되기 까지는 VR이 집중적으로 관심을 받기 시작한 이후 무려 5년이나 걸렸다.

# VR 특성 정확히 이해를

뿐만 아니라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는 증강현실(AR) 및 혼합현실(MR)도 VR와 같은 사업에 묶거나,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세 분야 모두 실제로 활용되는 기술부터 하드웨어, 활용 예가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같은 사업으로 구분되고 있는 것이다.

AR의 경우 지도 등 실제 환경을 속에서 작동하는 기술이라면, VR은 가상으로 만든 환경에서 유저가 들어가 있는 듯한 체험을 제공한다. 이에 따라 두 기술은 기본적인 구성과 시스템 자체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업계도 이 같은 정부의 육성정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VR산업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시장이 위축될 경우 과거 3D 디스플레이가 찬밥신세가 됐던 것처럼 VR산업도 금방 잊혀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더게임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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