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철옹성 인텔 흔들며 점유율 확대…인텔, 가격인하 맞불작전

엔텔과 AMD가 게이밍 PC 시장을 겨냥한 CPU 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게임이 점점 고사양 그래픽과 방대한 양의 데이터 연산을 필요로 하게 되면서 게임용 PC의  업그레이드는 늘 화두가 돼 왔다. PC 업그레이드는 크게 그래픽카드와 CPU로 나뉘어 진다. 이중에서도 당장 눈에 띄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그래픽카드에 대한 업그레이드가 우선적으로 이뤄져 왔다.

최근에는 그래픽카드에 이어 PC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CPU에서도 업그레이드가 활발히 이퍼지고 있다. 게임의 최적화를 위해 기존 단독 코어를 이용했던 게임 시스템이 멀티 코어를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이를 원활하게 소화할 수 있는 제품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PC에서 사용되는 CPU 시장은 사실상 인텔(대표 브라이언 크르자니크)과 AMD(대표 리사 수)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물론 중국이나 러시아 등 일부 국가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한 CPU도 존재하지만 시장 점유율이 채 1%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이 두 회사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인텔과 AMD를 비교하면 이전까지는 인텔이 PC 시장에서 CPU 점유율을 90%까지 차지하며 독점 수준의 행보를 이어온 바 있다. 당시 AMD는 CPU 가격 자체는 저렴하나 오버쿨럭을 해도 인텔 CPU와 비교해 제대로 된 성능이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되면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AMD는 그나마 콘솔에 탑재되는 CPU를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에 공급하며  매출 유지에는 성공했지만 메인 타깃이라 할 수 있는 PC 시장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AMD가 야심차게 내놓은 신제품을 통해 반격에 나서고 있어 양사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 '라이젠' 쾌속 질주

AMD는 지난 3월부터 신형 CPU ‘라이젠’ 시리즈를 시장에 순차적으로 공개하며 다시 게이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라이젠’ CPU는 AMD CPU의 장점이었던 저렴한 가격과 높은 가성비를 최대한 살렸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가격은 동급의 인텔 CPU보다 최소 10만원에서 30만원까지 저렴하고 성능은 인텔의 하이엔드 모델 시리즈와 비슷하게 나와 드디어 인텔과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이 나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최근 트렌드로 자리 잡은 인터넷 방송과 관련해 AMD 특유의 멀티쓰레드 기술이 적용돼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기존 PC 환경에서는 고사양 게임을 구동하면서 인터넷 방송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 2대의 PC, 전문적인 백업 및 추가 작업을 더한다면 3대의 PC가 필요했다. 하지만 ‘라이젠’을 탑재한 PC라면 한 대의 PC에서 게임 구동과 인터넷 방송 송출이 가능할 정도로 코어 관리가 원활하기 때문에 게임 방송을 하는 채널을 통해 ‘라이젠’이 입소문을 타는 효과가 발생하기도 했다.

여기에 ‘라이젠’은 추가적인 성능 개선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프로그램 패치 등을 통한 성능 업그레이드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게임이나 하드웨어 시스템은 인텔 CPU의 연산구조에 맞게 최적화돼 있는데, ‘라이젠’ 기반의 아키텍쳐에 맞는 설계가 더해진다면 성능이 최소 10~15% 이상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라이젠’에 대한 호평은 판매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10%를 넘기지 못해 고전했던 AMD의 CPU 점유율은 라이젠 출시 이후 30%에 가깝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출시 이후 CPU 판매 비율 역시 50%가 넘으며 새로운 수요층이 급증했다는 평가다. 즉, PC 시장에서 ‘라이젠’의 점유율은 계속 인텔을 추격하고 있으며, 점유율 격차도 비등한 수준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인텔은 쫓기는 입장이 되고 있다. 이 회사는 기존 점유율 유지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성능을 중심으로 내세웠던 인텔의 CPU 정책이 ‘라이젠’의 고성능과 가성비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인텔은 구모델인 ‘카비레이크’의 가격 인하로 맞불을 놓고 있다. 인텔이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고성능 CPU라는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가격 인하 정책을 더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신형 CPU 아키텍쳐인 ‘커피레이크’를 시장에 공개하며 분위기 반전에 나설 계획이다. 커피레이크는 고성능 저 전력이라는 기존 인텔 CPU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최적화 요소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코어 숫자가 기존 카비레이트에서 증가하지 않았고, 쿨링 시스템에 대한 개선점을 언급하지 않은 점은 이 제품에 대한 불안요소를 더욱 키웠다는 평가다.

# 인텔 현상유지하려면 변해야

이 회사는 기존에 90%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구축해 놓은 인텔 기반 PC 환경을  최대한 어필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라이젠’이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맞지만  전용 부품 부족, 시스템 최적화 문제, 멀티코어 지원 게임 수 부족 등의 문제가 있어 이를 집중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인텔의 높은 가격 정책과 제품 쿨링 시스템의 개편이 없다면 점유율 감소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AMD가 이전 CPU인 ‘불도저’ 이후 ‘라이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 만큼 인텔도 고질적인 단점을 해결해야 할 시점이 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인텔은 지난 몇 년 간 독점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가격 정책 및 내부 설계와 관련해서 매너리즘에 빠진 것이 사실”이라면서  “새로운 CPU를 지속적으로 공개하는 것 역시 중요하지만 시장에서 구매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이 먼저 돼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두 업체의 CPU 시장 경쟁은 게이밍 PC 시장에 모처럼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전까지 고사양 PC 구성을 위한 CPU는 인텔이 독점해 선택의 폭이 좁았는데, 모처럼 두 회사의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서 구매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CPU 시장에서는 이미 인텔의 ‘카비레이크’ 및 ‘커피레이크’뿐만 아니라 AMD의 ‘라이젠’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또 신제품이 나오기 앞서 기존에 출시된 구형 CPU의 경우 할인 프로모션이 자체적으로 적용돼 CPU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 상호경쟁 통해 기술력 업그레이드

특히 두 업체가 신기술을 도입한 CPU 개발 경쟁에 나서고 있어 CPU의 성능 역시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건전한 경쟁을 통해 상호 기술이  발전하고 이를 통해 유저들은 뛰어난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것이다.

그동안 CPU 시장은 빠르게 기술 발전이 이루어졌던 그래픽카드와 다르게 상당히 더딘 속도로 발전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핵심 연산 처리 장치인 코어의 숫자는 배 이상 늘어났지만 대부분의 기술 업그레이드가 공정 개편과 저전력에 집중되면서 사양 업그레이드는 고사양 제품에만 적용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인텔과 AMD의 경쟁으로 CPU 기술은 새롭게 발전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멀티 코어의 효과적인 활용에 대해 AMD가 ‘라이젠’을 통해 답을 제시함에 따라 인텔 역시 자신들만의 신기술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그래픽카드는 지포스, CPU는 인텔’이라는 이미지가 시장에 넓게 확산돼 있었는데 이번 ‘라이젠’의 등장으로 CPU 부분은 고정관념이 깨진 상황”이라며 “두 업체의 경쟁을 통해 고사양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게임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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