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형태의 전자기기는 처음 론칭할 때 비싼 가격으로 인해 얼리어덥터들의 전유물이 되곤 한다. 그 때문인지 이들 얼리어덥터의 입소문에 따라 제품 소비의 희비가 엇갈리곤 한다.

미디어 기기의 대중화를 위한 제조건은 가격이고 다른 하나는 콘텐츠다. 제품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대중들이 구매하기 힘겨울 정도로 비싸다면 그림의 떡에 그친다. 또 저렴하게 제품을 구매해도 기기를 통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없다면 이 역시 무용지물이 된다.

그동안 비싼 가격으로 인해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었던 가상현실(VR) 기기들의 가격이 최근 잇따라 인하되고 있다.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VR'의 가격을 인하하기로 했다. '오큘러스 리프트'와 'HTC 바이브'의 잇단 가격인하에 가세한 것이다. 이에 따라 VR 구매 소비가 상대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VR가 시장에 등장한지 벌써 수년이 지났지만, 이 제품은 여전히 보급률 저하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보통 하드웨어의 보급률이 3~4% 정도에는 이르러야 시장을 형성한다고 한다. 하지만  VR 보급률은 정확한 통계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세계적으로 1%에도 훨씬 못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렇다 보니 콘텐츠업계가 움직일리가 만무한 것이다. 현재 VR기기는 사실 업소용으로 인식되고 있다. 과거 VCR 보급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과거 VCR 보급때에는 가전 업체들이 콘텐츠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판촉에 나서기도 했다. 이로써 VCR 보급 촉진은 물론 , 프로테이프산업이란 신 시장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그런 조짐은 전혀 없다. 그저 게임업계가 VR 게임을 개발하겠다고 하고, 그게 또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란 다소 이해할 수 없는 장미빛 전망만 증권가에서 쏟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그게 희망대로 그리 쉽게 되겠는가.   

게임업계 입장에서는 VR 게임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기에는 큰 부담이다. 사실  VR 보급률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면서 VR 게임을 내놓는다게 넌센스다. 이는 업체 입장에서 첨단 게임을 한번 내 본다는, 말 그대로  폼만 잡아보는 것이다.

 VR는 4차 혁명의 핵심기기중 하나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그 기기의 코어가 되는 콘텐츠라고 하면 게임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그 수요는 가히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가능성이 보이고 수요가 보이는 데 하드웨어 업체와 콘텐츠업체의 손발이 맞지않아 시장이 지리멸렬하고 있다면 참 고민스런 일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하드웨어 업체, 독단적으로 시장을 키우고 지배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콘텐츠업체들이 받쳐주고 주변산업에서 부채질해 주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그 산업을 육성하고 확대해 나가기가 쉽지않다.

VR업체들과 콘텐츠업체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로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할 것이다. 과거 VCR 보급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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