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양극화 갈수록 확대…경쟁력 갖추려면 장기지원 필요

‘리니지 레볼루션’이 출시 이후 첫 달 매출 2000억원을 넘는 실적을 올렸고 그를 기반으로 넷마블게임즈가 지난달 시가총액 13조 7260억 규모로 상장하였다. 대한민국 모바일 게임 시장이 이렇게 성장했구나 실감할 수 있었으며 게임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 기대되었다.

전세계 게임산업 규모 중 4위권이라는 것에 걸맞게 질적인 성장은 물론 양적인 성장도 동시에 이룬 게임강국이라는 자부심을 다시 한 번 가질 수 있는 사건이었다.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지만 한편으로 아쉬움을 금치 못한 것도 사실이었다.

바람직한 시장생태계 조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성장이라는 것이 시장에 분포된 다양한 형태의 개발사들이 서로 상생하며 동반성장을 이뤄야만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게임시장은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 바람직한 시장생태계 조성에는 실패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소위 ‘빅3’로 알려진 대형 개발사들의 양적 성장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게임시장을 선도하는 것은 분명 반길 만한 소식임에 틀림 없지만 반대로 실력 있고 색깔 있는 중소게임업체들의 설 자리가 점점 사라지는 것은 우려할 만한 사실임에 틀림 없다.

필자는 지난달 3년간 개발한 캐주얼 모바일 게임을 오픈 마켓에 출시했다. 3년간의 개발기간을 거치며 두 번의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으나 첫 번째는 계약한 퍼블리싱 회사가 사업을 중단하며 자연스럽게 계약이 파기되었으며 두 번째는 출시 한 달 전에 퍼블리싱 회사의 사업전략 변경으로 인해 계약을 해지하였다.

개발인원 7명이라는 소규모 스튜디오에 대형 퍼블리셔와의 계약이 파기된다는 것은 마케팅 비용을 지불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케팅에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 없다는 것은 시장에서 노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사용자들이 해당 개발사의 게임에 대해 어떤 정보도 접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하루 다운로드 10건도 어렵다는 것을 말한다.

다행스럽게 구글 인디페스티벌에서 톱3에 랭크 되면서 ‘피처드’를 받아 구글플레이 상단에 노출될 수 있어 하루 다운로드 1000건 정도를 기록할 수 있었지만 이 또한 공식적인 피처드 기간인 일주일이 지나면서 급격히 감소했다.

수 많은 중소 게임사들이 모두 피처드 과정을 거쳐 기본적인 다운로드를 기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 유저들에게 노출하지 않으면 매출을 올릴 수 없으며 이는 곧 바로 소형개발사의 파산으로 연결된다. 소 규모 자본으로 시작하여 빠듯한 살림운영을 통해 운 좋게 한 두 개 게임을 출시한다 하더라도 차기작을 개발할 수 있는 규모의 매출을 올린다는 것은 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중소개발사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게임콘텐츠의 다양성이 사라진다는 것과 같다. 다양성이 사라진 게임시장은 창의적인 창작문화가 점점 위축된다는 것은 물론이고 시장의 글로벌 경쟁력을 잃어간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대한민국 게임시장에 악재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게임산업을 중흥시키기 위해서는 중소게임개발사를 살려야 한다. 다양한 콘텐츠로 무장한 중소개발사들이 폭넓게 포진해야만 내수시장이 좀 더 단단해지고 짜임새 있게 생태계를 갖출 수 있다.

글로벌 경쟁력의 원동력이 탄탄한 내수시장에서 나오는 것이다. 시장을 선도하는 리더그룹의 기업들은 실력 있는 중소개발사를 발굴하는 것에 단순히 시장논리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시장생태계를 책임진다는 바른 기업문화의 논리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넷마블이 IPO를 거쳐 확보한 거대자본을 바탕으로 몸집불리기보다는 다양한 라인업을 갖출 수 있는 가능성 있는 소규모 개발사들을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중소게임개발사를 살리는 것이 기업들만의 책임은 절대 아니다. 기업은 시장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당연하다. 때문에 정부의 올바른 정책구현이 실질적인 해법이 될 것이다. 지난 정권이 펼친 청년창업 및 스타트업 육성 정책을 통해 소규모 자본을 지원하는 것이 중소게임개발사를 살리는 해법은 아니었다.

오히려 장기적인 지원체계의 부재로 창업 이후 1년 내외에 파산한 기업이 부지기수이며 수 많은 청년 신용불량자를 만들어 냈다. 실적위주의 육성책은 부작용만을 낳는다. 창업 이후 개발사들이 안정적으로 개발에 집중하며 살아남을 수 있도록 장기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규모 개발사들이 안고 있는 실질적인 애로 사항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정책들이 너무도 절실하다. 개발에 집중할 수 있어야 경쟁력 있는 게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의 구축 그리고 창작문화의 확산이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의 근간이 될 것이다.

온라인게임 강국이라는 타이틀을 지난 두 정부의 규제를 통해 너무도 쉽게 잃어버렸다. 모바일게임 산업으로 시장이 변화하면서 또 한번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었으나 이 또한 점점 요원해지고 있다. 사상누각이 아닌 튼튼한 기초가 필요하다. 기업과 정부 모두 중소게임개발사 살리기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야 한다.

[최삼하 서강대 게임교육원 교수 funmaker@sogang.ac.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