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수출ㆍ내수 모두 쾌속 질주…스스로 체질 개선 못하면 미래 암울

게임시장에 훈풍이 분다고 한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 게임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따른 산업계의 반응이 그런 것 같다. 수치상으로 보면 분명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 만큼은 분명하다. 이같은 추세가 계속 이어지면 올해 게임 내수 시장은 마의 10조원 대를 깨고 11조원 대에 진입할 것이 거의 확실시 된다.

지난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이후 내리막길을 거듭해 온 게임시장은 가히 고전을 면치 못했다. 무엇보다 제도권의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결정적이었다. 정치권은 규제의 막을 치는데 혈안이 됐고,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게임을 악의 축으로 부르며 게임업계를 벼랑 끝으로 내 몰았다.

이 와중에도 버티게 한 힘은 해외시장 수요였다. 지금도 게임 산업을 ‘수출 주도형’으로 부르는  것도 다 이 당시의 산업 현실을 빗대 나온 말이었다. 내수는 붕괴됐는데, 수출은 말 그대로 쾌속 질주했다. 국내 주요 산업들이 내수를 기반으로 해 수출에 주력한 것과는 아주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다름아닌 게임 산업이었던 것이다.

올해처럼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호조를 보이는 경우는 흔치 않다. 과거에도 올해와 같이 동조 현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규모를 일신하면서 파죽지세의 지표를 찍은 적은 일찌기 없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그렇게 내세울 게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인 것 같다. 업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심화된 데다 주요 수출국인 중국시장은 꽁꽁 얼어붙은 채 수출 시장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수 시장에서 실적을 내고 있는 기업은 넷마블과 엔씨소프트, 넥슨 등 극소수 기업에 불과하고, 상당수 게임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시장 판도가 온라인게임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바뀌면서 내일 터질 일을 전혀 예측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넷마블과 엔씨소프트 등 메이저 기업들이 높은 영업 실적에도 불구, 전전긍긍하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대박 작품 하나 보다는 스테디 셀러 여러 작품으로 포트 폴리오를 구축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 한다. 그만큼 대박 작품 만들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작품 개발 강박증도 심하고 흥행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그렇게 만든 작품이 각종 규제법으로 묶인다고 상상해 보라.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것이다.

문 재인 정부가 집권한 이후 게임시장에 대한 변화의 조짐은 분명히 있어 보인다. 게임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시그널이 이쪽 저쪽에서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관심도 과거와는 달리 문화적인 현상 뿐 아니라 산업적 가치 평가 쪽으로도 쏠리는 등 다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덕에 수요의 질이 달라지고, 산업에 대한 제도권의 인식이 변하고 있다. 게임계를 바라보는 사회의 눈높이도 긍정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방적이고도 편협한 시각이 완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건  게임업계의 이기적이고도 자기중심적인 태도다. 게임업계를 바라보는 제도권의 시선은 달라지고 있는 데 역설적이게도 게임업계의 체질은 하나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이다. 

엄격히 말하면 지금 게임시장에 불어오는 훈풍의 바람은 게임계가 투쟁해서 얻어낸 결과물의 후폭풍이 아니라, 정권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가치의 프레임이 등장한 데 따른 반대급부적인 성격이 짙다고 봐야한다. 그렇다면 이 상황은 아주 가변적이며, 예측을 불허할 수 있다고 보는 게 옳다. 훈풍이라기 보다는 태풍전야의 고요일 수도 있고, 착시를 일으킬 수 있는 신기루에 의한 바람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긴장의 끈을 놓치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계 일각에서는 ‘리니지 M'이 잘 나가고,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가 해외시장에서 대박을 쳤다고 하니까 이젠 됐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이는 천만의 말씀이다. 말 그대로 대박 작품은 시장에 불을 지피는 불소시개 역할에 불과했을 뿐이다. 그게 그동안 시장에서 보여준 대박 작품의 교훈이다.

영화시장에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 등장한 그 해는 늘 관객이 전년에 비해 줄었다. 하물며 게임이다. 영화보다 쏠림 현상이 더 심하다. 타 작품과의 공생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든다. 그래서 게임업계에서는 공생이란 단어가 없고, 협업이란 말을 쉽게 꺼내질 못한다. 하지만 이같은 고질적인 병폐를 극복하지 않으면 내일을 내다볼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엔 게임시장에 대한 제도권의 배타적인 수용 태도가 논란의 불씨가 되었다면, 앞으로는 잘 나가는 업체들의 일방 통행으로, 기형적인 산업구조를 잉태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렇게 될 경우 여러 병리적 현상을 피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따라서 한쪽으로 기우는 쏠림 현상을 막아야 한다. 그 것이 불가피하다면 그 얻어지는 기업 수혜를 함께 나누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쏠림 현상에 의한 부메랑의 바람으로 산업이 크게 황폐될 것이란 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게임 시장에 불어오는 훈풍의 바람은 업계에 던져주는 기회이자 위기라는 두가지 성격이 담긴 경고성 바람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외부의 보이지 않는 힘을 불러와 또다시 주저 앉을 것인가, 아니면 이기적이고도 자기 중심적인 체질을 바꿔 재 도약을 꾀할 것인가. 지금 게임계는 매우 긴요한 분기점에 서 있다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쏠림현상을 거두면 게임업계가 살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결코 새 비전을 함께 나누지 못할 것이란 점이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