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 리마스터’ 과금방식이 화 불렀다

PC방계, 이중요금징수 공정위에 고발 … 자칫 게임업계 전체로 번질 가능성

 

PC방 업계가 최근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발매를 계기로 게임업체들의 과금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게임 라이선스를 구매한 개인 유저까지 추가 이용료가 부과되는 현행 문제에 대해 공정거래를 위반하는 이중 과금 행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생존 위기에 처한 영세 소상공인 업주들의 부담감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게임업체에서 PC방 업계와 상생할 수 있도록 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PC방은 온라인게임의 뿌리 역할을 해왔고 우리 게임 문화에 없어선 안 될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레드오션에 접어들면서 폐업이 속출하는 등 벼랑 끝에 선 상황에서 게임업체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PC방 업계가 게임 과금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앞서 정액제 및 종량제 등 과금 방식을 비롯해 가격 책정 수준 등에 대해 PC방과 게임업체와 대립해왔다.

또 게임업체들이 서비스하는 작품 수가 늘어남에 따라 여러 게임을 묶어 과금하는 방식이 도입되기 시작했으나, 이 역시도 순조롭게만 흘러가진 않았다. 인기가 많은 게임과 그렇지 않은 게임을 끼워 파는 등에 대해 PC방 업계가 부당함을 따지며 갈등이 고조된 것도 수차례였다.

이와함께 각 게임에 대한 PC방 전용 혜택에서도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지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과금 규모에 비견되는 혜택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았다.

 

# 경영환경 악화에 부담 가중

또 영세한 소상공인 업주들의 부담감이 가중되며 PC방 업계 전반이 침체기를 거듭함에 따라 이 같은 문제가 점차 심각하게 여겨지게 됐다. 이 가운데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발매를 계기로 게임과금 정책에 대한 문제제기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코리아는 앞서 지난 6월 ‘스타크: 리마스터’에 대한 PC방 프리미엄 서비스 과금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는 이 같은 내용에 대해 블리자드 측에서 PC방 업계와 어떠한 논의도 진행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정책을 결정했다는 점에서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개인 라이선스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프리미엄 서비스가 우선 적용되는 이중과금에 거세게 반발했다. 또 PC방 업계를 게임산업의 중요한 주체로 인정해주는 공동체 의식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 가운데 블리자드는 ‘스타크: 리마스터’ 발매에 앞서 PC방에서만 이 작품을 먼저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등 협업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인문협과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당초 과금 정책 그대로 서비스에 들어갔다.

‘리마스터’ 버전이 기존 ‘스타크’와 달리 블리자드 PC방 통합상품으로 과금이 적용됨에 따라 PC방 업주 입장에서는 추가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스타크’가 여전히 PC방 순위 상위 10위권을 유지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발생하는 비용 규모 역시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리마스터’ 버전이 발매되기 전인 지난 6월 기준 ‘스타크’는 1만 3000여개 PC방에서 17만 2317시간이 접속됐으며 각 PC방 평균 이용시간 791분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리자드 PC방 통합 상품은 400시간이 10만 23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에따라 기존 '스타크' 유저 수요가 모두 ‘스타크: 리마스터’로 전환된다고 가정하면, 매달 최소 10억원 이상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계산되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이를 지출해야 하는 PC방 업계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해왔다. 그렇다고 이 같은 비용을 감수할 정도로 ‘리마스터’ 버전의 파급 효과가 나타날지 역시 장담하기 어려웠다.

‘리마스터’ 버전은 서비스 이후 약 보름이 지난 시점까지 뜨뜻미지근하다는 평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깜짝 놀랄 정도로 폭발적인 기세는 없었다는 것이다.

# 그래픽만 바꿔놓고 새 게임?

일각에서는 그래픽 품질을 향상시킨 이름 그대로 ‘리마스터’ 버전이라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내용 측면에서는 새로울 게 없었고 요즘 세대들이 즐기기엔 불편한 조작 등이 한계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PC방 업계의 주장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블리자드의 과금 정책은 무료입장이 가능했던 공원의 입구만 새로 단장하고선 입장료를 받기 시작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PC방 업계는 또 기존의 SD 환경으로 전환해 게임을 즐겨도 동일하게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도 문제 삼고 있다. 이와 함께 ‘스타크 리마스터’의 PC방 전용 혜택이 부실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인문협은 공정거래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영세소상공인 비용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도록 게임과금 방식과 이중과금 부과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특히 현재 IP를 기준으로 비용이 책정되는 현행 정책이 업계 실정과 맞지 않다면서 ID 과금 방식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리마스터’ 과금 정책에 반발해 블리자드와의 가맹을 해지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는 매장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리마스터’에 대한 과금을 거부하는 보이콧 매장도 늘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인문협은 최근 이 같은 업계 의견을 수렴해 공정거래위원회 불공정거래신고센터에 블리자드를 신고하기도 했다. 때문에 향후 이에 대한 처분이나 조정 결과에 따라 PC방 업계와 게임업체 간 갈등 구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공정위 신고 내용은 ‘스타크: 리마스터’ PC방 과금에 대한 부당성을 비롯해 기존 ‘스타크’의 일방적인 로그인 방식 변경으로 인한 불편함 가중 등이다. 또 ‘리마스터’와 이전 버전 중 하나만 선택해 서비스해야 하는 것과 카드 자동결제 시스템 미지원에 대한 문제도 포함됐다.

# 또 다른 갈등 여지 많아

인문협은 또 블리자드뿐만 아니라 넥슨을 함께 신고했다. PC방에서만 고가의 게임료를 부과하는 것을 비롯해 게임료 자동이체 할인율을 강제로 낮춘 것 등이 주요 신고 내용이다.

이에따라 공정위 측에서는 사건을 담당할 조사관을 배정하고 본격적으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문협은 앞서 제출한 자료 외에도 지속적으로 관련 내용을 수집해 보강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인문협 측 관계자는 이 사건의 결과가 나오기까지 적지 않은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어떤 쪽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지도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 PC방 업계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게임업체와의 긴장 상태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이번 갈등의 핵이 된 ‘스타크: 리마스터’는 20여년에 달하는 오래된 작품이다. 이는 PC방 업계와 게임사가 협업을 해 온지 20년이나 됐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PC방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스타크 리마스터’는 하나의 단편적 사례에 불과하다면서 언제든지 새로운 갈등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플레이어 언노운스 배틀 그라운드’ 역시 현재 스팀을 통해 즐기고 있지만, 차후 카카오게임즈에서 서비스를 맡게 되며 변화가 생긴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는 업주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갈등을 거울삼아 게임사와의 상생 행보가 이뤄질 수 있도록 충분한 사전 논의를 갖고 서로 간 의견을 수용하며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nennenew@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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