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NHN 파국 직전 합의점 찾아…선진적인 협상력 키워야 '윈윈' 가능

춘추전국시대의 병법가인 손자는 전쟁을 할 때 싸워서 이기는 것은 하수고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야말로 상수라고 말했다.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싸우게 되면 아무리 잘 한다고 해도 아군의 피해가 생기기 마련이다. 사망자와 부상자가 생기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잘 해서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 한다면 좋겠지만 막대한 피해를 입고 나서 간신히 이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를 두고 ‘상처뿐인 승리’라고 말 한다.

이렇게되면 전쟁에서 패한 나라뿐만 아니라 이긴 나라 역시 그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고 사람들의 가슴 속에는 치유할 수 없는 상처가 남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손자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최고의 전략이라고 말한 것이다.

정치나 경제분야에서도 이러한 전략은 반드시 필요하다. 내가 전부를 갖고 상대는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싸움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양쪽 모두에 너무나 큰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교적으로 협상전문가가 필요하고 경제계에서도 협상력이 요구된다. 협상을 잘 하는 사람이 유능한 사람으로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또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앞선 선진국의 경우에는 이러한 협상전문가가 활약하며 공을 세울 수 있지만 후진국일수록 협상을 자존심 상하는 일로 치부한다.

지금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이라도 전쟁을 벌일 듯 험악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대화의 채널을 가동하고 있으며 무력보다는 협상으로 문제를 풀어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치 전문가들 역시 북한이 도를 넘는 미사일 도발에는 신중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미국 역시 선제공격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섣불리 쓰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국제적인 차원의 갈등뿐만 아니라 작은 시장에서 물건 값을 흥정하는 것까지 세상의 모든 것이 협상에 의해서 움직인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협상을 잘 하는 사람은 사업도 잘하고 명예도 얻고 인정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게임산업계에서는 이러한 훌륭한 협상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산업의 역사가 짧기도 하고 상호이익보다는 독식을 더 중요시하는 풍토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관계가 처음에는 상호이익을 취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다가도 계약이 종료될 때는 어느 일방의 이익에 따라 관계가 깨지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원수로 바뀌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최근 카카오와 NHN엔터테인먼트가 모바일게임 ‘프렌즈 팝’의 서비스를 놓고 극적인 타협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프렌즈팝’은 NHN이 카카오 톡에 등장하는 이모티콘을 캐릭터로 만든 모바일게임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캐릭터를 활용하다보니 론칭 초반부터 큰 인기를 끌었고 양사에게 적지 않은 수익도 안겨 주었다.

그런데 계약기간 만료를 앞두고 두 회사가 갈등을 빚게 됐다. 카카오가 더 이상 ‘프렌즈팝’의 서비스를 하지 않고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NHN은 즉각 반박하며 특별한 하자가 없는 상황에서 계약 종료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렇게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타협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이 문제가 언론을 통해 공론화되면서 두 회사는 극적인 합의점을 찾게 됐다. 카카오가 그동안의 채널링 서비스방식을 퍼블리싱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는데 NHN이 이를 받아들이고 ‘프렌즈팝’의 수익배분을 양사가 협의하며 만족할 수준에서 논의키로 타협점을 찾은 것이다.

이처럼 극적인 합의를 통해 양사는 ‘프렌즈팝’이라는 소중한 자산을 공유할 수 있게 됐다. 경제적인 이득뿐만 아니라 이 작품을 즐겨온 유저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게 됨으로써 더 큰 이득을 함께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게임업계에는 서로 협력했던 업체들이 등을 돌리며 많은 갈등을 만들어왔다. 이 같은 갈등은 결과적으로 유저들의 피해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이제는 우리 게임업계도 모든 것을 내가 독식하겠다는 후진적인 협상보다는 서로 나누면서 더 먼 앞날을 내다볼 수 있는 선진적인 협상력을 키워야 하지 않을까. 

[더게임스 김병억 뉴스2 에디터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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