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모바일게임 양극화 배경과 전망…산업 생태계 일대 전환 절실

게임산업의 중심축이 모바일게임으로 옮겨간 이후 이 시장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소수의 선두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중소업체들이 생존 위기에 몰리는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또 이 같은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양극화 현상이 산업 발전을 저해하며 위기를 초래할 것이란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이는 결국 혁신이나 새로운 도전의 가능성을 막는 것과 마찬가지로 해외 시장 경쟁에서 뒤처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업계는 내부의 자구책뿐만 아니라 정부를 비롯한 외부 지원 역시 절실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게 아닌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바일게임 시장은 스마트폰과 오픈마켓 등장 이후 지각변동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이전부터 시장 변화를 예측하고 준비해왔던 업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모바일게임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게 된 것은 카카오 게임하기 서비스 성공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소수의 인력과 적은 개발 비용을 들여 1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성공 사례가 잇따라 나오면서 시장 변화는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반면 온라인게임 시장은 유저 기대치가 높아지고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개발 규모가 수백억원대까지 치솟게 됐다. 그러나 이 같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도 흥행에 실패하는 사례가 반복됨에 따라 업체들의 부담은 커져갔다.

이 때문에 벤처 및 스타트업 창업 도전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온라인게임 개발사를 나온 인력들이 모바일게임 개발을 위해 뭉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 스마트폰 등장하며 시장 급팽창

스마트폰의  보급은 모바일게임 시장 환경을 급격히 바꿔 놓았다. 이 같은 흐름을 타고 모바일 시장 규모도 급성장세를 기록했다. 또 신생 업체들의 대박 사례가 잇따라 나타나며 투자자 관심도 고조됐다.

그러나 실상 업체들의 생존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기만 했다. 이 과정에서  살아 남은 소수 상위 업체에 대한 쏠림 현상은 가속화됐고 다수를 차지하는 신생이나 중소 업체들의 기회는 점차 줄어들게 됐다.

과거 카카오 게임하기 등의 플랫폼 영향력이 막강했던 시기는 입점 여부가 작품 흥행과 직결됐다. 때문에 업체들은 이를 통과하기 위한 전쟁을 거듭해야만 했다.

한정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플랫폼 입점 싸움은 자연히 업체들의 박탈감을 키웠다. 이 같은 환경은 플랫폼에 대한 반발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입점 과정뿐만 아니라 서비스 단계에 들어간 업체들 역시 수익분배에 대한 불만을 가져왔다. 구글 및 애플 등의 마켓에 이어 퍼블리셔, 플랫폼 등을 거쳐 개발사가 얻는 수익이 50%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너무 낮다는 것은 끊임없이 지적되는 문제였다.

이에따라 개발사들은 한 작품을 어느 정도 흥행시켜도 간신히 연명하는 신세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작품 하나의 성과로 존폐가 결정되는 위기감을 계속 안고 가야 하는 열악한 상황을 벗어날 수 없었다.

이 같은 극한의 환경은 신생 및 중소 업체가 가져야 할 새로운 도전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결국 회사 유지에 필요한 투자를 받기에 급급하다 보니 인기작을 모방한 이도 저도 아닌 작품을 만들어 낼  수 밖에 없어 결국 문을 닫는 사례가 속출하게 된 것이다.

# 중소업체가 살아남기 힘든 환경

모바일 캐주얼 장르가 유행을 타던 시기에는 대다수의 업체들이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단계였다. 수백억 규모의 온라인게임을 개발하던 대기업은 물론이거니와 이제 막 첫 걸음을 뗀 신생 업체까지 모든 게 처음이었고 유행을 따라가는 것조차 버거운 일이었다.

그러나 캐주얼 장르의 인기는 그렇게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단기간에 포화 상태가 이르렀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더 이상 이전과 같은 대박 사례를 만들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기 시작했고 신작 역시 크게 줄었다. 이 같은 시장 흐름의 변화는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지만 중소업체들의 부담을 더욱 키울 수밖에 없었다.

캐주얼 장르 대비 개발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RPG 장르가 대세로 자리매김하게 됐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앞서 시장 개척에 성공한 사례와 같이 고수익을 바라지만 완전히 새로운 도전에 대한 위험성은 최소화하려 한다.

때문에 시류가 지난 캐주얼 장르 대신 RPG에 대한 관심을 보여 왔고 업체들은 이를 따라 RPG 장르 경쟁에 뛰어들게 됐다. 그러나 규모와 속도의 격차를 좁히기 어려워졌고 오히려 흥행 실패에 대한 위험성은 더욱 심각해졌다.

이 가운데 앞서 사업을 영위하며 기반을 마련하고 장기간 투자할 수 있는 업체들이 1년 이상 개발한 작품들이 속속 등장하며 시장의 판도는 크게 달라지게 됐다. 더 이상 신생 업체들이 유행을 따라 갈 엄두를 낼 수 없는 수준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이후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을 살펴보면 10년 이상의 경험과 탄탄한 경제기반을 갖고 있는 업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처럼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에 결과물의 격차 역시 클 수 밖에 없었다.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는 단일 작품으로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넷마블게임즈의 ‘리니지2 레볼루션’이 론칭 첫달 2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으며 최근 서비스에 들어간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은 하루 최대 매출 130억원을 달성했다.

‘리니지M’ 최고 일매출 규모는 몇몇 코스닥 업체의 연매출과 비슷한 수준이기도 하다. 사실상 경쟁이라 부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 매출 순위 50위권에서 100위권까지 중상위권 작품들을 모두 합쳐야 선두권 작품 하나와 비등해질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업체를 따라간다는 것은 중소업체로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따라 중소업체들이 여럿 모여 상생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지만 그 조차 큰 성과가 나오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강소업체 역량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각 분야별 지원 전략을 추진했으나 구심점을 유지하지 못하고 아쉬움을 남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쉽지 않은 돌파구 찾기

한국모바일게임협회가 중소 업체들의 권익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성과는 기대를 밑돌고 있다. 그나마 원스토어와 협력해 우수 작품을 선정하고 개발 및 서비스 과정을 지원하는 등 협업 사례를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개발비와 함께 마케팅 경쟁의 양극화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미 대기업들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경쟁을 거듭해왔기 때문에 중소 업체 간 협업이나 지원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는 것이다.

앞서 ‘클래시 오브 클랜’을 앞세운 슈퍼셀과 같은 외국 업체가 100억원대 마케팅 공세를 펼친 이후 국내 업체들 역시 톱스타를 기용해 TV 광고에 열을 올리는 양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 같은 마케팅 전략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나 업체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줄었다고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때문에 마케팅에 투자할 여유가 없는 중소 업체들의 경우 기본적으로 작품을 알릴 기회조차 없다는 것이다.

모바일게임 시장이 빠르게 성숙기에 접어듦에 따라 작품 개발 기간은 점차 길어지는 추세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게임 업체에 대한 투자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이에따라 회사 유지를 위한 투자조차 쉽지 않게 됐다.

때문에 개발사들은 퍼블리셔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퍼블리셔 역시 론칭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이나 실패에 대한 위험 부담이 커짐에 따라 새로운 것보다는 안정적인 것들을 선호하고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에따라 개발사들은 오히려 더 위험한 글로벌 시장 도전으로 내몰리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를 기회 삼아 중소 업체를 위한 해외 진출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기본적인 언어 현지화를 비롯해 준비 과정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는 것부터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편으론 생존 위기에 처한 업체들이 살아남아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도록 중소 업체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가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력서 경력사항이나 사업실적을 늘리기 위한 단발성이 아닌 체계화된 중장기 지원 과정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nennenew@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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