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역행하는 강제 제도….고부가 미래산업에 주홍글씨만 덧씨울 뿐

기업 규제 철폐를 강조한 이 명박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업종별 방문을 시작했다. 청와대측은 당연히 제외될 것으로 예상됐던 게임업계의 방문을 대통령 일정에 끼어 넣었다. 당시 게임업계는 ‘바다 이야기 ’사태로 만신창이가 된 채 재기의 몸부림을 치던 때 였다. 게임업계는 크게 고무됐고, 정치 트렌드가 변화하는 징후라며 반가워 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방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뒤늦게 알려진 얘기로는 청와대 실무진이 초기 기획 단계에서 검토했던 사안이 부풀려 전해진 것이었다.

이 대통령이 다시 게임업계에 회자된 것은 이듬해 2월초 정부의 비상 경제대책 회의 때였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각 부처 장관들에게 경제위기 극복을 주문하면서 일본 게임업체인 닌텐도의 성공 사례를 언급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게임기 하나로 수천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일본의 닌텐도의 기업 소사를 설명하면서 우리 기업들도 이젠 이같이 뛰어난 경쟁력의 제품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지적은 상대적으로 높은 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자는 뜻이었겠지만, 게임업계를 비롯한 재계 일각에선 산업계의 현실을 너무도 모르는 대통령으로 불리는 계기가 됐다. 게임 플렛폼 가운데 시장 개척이 가장 어려운 분야가 콘솔 장르다. 그만큼 초기 투자 또한 엄청나다. 이 명박 정부의 패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 게임산업 진흥원을 없애 버렸다.

게임계가 주장하는 흑역사 10년은 그렇게 시작됐다. 오로지 수출만이 살길이라며 산업 전사가 된 게임계 인사들이 해외시장에서 악전 고투하며 몸부림을 쳤지만 산업 위상은 변하지 않았다. 콘텐츠 수출의 절대치를 게임이 차지할 만큼 지식 문화 산업을 이끌었지만 태생적인 문제점은 제도권으로부터 용인되지 않았다.

비행 청소년들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자, 그 화살은 게임업계로 빗발쳤다. 게임의 폭력성, 중독성, 사행성이 그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그러자 이 명박 정부는 또다시 게임계에 대못을 박아 버리는 조치를 꺼내 들었다. 최근 다시 논란을 빚고 있는 ‘셧다운제’다.

자정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만 16세 미만의 청소년들에 대해 게임을 할 수 없도록 한 ‘셧다운제’는 애초부터 실효성 논란으로, 창고에 쳐박혀 있던 제도였다. 일부 후진 국가들에서나 여론 무마용으로, 그것도 한시적으로 꺼내다 쓴 억지책이었다. 그런 ‘셧다운제’를 이 명박 정부는 만지작 거렸다. 그리고 청소년 보호 명분이란 이름으로 이를 가져다 썼다.

당시, 정가에서는 이를 두고 어리 버리한 문화부 장관이 여권 운동 등으로 목청을 가다듬어온 매파 여성 장관에게 먹혀 든 꼴이 됐다고 비아냥 댔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이를 지적하지 않았다. 희생양을 찾기위해 혈안이 된  정치권과 일부 사회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때 아니게 돌을 맞은 게임업계는 삼손이 힘을 잃어 버리 듯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주홍글씨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박 근혜 정부가 들어서서도 그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 투자 펀드는 여전히 움츠려 들었으며 대기업들은 게임을 쳐다보지 않고 외면했다. 주무 부처마저 게임업계에 손 뻗치기를 주저했다.

게임계 흑역사의 10년은 그렇게 흘러 왔다. 내수시장은 쪼그라 들었고, 해외 수출선은 사실상 붕괴됐다. 선순환 구조는 안타깝게도 무참히 깨져 버렸다.

미국 일본 중국 등 경쟁국들은 그 틈을 비집고, 기다렸다는 듯이 한국 게임시장을 유린했다. 지금 내수 시장엔 몇몇 우리 고목 나무들 만이 덩그러니 서 있을 뿐이다. 이 것이 다 ‘셧다운제’로 인한 피폐라 할 순 없지만, 게임계 흑 역사의 정점에 서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할 것이다.

여기서 선택하고 고민해야 할 것은 과연 게임을 살릴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덮어 두고 방치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일부 시민단체들의 주장대로 사회적 비용을 감안해 게임을 가둬둘 수 있다. 하지만 그 같은 포석은 하수나 하는 짓이다. 진정한 놀이 문화로서 승화 발전시켜 나가되, 산업의 보고로 육성 발전 시켜나가는 것이 게임의 미래를 위한 더 올바른 선택이 되지 않을까. 더욱이 콘텐츠 수출 시장에서 게임만큼 경쟁력을 발휘하는 상품은 더 이상 없다.

그렇다면 ‘셧다운’제는 이 시점에서 마땅히 폐지돼야 한다. 굳이 제도 실효성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할 필요조차 없다. 그건 게임업계의 자율에 맡겨두는 것이 시대의 흐름과 정부 정책 방향과도 맞다할 것이다. 정치권과 각 부처 장관이 나설 일도 아니다. 일부 시민단체에서 주장하는, 게임으로 인한 비행 청소년 양산 문제는 설득력을 잃어 버렸다. 이미 그 사안은 시대적으로도 복잡하고 미묘하게 얽혀 있는 사회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문 재인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대한민국 경제를 되살리려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규제를 혁파하고, 핵심 코어 산업을 집중 육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게임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코어이자 심장이다. 그런 산업에다 주홍 글씨나 다름없는 ‘셧다운제’를 덧칠해 놓아선 곤란하다.

그럼에도 제도 시행을 계속 고집한다면, 그 것은 전시 행정이란 낡아 빠진 훈장을 바탕으로, 게임을 지속적으로 흔들어 보겠다는 짓궂은 심사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게임 흑 역사 10년은 이제 이즈음에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삼손의 괴력의 힘을 잃은 게임업계에 다시 생기를 불어 넣어줘야 할 시점이다. 지금 게임 판을 들여다 보면 더욱 더 절실한 과제가 되고 있다 하겠다. 그런 측면에서 ‘셧다운제’의 폐지 여부는 문 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의 시금석이자 가늠자가 될 것이 확실하다. 더이상 늦추지 말고 용도 폐기해야 한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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