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만 바라본다고 답 안나와…제도권과 사회에 신뢰 쌓아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민들의 시선은 청와대로 쏠리고 있다. 새 내각의 모양새를 갖춘지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국민들의 기대감은 말 그대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새 정부가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해 마치 속도전을 치르듯 내 달릴 생각은 없는 듯 해 보인다. 적폐를 청산하는 등 정치, 사회적으로 쌓여있는 묵은 때의 경우 과감히 벗겨 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경제 분야 만큼은 다소 숨을 고르는 듯한 양상이 바로 그 것이다.

이런 까닭인지, 일각에서는 경제 쪽만 떼놓고 보면 박 근혜 정부와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이냐는 지적이 없지 않다. 실제로 문 재인 대통령은 정치 사회적으로는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면서도, 경제 분야는 점진적 혁신을 꾀하겠다는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일단 수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최근 게임업계가 규제 완화를 촉구하고 나서는 것도 이같은 문 재인 정부의 개혁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규제 완화 정책은 새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가장 잘 쓰는 개혁 소재인데다 각료 입장에서 보면 부담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럴 듯한 대 국민 메뉴이기 때문이다.

온라인게임 결제 한도 철폐안과 셧 다운제 수정안이 정부 부처 안에서 구체화되고 있는 것도 실은, 업계의 요구도 그 것이지만 규제 상징의 혹을 도려냄으로써, 문재인 대통령의 개혁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과시해 보겠다는 새 정부의 경제 정책과 맞아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새 정부의 제도 개선안을 놓고 게임업계가 일희 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어찌보면 그 것이 업계의 자율 규제 노력의 결실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 이를 또다른 관점에서 해석하면 정치의 향배에 따라 언제든지 그 결과가 뒤바뀔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 등 제도 개선의 노력을 폄하하거나 깎아내릴 생각은 없다. 또 업계의 규제 철폐를 위한 노력으로 정책이 바뀌었다고 자화자찬할 마음도 없다.

이런 부수적 과제들은 정부와 업계와 그리고 사회 구성원이 서로 믿고 신뢰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란 점에서 그렇게 한쪽 편에 서서 일방적으로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게임계가 ‘흑역사 10년’을 언급하며 ‘산업의 변방’이란 자기 비하의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또 다른 사회 구성원들에게는 그다지 보고 싶지 않는, 변방 사람들의 무식한 자해 행위로 비춰지지 않았을까.

그렇다. 믿고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솔직히 그동안 게임업계는 사회 구성원을 향해 믿어달라고 호소해 왔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반대쪽에선 믿을 건더기가 있어야 믿지 않겠냐고 이를 외면해 왔다. 이렇게 양측의 상충된 거리는 생각보다 상당했다. 그럼에도 게임업계는 이같은 불신의 원인을 색안경을 낀 반 게임계 인사들 탓으로만 돌려왔다. 잘 나간다 하니까 경쟁 업종에서 게임계를 질시하고 미워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솔직히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게임업계가 믿게끔 한 그 어떤 건더기를 제도권에 보여주지 못한 건 사실이다. 내놓을 만한 기업 족보도 챙기지 못했고, 브랜드에 대한 소중함도 외면해 왔다. 그렇다보니 회사보다는 게임이 우선하는 풍토가 게임계 전반에 걸쳐 널리 깔려져 왔다.

회사가 좋아도 게임이 나쁘면 나쁜 회사가 되는 식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게임인의 산업 의식과 역사인식에 대한 논란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얘깃 거리가 아니다. 정말, 알 수 없는 일은 그처럼 책임 경영을 강조하면서 자신은 쉽게 뒷 선으로 물러나 이사회 의장 타이틀이나 쥐고 앉아 있다. 또 끄떡함 국내보다는 해외에 더 머물며, 그 거룩한 이메일로 현장 업무를 만지작 거리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무거운 짐을 혼자 짊어지고 회사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제조업종의 CEO들과는 한마디로 천양지차다. 이런 산업 분위기 속에서 전문가 집단 또는 역사 의식을 운운하는 건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계의 주요 책무는 좋은 작품을 많이 내는 것과 보이지 않는 사회 공헌 활동으로 요약할 수 있다. 미국 일본 등 관련업계는 그 때문인지 거둬들인 곡식을 결코 자신들 창고에만 쟁여 놓는 법이 없다. 그러나 대한민국 게임업계는 그렇지가 않다. 사회공헌이란 것도 오로지 이 기업, 저 기업이 한다고 하니까 그저 따라 하는 게 고작이다.

산업계 구성원간 나눔은 더 형편없다. 게임계 내에는 게임개발사와 퍼블리셔 등 업계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토양을 조성하고 이를 자양분으로 만들어 가는 기관과 단체들이 즐비하다. 따라서 파이를 얻는다면 이들 구성원들과 분배하고 나누는 건 기본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다.

법인세 납부는 당연한 기업의 의무이다 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직 주식 투자자들만 내다보고, 그들 입맛에 맞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만들어, 그 것을 토대로 법인세를 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작 분배하고 나눠야 할 돈은 없는 것이다. 말 그대로 졸렬한 경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회계 처리는 거의 죄악에 가깝다 할 것이다. 이는 국세청마저도 그렇게 하지 말라는 계산법이다. 그럼에도 전혀 부끄러운 줄 모른다. 이런 것들이 모두, 제도권과 정서적 괴리를 드러내며, 신뢰를 쌓지 못하는 부문들이다.

게임업계가 규제 완화를 외치기 보다 먼저 사회에 믿음을 쌓는데 더 힘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다 여기에 있다 할 것이다. 구성원들에게 작은 믿음조차 심어주지 못하면서 완벽한 자율 규제를 시행하겠다며 사회에 외치는 행위는, 마치 구지부득지의나 다름 아닌 행동이다. 불신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매일 정부만 쳐다보며 규제 완화를 주문처럼 외는 게 아닌가.

대 국민을 향한 게임업계의 태도 변화가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에 서 있다 하겠다. 그렇게 하면 정치권을 상대로 그렇게 눈치를 보며 절절 맬 필요도 없고 ‘흑역사 10년’ '변방의 산업‘이란 수식어들을 단 채 자존감 없이 살 이유가 전혀 없다 할 것이다. 게임업계도 이젠 떳떳하고 당당하게 제도 개혁을 촉구하고 참여할 때라고 본다. 그래야 정치권도, 제도권도, 사회의 분위기도 바뀐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 1에디터/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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