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아닛 씨앗 위해 움직이는 꽃…부처 간 협업이 생태계 복원 시발점

향일화(向日花 ), 조일화(朝日花), 산자연 하면 언뜻 무슨 꽃인가 하고 고개를 갸웃 거리게 된다. 하지만 그 꽃 이름이 해바라기의 다른 말이라고 하면 쉽게 수긍을 하게 된다. 햇빛을 따라 움직이는 식물 가운데 대표적인 꽃 나무가 해바라기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다. 꽃 이름이 ‘태양의 꽃’ ‘황금 꽃’으로 명명되다 보니 그렇게 불리고 있을 따름이다.

해바라기 하면 떠오르는 영화는 1970년 발표된 소피아 로렌 주연의 ‘해바라기’다. ‘두 여인’이란 작품을 통해 세계적인 거장 자리에 오른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대중  흥행작이란 측면 뿐 아니라 영화사에서도 새롭게 기록된 신 사실주의 작품이라는 데 큰 의미를 안겨준 화제작이기도 했다.

영화의 스토리는 간단하다. 세계 2차 대전을 배경으로, 징집에 끌려 나간 남편의 흔적을 따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떠도는 ‘지오반나’(소피아 로렌)의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우크라이나 평원을 배경으로 한 해바라기 숲이다. 특히 끝없이 펼쳐지는 들녘의 해바라기 숲은 가히, 장관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다. 또 이 영화에서 결코 빼 놓을 수 없는 것은 영화 음악을 맡은 헨리 멘시니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잃어버린 사랑’(Loss Of Love)이다. 남편을 뒤로 한 채 기차에 오른 ‘지오반나’의 심정을 그린 이 곡은 숱한 멜러 드라마의 배경 음악으로 쓰이기도 했다.

최근 도 종환 문화부 장관이 게임 생태계를 복원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러 가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발표했다. 언뜻 보면 새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옛 것을 다시 우려낸 것과 그리 크게 달라져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도 그게 어딘가. 블랙 리스트를 만들고, 게임이라고 하면 쳐다 보지도 않던 앞선 정권에 비하면 감지 덕지한 일이 아니던가.

하지만 과거 정권에서도 줄곧 봐 온 사실이지만, 문화부란 한 부처에서 생태계 로드 맵을 그리고 완성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니, 여기서 단언컨대 어렵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솔직한 답이다.  그 것은 무엇보다 자금 지원 능력부터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특정 부처 자금만으로 생태계를 복원시키는 건 아니다. 그러나 부처간 협업이 이루지지 않으면서 단일 사업 과제를 실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작업이다.

벤처기업과 게임 기업의 신설을 독려한 국민의 정부 시절, 문화부의 예산은 정부 예산의 1%에도 못 미쳤다. 순수 문화예산을 제외하면 산업 육성자금은 불과 수백억원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벤처가 떴고, 게임기업들이 기지개를 켰다. 일부 게임기업들의 몸값은 상상을 초월했다.

당시 청와대 정책 기획수석은 김 한길 전 민주당 대표였다. 필자가 그를 만났을 때 김 수석은 다짜고짜 벤처와 게임 기사 만큼은 놓치지 않고 정독하고 있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대통령께서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계속 지켜보며 묻고 계신다고 했다. 그래서 보고 싶지 않아도 봐야 하고,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그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를 종합해 보면 정부와 청와대가 함께 목청을 높인 셈인데, 이때 만들어진 것이 게임산업진흥원과 문화콘텐츠 진흥원 등이다. 게임기업과 문화 벤처는 신명나게 그 놀이마당에서 뛰어 놀았다. 게임수출과 K 팝 등 한류의 발흥 시기는 바로 이 때였다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을 비롯한 문화콘텐츠의 사업 향배는 대부분 그 회사의 실질적인 사주가 지배하고 결정한다. 또 그런 기업들이 사업에 실패하지 않고 성공을 거둔다. 그 까닭은 엔터테인먼트 사업 성격상 리스크가 매우 크고, 될성 싶다 싶으면 머뭇 거리지 않고 속도전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전문 경영인이 범접 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런 측면에서  사주가 이선으로 물러나 있는 기업들은 대부분 허덕 거리는데 반해 그렇지 않는 엔씨소프트나 넷마블 등은 승승장구 하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나라 살림도 엇비슷하다. 대통령이 다 할 수 없고, 그렇다고 장관이 도맡아 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전문 관료들이 있는 게 아닌가. 그렇다 손 치더라도 게임, 벤처기업들이 잔디를 이루고 있는 문화콘텐츠 분야의 컨트롤 타워는 나라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이 맡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도 장관 역량에 대해 의심을 품거나, 그 나름의 추진력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각 부처가 대통령의 몫까지 철저히 맡아 하겠다면 적어도 대통령의 의중을 살피는 진성의 해바라기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해바라기는 햇빛을 위해 움직이는 게 아니라,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다. 그 것이 달을 위한 것이었다면 아마도 그 꽃 이름은 달맞이 꽃이 되지 않았을까.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은 실의에 빠진 이탈리아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 만져주고, 그들에게 미래의 꿈을 심어줄  수 있는 신 리얼리즘 작품을 완성했다. 모두 다 햇빛을 내다 본 '해바라기'의 덕이다.

산업인들에게 좌절과 고통의 허물을 던져 버리고 새 꿈의 희망을 안겨주기 위해서는 정책 입안자들부터 철저하게 해바라기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란 점이다. 그런 노력의 첫 번 째 길은 부처간 협업의 모습이며, 대통령에 버금가는 무거운 책임감이라 할 수 있다.  정부의 생태계의 복원을 위한 새로운 게임 로드맵은 그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만 게임과 벤처기업들이 움직이고 춤을 추며, 그래야만 신 조류의 게임도,  벤처의 트렌드도 완성할 수 있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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