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게임 내각’ 이란 희망의 불 켰다… 관계부처간 화음이 과제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게임산업에 대한 지원과 제도 개선을 언급할 정도로 큰 관심을 보여왔다.

이에 따라 게임업계도 그 어느 대통령보다고 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의 아들이 게임업체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도 힘을 보태주고 있다.

업계는 문 대통령의 취임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바로 ‘친 게임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라고 보고 있다. 과거 대통령들은 게임에 관심을 보이긴 했지만 피상적인 차원에 머무른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문 대통령의 경우 게임을 보다 잘 알고 세밀하게 관심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예전과는 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제는 ‘희망’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짧은 시간에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도 위험한 발상이다.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해서 갑자기 큰 변화가 일어나기 보다는 기존의 틀을 유지하면서 잘하고 있는 것은 더 힘을 실어주고 부족한 것을 찾아내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정치권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크고 작은 사건들이 연이어터지면서 대통령이 직접 게임산업을 챙기기를 바라는 것이 과한 욕심처럼 여겨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권이 바뀐 이후 새로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선임되는 등 새로운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도종환 문화부 장관은 수많은 문화산업 가운데 가장 먼저 게임업계 관계자들과 미팅을 가질 정도로 큰 관심을 보여준 바 있다. 이를 통해 문 대통령의 정책적인 방향을 실무 장관이 챙기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그동안 역대 대통령들은 게임 관심을 보이긴 했지만 구체적이지 못했다는 한계가 분명했다. 이에 따라 실무 장관들도 자신들이 알고 있는 선에서 부양책보다는 규제에 더 치우치는 모습을 보여왔다. 박근혜 정부와, 그 이전 정부인 이명박 정부 때를 돌아보더라도 게임 산업에 대한 진흥 정책보다는 규제가 담긴 정책이 더 주요하게 다뤄진 것이 사실이다.

물론 지난 정부에서도 게임산업에 대한 지원 정책이 없던 것은 아니다. 게임산업을 대상으로 한 중장기 진흥 정책이 꾸준히 시행돼 왔고, 급부상하던 e스포츠 및 모바일 게임을 대상으로 한 지원정책도 이뤄졌다. 하지만 전체적인 정책 흐름은 산업 진흥보다는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큰 변화를 감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다만 눈에 띄는 것은 가상현실(VR) 게임의 활로를 만들었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문화부는 최근 VR게임 사업 규제 완화 내용을 담은 게임산업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했다.

# 기존 육성책 유지하며 변화 모색

이 개정안은 ▲인터넷·컴퓨터 게임시설 제공업의 칸막이 설치 기준 개선 ▲게임물 관련 사업자의 영업시간 명확화 ▲인터넷·컴퓨터 게임시설 제공업자 준수사항 개선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VR방’ 등에 대한 명확한 사업 기준이 마련됐다.

여기에 규제개선을 위한 민관 합동 게임제도개선 협의체의 발족도 가시적인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정부 주도의 규제를 완화하고 게임업계 자율성을 강화하는 위한 협의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곳에서는 온라인게임의 성인 결제한도 완화와 청소년 아이템 규제,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업계는 또 새 정부 출범 이후 크고 작은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났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됐던 게임 개발 직군의 노동환경 개선 움직임과 확률형 아이템 이슈에 대한 자정작업을 게임산업협회 차원에서 추진하기 시작했고, 게임산업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아마추어 게임 제작자 및 인디 게임 개발사를 위한 지원이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산업활성화를 위한 첫 단추를 깔끔하게 끼웠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전 정부에서 게임 관련 이슈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던 것과 달리 지속적인 논의 및 사업 추진을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은 지난 박근혜 정부 때부터 언급된 것이지만 이를 위한 진흥 정책을 단계별로 추진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처음”이라며 “앞으로는 단순히 ‘진흥’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산업 전체를 전방위적으로 들여다보면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정치적 현안에 밀릴까 우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게임업계의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게임산업 진흥책이 구체화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실망감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이 지금도 여가부와 문화부 등 소속기관과 단체 별로 달라지는 만큼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표현되지 않는 다면 이전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도 게임산업을 수출 산업의 중심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정책이 나왔지만, 동시에 게임을 4대 악, 배척해야 하는 것으로 보는 비판적인 일부 부처와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제기됐다”며 “새 정부에서는 게임산업을 진흥하면서 동시에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변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일각에서는 새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계속된 미사일 도발과 한미 FTA 재협상, 사드 배치, 살충제 계란 파동 및 부동산 대책 등 굵직한 정치 경제적 현안들 계속 터져 나오면서  게임산업에 대한 정책이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과거에도 게임관련 현안들이 정치적 이슈에 밀려 논의도 되지 못하고 사장된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 인식변화까지 시간 걸릴 듯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정부는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을 잘 해가는 데 우선하면서 나머지 문제들은 차근차근 해결해 나갈 것이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석진영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 사무관은 “전반적인 게임산업정책은 진흥이라는 흐름을 유지하는 것에서 달라지지 않았다”면서도 “업계 이야기를 더욱 경청하고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게임을 즐기는 유저,  개발하는 업체와 더 많이 소통을 해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정책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초반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과거의 문제들이 다시 반복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우선 자율심의 확대 움직임은 작년 6월 개정안이 통과됐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에야 등급분류 사업자 신청이 이뤄지는 등 너무 많은 시간이 지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셧다운제는 제도의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가 제도 폐지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문화부와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뿐만 아니라 PC방과 게임 개발근로환경 이슈가 고용노동부의 최저임금 문제 및 근무 환경 실태 조사 및 시정 지도와 맞닿아 있다. 또 VR분야에 대한 사업 확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사업과 연결돼 있는 등 여러 부처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상태다.

이처럼 복잡한 문제들을 문화부가 단독으로 해결해 나갈 수 없는 만큼 모든 정부 부처가 거시적인 차원에서 게임을 새롭게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더게임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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