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의 힘. .. 척박한 국내 환경 바꾸는 노력 절실

전세계 최대규모의 게임전시회 중 하나인 ‘차이나조이(China Joy)’가 지난 7월 27일부터 30일까지 중국의 상하이(上海)에서 개최되었다. 규모를 뽐내듯 작년보다도 더 넓은 전시공간에 더 많은 게임이 채워졌다.

주목할 만한 점은 전년도에 비해 중국산 게임의 비약적인 발전과 e스포츠 및 게임방송의 성장, 그리고 VR콘텐츠의 축소였다. 사실 아직까지도 중국의 게임개발력을 우리보다 한 단계 낮게 폄하하여 보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중국게임산업에 대해 그 규모는 대단하지만 내공이 부족하다고 자위하는 시각으로 중국게임산업을 바라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차이나조이를 경험하며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위험한 인식이지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중국의 게임산업은 그들이 늘 가지고 있던 최고의 강점인 비교 불가한 규모를 바탕으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산업으로서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사회적 인식이 가세해 단단한 생태계를 구축했다. 깊은 기초 위에 디테일이 더해지면서 그 힘이 더욱 살아나 꿈틀거리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 게임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소녀전선(Girls' Frontline)’은 물론 일본의 세계적 IP를 활용하여 제작한 ‘음양사(陰陽師)’를 뜯어보면 그 힘을 느낄 수 있다. 중국이 이제 우리가 상대하기에 버거운 강자로 성장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상하이에 머무는 며칠 간 필자의 머릿속에는 온통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한자성어로  가득 차 있었다. 귤이 회남(淮南)에서 나면 귤이 되지만, 회북(淮北)에서 나면 탱자가 된다는 이야기다.  잎은 서로 비슷하지만 그 과실의 맛은 다르며 그 까닭은 물과 땅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금의 우리와 중국의 게임산업을 비교해보면 너무도 비슷하다. 대한민국의 게임산업은 중국보다 훨씬 먼저 꽃을 피웠다. 온라인 귤화위지(橘化爲枳)의 고사와 게임의 종주국이며 e스포츠의 종주국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만큼 독자적인 게임산업을 발전시키며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던 때가 있었다.

반면 중국의 게임산업은 수입한 대한민국의 게임들이 지배하였고 어떻게든 게임개발 기술을 전수받으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었다. 그렇게 십 몇 년이 흐른 지금의 상황은 그 때와 판이하게 달라졌다. 엄청난 규모의 자본을 바탕으로 중국은 전세계의 대형 게임개발사 및 퍼블리셔를 사들이기 시작했고,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게임강국으로 발돋움했다.

우리 게임산업이 기형적 생태계 속에서 제자리 걸음을 계속하고 있는 동안 중국산 게임이 국내 게임시장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했고 국산 게임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IT강국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중국보다 훨씬 먼저 PC온라인 플랫폼에서 모바일 플랫폼으로의 패러다임 쉬프트를 이뤄내며 모바일 게임 시대를 열었던 우리가 양극화 현상으로 중소게임개발사들이 하나 둘씩 문을 닫아가는 동안 중국은 세계적인 IP를 확보하며 경쟁력 있는 모바일 게임 콘텐츠로 전세계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e스포츠의 종주국이라 불리며 전세계에 화려하게 데뷔한 우리가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는 게임규제와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그 명목만을 간신히 이어가고 있을 때, 중국은 국가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활성화된 리그를 보유하고 있으며 PC는 물론 케이블TV 그리고 모바일 방송을 통해 더욱 견고한 밸류체인을 구축해가고 있다.

과연 그 이유가 무엇일까. 시작은 늘 우리가 먼저였고 그 꽃도 먼저 피웠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중국이 훌륭한 화원을 이루는 동안 우린 화분 안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안영(晏嬰)이 초(楚)나라의 영왕(靈王)에게 했던 말처럼 잎은 서로 비슷하지만 과실의 맛이 다른 이유는 물과 땅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게임산업은 화원을 이룰 수 없는 물과 땅 위에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이 중독물질이며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절대로 가까이해서는 안될 사회적 악(惡) 으로 배척되고 있는 사회에서 어떻게 게임산업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겠는가. e스포츠선수들이 연예인과 비슷한 인기를 누리며 리그 전용 경기장이 도시마다 건설되고 대학마다 관련 학과가 개설되며 방송을 통해 게임경기를 누구나 즐기는 중국의 게임산업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귤화위지의 고사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된다.

탱자로 성장할 수 밖에 없는 물과 땅을 바꾸지 않고서는 결코 우리는 귤을 수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삼하 서강대 게임교육원 교수 funmaker@sogang.ac.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