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세력들 여전히 남아 실력행사…문화부도 원점서 정책 재검토해야

정부기관 발표에 의하면 올해 1분기 게임산업 종사자는 8만명으로 집계되었고, 그 중 상장사직원은 10%를 넘는다. 새정부 출범이후, 8만의 게임인들과 8000명이 넘는 상장사의 게임인들이 정말 행복해졌을까 묻고 싶다. 국정농단세력들을 촛불로 끌어내렸지만, 아직도 우리사회에 만연한 적폐는 여전히 건재하며 게임계 또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바뀌었지만, 게임계는 고사하고 정치권도 구태가 여전하다. 제1야당의 혁신위원장은 일본의 A급 전범이 세운 ‘사사카와 재단’의 후원을 받아온 교수다. 반면, 프랑스는 이 재단이 후원하는 학술행사를 철회했고, 철회를 주도한  카롤린 포스텔 비네 박사는 소송에 고초를 겪고 있다. 비네 박사는 ‘학자(전문가)들의 사회적 책무 2가지(성실한 감시, 용기있는 고발)’를 주장하며 당당히 맞서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 학자들과 리더그룹, 특히 게임전문가들에게도 꼭 필요한 덕목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게임계에 보낸 러브콜을 우린 기억하고 있다. 게임인들로 빼곡한 커뮤니티에 ‘문왕’으로 등장해 환호 받았고, 스타크래프트 ‘문재인 전용맵’ 또한 게임인들의 주목을 끌었다. 아들 준용씨가 게임벤처 임원으로 밝혀지면서, 게임생태계에는 진정 새날이 올 것만 같았다. 이를 전후하여, 국회의원들과 게임협단체들의 주도로 십여차례의 토론회도 국회에서 개최되었다.

국회 토론회에 나선 게임전문가들과 협단체장들은 너나없이 게임산업 발전에 적임자임을 자처하는 메시지를 냈지만, 묵묵히 게임생태계를 일궈온 게임역군들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게임인들은 이구동성으로 게임생태계 복원을 기치로 내걸고 게임대통령을 연호했다. 앞의 게임전문가들과 협단체장들은 문 후보를 국회에서 지지했고, 같은 날 군소단체의 게임인들은 민주당사에서 문재인 지지선언을 하며 게임 등 디지털콘텐츠의 상생도 강조하였다. 그렇게, 게임인들의 갈채 속에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이 되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새정부 출범전후로 게임주무부처 논쟁이 불거졌고 진행형이다. 그간 게임을 관장해온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는 부적합하니, ICT관련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 등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문체부 장관낙점에도 불구하고 칼럼과 인터뷰와 토론회들을 통해 연일 게임주무부처 논란을 키워가고 있지만, 정작 8만의 게임계종사자들 대부분은 주무부처 이슈에 무관심하다. 개념있는 게임인들은 주무부처를 논할 때가 아니라, 지금은 문재인 정부를 도와 게임생태계 복원과 상생에 총력을 다하자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대통령이 바뀐 후 새 문체부 장관이 임명되었어도 게임인들의 좌절감은 여전하다. 게임계낙하산 인사들은 버젓이 게임판의 물관리에 여념이 없고, 아직도 수취인미상의 정책을 입안하고, 관성처럼 그 정책을 집행하고 있다.

특히, 국정농단 시기에 집행된 게임디톡스 사업은 미공개로 진행되고 있는데, 게임질병코드 제정에 열을 올렸던 보건복지부(복지부)를 필두로 미래부, 여가부 등이 게임중독원인을 규명하겠다며 수백억의 혈세가 배정되어있다. 설상가상으로, 여성가족부(여가부)의 새수장은 셧다운제를 더욱 공고히 할 기세라 우려도 크다.

이런 마당에 요란하게 부처논란을 키울 때가 아니다. 진정으로 게임생태계의 복원을 원하는 게임인이라면, 절차를 거쳐 임명된 문화부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어 게임생태계들의 현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챙기도록 도와야 한다. 문화부도 게임인들의 여망에 부응하여, 관련 정부부처들의 게임정책들에 대해 세세히 파악하여 납득할 수 없는 정책은 원점에서 재검토 해야한다. 또한 게임정책의 입안, 수립과 집행 절차도 점검하고, 정책담당관 및 산하기관 인사들의 재검증도 필요하다.

지금이야말로 그간 관행처럼 행해져 온 게임계 적폐들을 하나하나 따지고 바로잡아야 할 때다. 이 대목에서 비네 박사의 발언을 한국의 게임계로 치환해보면, 게임인(특히, 게임전문가)들은 게임생태계를 성실하게 감시해야하며, 게임계 적폐에 대해선 과감히 캐묻고 따져야 하며, 잘못된 사안은 용기내어 고발해야 한다. 우리 게임인이 아니면, 적폐세력에 의해 망가진 게임생태계를 누가 복원할 수 있단 말인가!

게임인들의 지지로 선출된 만큼, 문재인 대통령과 도종환 장관의 책무도 게임인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와 게임인들이 하나되어 게임생태계의 성실한 감시와 용기있는 지적과 행동을 실천하면, 야근과 주말특근에 쪄든 8만 게임인들이 정말 행복한 날이 올 거라 확신한다. 누구나 맘 놓고 게임을 즐기고, 맘 놓고 만들 수 있게 될 그날이 성큼 다가 올 것이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 thatso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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