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이어 모바일에도 '영향권'…쉽게 성공하려는 심리도 작용

최근 게임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과거에 유명했던 작품들이 시리즈로, 또는 모바일과 콘솔 등으로 플랫폼을 바꿔 등장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롭게 등장하는 타이틀의 가뭄도 심각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이미 잘 알려진 타이틀의 경우 인지도가 높고 초기 마케팅비용을 아낄 수 있는 등 여러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에만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새로운 유저를 끌어들이지 못하고 정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물론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또는 콘솔에서 모바일로 플랫폼이 바뀌며 빅히트를 기록하는작품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시장의 파이가 커지는 효과도 있지만 이 같은 상황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시장에 잘 알려진 유명 작품을 시리즈로 재탄생시키는 것은 콘솔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유행돼 왔다. 플레이스테이션, X박스 등 새로운 콘솔 기기가 출시되면 초반 타이틀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이전 기기의 인기 작품들을 신형 기기에 맞게 업그레이드 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소재 재활용의 움직임이 콘솔 게임에서 온라인, 모바일 플랫폼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특히 단순한 IP 활용이나 그래픽 업그레이드뿐만 아니라 시스템도 개선되면서 시장을 확장시켜 가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이 크게 늘어나면서 새로운 타이틀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게 됐다. 

# 모바일 게임서 두드러져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온라인 게임 타이틀을 활용한 작품이 속속 등장하며 큰 흥행성적을 거두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이 ‘뮤 온라인’을 그대로 모바일로 옮겨온 ‘뮤 오리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리니지’를 활용한 ‘리니지2: 레볼루션’과 ‘리니지M’이 속속 등장해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또 ‘테라M’과 ‘이카루스M’까지 유명한 온라인게임을 소재로 한 모바일게임들이 곧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 해외 판권을 활용한 작품도 증가하고 있다. ‘마블 퓨처파이트’와 ‘스타워즈:포스 아레나’를 시작으로 ‘파이널판타지’ ‘디즈니’ ‘레고’ ‘카카오프렌즈’ 등을 활용한 작품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면서 이러한 트렌드가 거대한 흐름을 이루고 있다.

온 라인 게임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과거에는 그래픽 업그레이드와 업데이트 등을 통해 작품 자체를 새롭게 탈바꿈시켜왔지만 최근에는 시리즈 성격의 신작을 대거 공개하고 있다.

모바일로 신작을 출시했던 웹젠과 엔씨소프트 모두 ‘뮤 레전드’와 ‘리니지 이터널’ 등 온라인게임을 공개했다. 여기에 넥슨의 경우 EA와 협업해 콘솔 게임으로 인기를 끈 ‘니드 포 스피드’와 ‘타이탄폴’을 온라인 게임으로 개발해 연내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유명한 판권을 활용해 다른 플랫폼으로 작품을 만드는 일이 핫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다.

# 글로벌시장도 예외 아니다

이런 시도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전까지 콘솔 게임과 PC 패키지 게임을 중심으로 시리즈물이 이어졌다면 최근에는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판권을 활용한 신작들이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로는 일본의 반다이남코와 스퀘어애닉스를 들 수 있다. 두 업체는 모두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게임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을 출시해 오픈마켓에서 매출 상위권을 달성하고 있다.

반다이남코는 ‘나루토’와 ‘원피스’ ‘드래곤볼’ 등 유명 애니메이션을 게임으로 개발할 수 있는 판권을 가지고 있어 이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을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현재 반다이남코가 출시한 모바일 게임들은 캐릭터 중심의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그래픽 퀄리티와 게임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스퀘어애닉스 역시 대표작인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과거 구형 게임기를 통해 출시했던 작품들을 모바일 버전으로 출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파이널판타지15'와 전략 게임을 더한 '새로운 제국' 등을 선보이면서 마니아층을 끌어 모으고 있다.

닌텐도의 경우도 여러 킬러 타이틀의 IP를 활용해 성공적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에 진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켓몬스터 판권을 활용한 ‘포켓몬GO’는 증강현실(AR) 열풍을 주도했고, ‘슈퍼마리오 런’과 ‘레이튼 교수’ 등을 론칭해 좋을 성적을 거두고 있다.

여기에 국내 게임 타이틀을 활용한 게임들 역시 해외 시장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열혈강호’와 ‘뮤’ ‘리니지’ 등의 작품들은 이미 중국 업체들과 국내 개발사간의 정식 계약을 통해 중국산 모바일 및 웹게임으로 출시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 새로운 무기로 시장 개척해야

유명 IP를 활용한 작품이 온라인과 모바일, 콘솔을 가리지 않고 계속 재생산되면서 업계에서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거의 영광’에 의지해 쉽게 성공하게 되면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시장이 살아나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소니가 PS4 출시 이후 기존 PS3 작품을 대거 리마스터해 출시하거나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의 리마스터 버전을 출시할 때에도 새로운 신작을 바라는 목소리가 많았다.

특히 최근 모바일 시장도 이 같은 흐름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들도 개발 기간이 길어지고 대형화되면서 한번의 실패가 곧 회사의 존폐로  이어질 수 있어 안전을 위해 과거의 성공작에 안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은 모험을 피할 수 있지만 게임 산업 전체를 놓고 본다면 제 살을 스스로 깎아먹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새로운 캐릭터와  스토리, 아이디어로 구성된 새로운 작품을 성공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만 보더라도 유명 IP나 게임 소재를 활용한 작품이 아니면 제대로 이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며 “완전히 새로운 소재와 IP를 제작하려는 움직임이 줄어든다면, 자연스럽게 게임 시장 역시 획일화되고 규모 역시 축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게임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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