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ㆍ중국산 제품이 시장 장악…중소업체 살릴 제도 마련 시급

국내 콘텐츠 산업을 언급할 때 1순위로 나오는 분야는 단연 영화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영화산업의 경우 지난 1998년 최초의 멀티플렉스 영화관 체인인 CGV가 설립된 이후 현재까지 전국 어디서든 어렵지 않게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대표 문화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이런 영화 산업이 매년 지적되는 사안이 있다. 바로 흥행영화를 멀티플렉스에서 노골적으로 밀어주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그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상영관은 관객 점유율과 예매 수요 등을 이유로 흥행 영화의 상영관을 하루에 2~3개 이상 확보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많으면 5개, 심할 경우에는 8개 이상으로 확대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문제는 관객이 집중되는 황금 시간대에 더욱 분명하게 나타나는데, 하나의 영화를 동시간대 4~5개 관에서 동시 상영하는 상황도 벌어지면서 영화 선택의 폭 자체를 좁혀버리고 있다. 평균 하루에 6~8개의 영화가 상영되는 영화관이지만 실질적으로는 1~3개의 영화가 영화관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는 이런 문제가 화제작인 ‘군함도’를 통해 나타났다. ‘군함도’는 현재 누적 관객 500만명을 돌파했고, 역대 흥행순위 100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흥행 광풍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스크린 독점이 과도할 정도로 진행되고 있어 의도된 흥행이 아니냐는 지적도 같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국내 영화의 보호 및 활로개척을 위해 스크린 쿼터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렇게 국산 블록버스터 영화를 대상으로 몰아주기 상영이 자행될 경우 이렇다 할 해결 방안이 없다는 지적이다. 물론 ‘군함도’의 경우 감독이 직접 아이맥스와 같은 특수관과 예술영화 상영관에서는 영화 상영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는 하지만, 이런 요청은 이미 스크린 독과점으로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다.

이런 영화계의 상황을 지켜보며, 필자는 게임계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특히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모바일 오픈마켓 시장에서 대기업들의 시장 독점은 영화계의 스크린 독점과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는 형국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과거 모바일 게임은 누구나 게임을 개발하고, 오픈마켓에 빠르게 올려 글로벌 단위로 사용자와 소통하는 것이 가장 큰 메리트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장 매출의 대부분이 대기업 모바일게임에서 나올 정도로 시장이 편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런 상황 자체가 대기업들의 물량공세와 더불어 유저들의 선택과 결제의 결과로 이어진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압도적인 광고와 프로모션을 기반으로 시장의 주류가 된 그들과 경쟁을 하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특히 일부 업체에서는 순위 조작을 위해 중국의 대행 서비스를 의뢰하고 있다는 루머가 퍼지고 있어 분위기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시장, 특히 세계 제1의 시장이라고 평가되는 중국으로 넘어가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중국 업체들의 대규모 물량공세도 그렇지만, 중국의 자체 규제 정책으로 인해 제대로 된 게임 출시조차 힘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중국 게임들은 국내 서비스에 있어 이렇다 할 규제가 없는 것과 비교하면 역차별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이런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오픈마켓 시장에 스크린 쿼터제와 같은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모바일 오픈마켓의 초반 취지를 유지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 이미 레드오션화 되어버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유일하게 남은 장점이 누구나 게임을 개발하고 마켓에 올릴 수 있다는 점인데, 국내 대형 업체들의 드라이브에 밀리고, 중국 수입산 게임들에 밀리는 등 불가능한 상황에 아무런 준비 없이 내몰리는 것은 제도적 장치를 통해서라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주 노리아 대표  rococo@nor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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