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을 조기교육에 몰아 넣어…냉혹한 현실 제대로 바라봐야

새 정부 출범 이후 게임업계를 포함한 IT분야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코딩’을 중심으로 한 교육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교육부가 내년부터 코딩 수업을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 부문을 국어나 수학처럼 교과 과정에 포함시키기 때문이다.

코딩교육 의무화는 내년 전국 중‧고등학교를 시작으로 2019년에는 초등학교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이렇게 때문에 교육 분야에서는 갑작스러운 코딩 교육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선행학습 시장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코딩 선행학습의 경우, 사교육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학원과 과외는 물론이거니와 ‘코딩 유치원’이라는 이름으로 유아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생겨나고 있다. 주말이나 방학 시즌에 맞춰 캠프 형태로 진행되는 ‘코딩 캠프’ 역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21세기에 접어들면서 가수, 연예인, 프로게이머, 웹툰 작가 등 시장에서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항목이 급부상할 때마다 생겨나는 무분별한 부가 사업 활성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다른 것보다도 ‘아이들은 게임을 좋아한다’라는 단순한 관점 아래 코딩 조기교육을 어려움 없이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일부 학부모와 교육자들의 마인드는 이해하기 힘든 지경이다. 게임 개발 직군에 있어 가장 진입장벽이 높고 어려운 분야가 프로그래밍이며 그 시작이 바로 코딩이기 때문다. 이처럼 학부모들이 생각하는 것과 현실은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조기 코딩교육 열풍은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이 나라 모든 사람들이 코딩을 배워야 한다”라는 발언과, 오마바 당시 미국 대통령의 코딩 분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확산됐다. 특히 스마트폰 활용과 관련해 단순히 스마트폰 앱을 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프로그래밍과 코딩을 통해 앱을 개발해야 한다는 유명 인사들의 발언은 국내 교육 환경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국내 사교육 기관들은 코딩 조기교육 홍보와 관련해 입시전형에 반영이 돼 특목고 입학, 대학 입시에 필요하다는 과장광고와 함께 게임업체들의 실적을 예로 들며 학부모들을 코딩교육에 돈을 쓰도록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산업은 복합 문화 산업이기 때문에 프로그래밍 하나만 잘 한다고 해서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구조다. 게임 개발에 있어 코딩과 프로그래밍 분야는 없으면 안 되는 중요 부분인 것은 사실이나, 반대로 코딩만을 할 줄 안다고 해서 게임을 실질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여기에 국내 IT산업 전체를 보면, 프로그래머들의 근속연수가 가장 짧은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새롭게 도입되는 프로그램과 시장 트렌드에 최적화된 새로운 인재가 계속해서 시장에 유입되면서 인력 이동이 어느 직군보다 빠르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자행되고 있는 코딩 교육의 경우 실제로 프로그래밍 과정에서 큰 효과를 보기 힘든 내용과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코딩 교육 자체를 프로그래밍에 있어 필요한 수단으로 인식해야 하는데, 코딩 자체를 하나의 교과목으로 인지하도록 해 제대로 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을 코딩 선행학습이란 이름으로 조기교육을 시키는 학부모들이 얼마나 이런 현실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프로그래머는 게임 산업 직군 중 가장 많은 노동량을 소화해야 하고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앞의 허황된 이미지만을 보고 움직이는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비단 프로그래밍뿐만 아니라 모든 게임 관련 분야에 있어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실제 업무를 수행하게 될 아이들이 얼마나 게임 개발에 흥미를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게임 시장은 지금도 꾸준히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고 급변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코딩 조기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게임 개발에 흥미를 갖도록 하는 것이 더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학용 SD엔터넷 대표 ceo@sdenternet.com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