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표정 밝아졌지만 어깨에 힘 들어가 ...변화속 복지 부동의 조짐 보여

문화체육부가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번 조직 개편의 특징은 의사 결정이 빠르게 이뤄지도록 단순화 시켰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옥상옥인 듯 한 자리가 적지 않아 복잡하고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해서 조직이 슬림화된 것은 아니다. 일부 조직은 과거의 옛 모습 그대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조직을 보호하려는 부처 이기주의는 어느 정권 때나 발동하는 모양이다.

도 종환 장관 부임 이후 문화부 직원들의 표정이 매우 밝아졌다고 한다. 나름, 자신감을 되 찾은 것인가. 그랬다. 바로 직전 정부 말기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정책 입안 과정을 들여다 보면 그런 모습이 속속 드러났다. 정부라는 공적 조직이 저 끝, 골방에나 있을 법한 여인네의 치맛 바람에 휘둘렸으니, 그들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펴질 날이 있었겠는가. 또 그런 통한의 세월을 무려 4년이나 보냈으니 그들의 달라진 표정이 이해할 만도 하다.

변화를 꾀한다는 것은 좋은 조짐이다. 의욕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야 그 틈바구니 속에서 발전이란 새로운 사고를 견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속도의 문제인데, 너무 숨가쁘게 달려 가면 탈이 나고, 반대로 아주 느슨하게 진행하면 큰 흐름의 줄기를 탈 수 없어 타이밍을 놓치기 십상인 게 단점이다. 마에스트로와 같은 컨트롤 타워의 역할이 새삼 강조되는 부문이다.

사실, 공무원 조직의 생리는 능동적이기 보단 수동적인 쪽에 가깝다. 찾아서 하기 보다는 시켜야 하는 집단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위기상황과 시류의 편승함에는 대단히 빠르게 반응하는 집단이라는 것이다. 실세 장관이라고 판단되면 움직임이 고조되고, 그렇지 않으면 복지부동 자세다. 이같은 평가는 비단 어제 오늘만의 얘기는 아니므로 더 이상 새삼스러울 것 까지는 없다.

최근 문화부를 바라보는 산업계의 시선이 다소 애매모호해 졌다. 그 때문인지 정부 정책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별 말이 없다. 이같은 변화의 반응은 문화부가 산업계의 여론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거나. 되찾은 부처 위상에 취해 어느 사이 목에 힘이 한껏 들어 갔다는 뜻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제도 개혁을 위한 민관협의회 구성 논란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의 여론을 수용했으면 그렇게 협의회를 구성하지는 못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결국 기계적인 방식으로 인물을 구성한 것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그 것은 변화를 꾀하는 게 아니라 과거로의 회기다.

산업계에선 이를 두고 문화부가 라이벌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의 힘겨루기에서 약진을 거듭하자 거만해 진 탓으로 보고 있다.

그런 문화부가 국회에 대해서는 낮은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가 민의를 대변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지만, 문제는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번외의 일로 휘둘리고 있다는 것인데, 이를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이해되지 않는 모습이다. 주무부처가 형편없이 끌려 다니면 산업계가 힘들어진다. 최근 국회 쪽에서 과거에는 없었던 주문과 신호들이 잇달아 산업계에 보내지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도 볼 수 있다.

민간 기업을 위한 정부의 역할이 갈수록 줄어 들고 있는 건 사실이다. 더군다나 세계 무역기구(WTO)체제 하에서는 정부의 대 민간 기업 지원을 위한 정책과 자금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의 기능과 역할은 여전히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문화 및 산업 분야의 경우, 제조업과는 달리 새로 개척하고, 육성해 나가야 할 분야가 적지 않다는 측면에서 문화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할 것이다. 문제는 어제의 일을 되돌아보지 못한 채 언제 그랬느냐는 듯 산업계의 민심을 거스르는 등 일방 통행식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다.

정부란 지속성을 지닌 조직이란 점에서 지난 정부의 실정을 반성해야 한다. 더욱이 민심을 제대로 읽고 정책에 반영해야 하는 문화부가 그 역할을 소홀히 하고, 오히려 지역간 계층간 의 갈등을 야기했다는 점은 통렬히 비판받아도 마땅하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마치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과거의 습관을 그대로 드러낸다면, 그 것은 무엇보다 먼저 청산해야 할 적폐라 아니 할 수 없다.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가 얼마 되지 않아 멸망한 배경을 두고 평자들은 환관 조고(趙高)의 음모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보다는 시황제의 법률 지상주의를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마디로 민심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한나라 장수 유방이 진나라 수도 함양을 점령했을 때 법은 단지 세가지였다. 사람을 죽인 자에겐 사형을,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절도한 자에겐 처벌을 명했지만 진나라 법령은 모조리 없앰으로써 점령지 백성들로부터 큰 환영을 받았다. 민심을 얻은 것이다.

문화부가 정책의 힘을 얻으려면 힘센 장관의 부임으로 목소리를 키우는 일이 아니라, 문화부와 함께 호흡해 온 산업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변화를 꾀하는 듯 하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는 건 과거로의 회기다. 지금 산업계에선 문화부가 변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문화부의 태도는 이도저도 아닌 듯 해 보인다.

도 장관이란 힘센 장수가 무엇을 해 낼 것이라고 믿는 건 순진한 생각이자 천만의 말씀이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문화부의 힘과 역동의 원천은 산업계와 국민의 성원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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