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스스로 만들어온 적폐 수두룩…변화 몰고올 마중물 역할 기대

게임 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경제적 비중과 사회적 역할 또한 증대되고 있다. 내수 시장규모로 보면 이미 10위권 안에 들어서 있고, 수출 비중은 콘텐츠 분야에선 절대적이라고 할 만큼 그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게 다름 아닌 게임이다. 경제적 가치를 놓고 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게임은 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아이콘으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관점에서 본 게임의 위치는 여전히 변방이다. 언제든지 던져 버릴 수 있는 계륵과 같은 존재다. 같은 눈높이로 보기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이 게임이 됐다.

그 때문일까. 게임계에 쏠리는 사회의 시선은 태생적인 문제점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가혹하다할 만큼 냉정하다. 날카로운 규제의 칼이 그렇고, 게임에 대한 제도권의 인식이 그렇다. 그 눈초리는 야박하다 못해 싸늘하다. 이 것이 자업자득의 결과라고 한다면 개선의 여지에 무게를 두고 몸부림쳐 볼 수 있겠으나, 그 것이 아니라면 정말, 이즈음에서 산업의 진퇴 여부를 놓고 신중히 고민을 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그렇다. 누구 말대로 덮고 나가면 그만이다. 손을 안대면 깨끗해 질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누군가는 돌을 맞아 죽을 각오를 해야 하고, 누군가는 반드시 손을 대야 한다. 게임계는 그렇게 몸부림쳐 왔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산업계의 덩치가 커진 만큼 그 사회적인 역할 또한 달라져야 했는데 그걸 몰랐다. 알면서도 안한 것인지, 아니면 몰라서 못한 것인지 속단할 수 없다. 그러나 때 아닌 고백을 하면 오로지 게임을 내다 파는 일 외는 세상의 인심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살펴볼 줄도 몰랐다 함이 옳을 것이다.

그렇다 보니 제도권과 대등한 위치에서 소통을 할 수 없었다. 항시 방어적이고 수세적인 자세만 취하는 모양 새만 연출하게 됐다. 이에 대해 동양대학교 김 정태 교수는 게임계의 7대 사회악을 언급, 나름 그 이유를 가늠케 해 줬다.

그는 최근 발표한 본지 칼럼을 통해 원칙 없는 게임제도와 낙하산 인사, 사행성 게임, 그리고 품성없는 지식, 크런치 모드, 베끼기와 공짜플레이, 한탕주의 맹신 등을 게임계의 7대 적폐로 꼽으며 척결을 강조했다. 그의 이같은 지적은 게임계 뿐 아니라 제도권의 책임까지 동시에 물은 것이긴 하지만 이 조차도 결과적으로 보면 게임계의 업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이를 놓고 고민하면, 게임계의 태생적인 것보다, 구조적인 문제점이 제도권에 더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요인을 제공해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까지 미치게 된다.

그렇다면 게임계가 과거,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논리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못할 짓을 한 게 아니라, 앞서 가다 보니 돌을 맞게 된 것이라는 것이다. 다만 병리적 현상에 따른 추의 균형을 제대로 못 맞춘 죄는 있다 할 수 있다.

역설적인 전제이지만 1세대 게임인들이 제도권과 보다 사회 친화적인 자세를 취했다면 어찌됐을까. 결과론이지만 게임의 사회성을 놓고 제도권에서 그처럼 무서운 칼을 빼 들진 못했을 것이다.

불통의 상징인 게임계의 풍토를 이제는 바꿀 때가 됐다. 중요한 사실은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끌려 다닐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지난 20 여년간 게임계는 말도 하지 못한 채 이리 저리 질질 끌려 다녔다. 마냥 그 자리만 사수하며 지키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김 교수의 지적대로 어느 날 그게 적폐로 해서 게임계에 돌아온 것이다.

오늘, 이 시각을 알리는 세계 경제의 시계는 예측을 불허한다 할 만큼 급변하고 있다. 과거의 선이 지금의 선이 아닌 경우가 있고, 합리적인 협상 테이블이 불합리한 방식으로 철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시류 흐름 읽기에 게으름을 피우다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능동적이며 적극적으로 변해야 한다. 게임계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부정적이라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려 놓는 것이다. 지금은 그 방향이 맞다.

게임은 더 이상 하수도 문화의 대명사가 아니다. 청정 아이템에다 고부가 상품이며, 미래가치가 뛰어난 프로덕트다. 예컨대 특정인, 특정기업, 특정 집단들로 깎아 내려져서 매도될 시장과 산업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그 큰 흐름에 변화를 꾀하지 못한다면 또다시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과 다름 아니다.

산업계와 제도권에 변화를 불러 일으킬 마중물의 역할을 수행할 게임 기업 등장이 절실한 때라 아니할 수 없다. 그리해서 그 기업의 작은 불이 더 큰 불로 이어져 게임계 뿐 아니라 우리 경제, 우리 사회를 밝게 비춰주었으면 한다. 적어도 이젠 그 정도의 역할을 수행할 게임 기업의 태동과 사회적 여건은 충분히 갖춰졌다고 본다. 과연 그 역할은 누가 맡아서 해 줄 것인가. 언필칭,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결코 당당해 질 수 없다.

  뉴스1 에디터/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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