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거듭하며 행정부 수장자리 올라…현실 바탕의 치열한 웅변 기대

70~80년대의 문단은 순수문학과 참여문학으로 갈려 치열한 노선 경쟁을 펼쳤다. 매일 아침 깃드는 햇살은 눈이 부시도록 창을 두드렸지만, 정치, 문화, 사회적으로는 암울하기 그지없던 시절이었다.

그 목마름의 갈증을 촉촉이 적셔준 것은 다름 아닌 시였다. 당시엔, 탐미적인 작품 보다는 리얼리즘을 바탕으로 한 시가 더 눈에 들어 왔다. 특히 정 호승, 김 명수로 대표되는 반 시 동인들의 시는 마치 어둔 골방에서 발견한 생명의 빛과 같았다. ‘서울의 예수’ ‘하급반 교과서’는 그 때문인지 자주 읊조렸다.

도 종환의 시를 처음 접한 것은 그 무렵이었다. ‘고두미 마을에서’라는 작품을 통해서 였다. 하지만 당시 한쪽으로 쏠려 있는 눈과 찢어진 가슴만 가지고 있던 필자의 감성에는 그다지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단지 서정성이 돋보이는 작가 정도로만 기억됐을 뿐이다. 그리곤 이내 잊혀졌다.

그런 그가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다시 등장한 것은 1987년께의 일이었다. ‘접시꽃 당신’이란 시집이 서점가를 강타하면서 도 종환은 일약 스타 시인이 됐다. 신문과 방송에선 연일 그의 시가 소개됐다. 그런 그를 지켜보면서 예전 그의 시를 더듬어 보며 사랑 타령의 글이나 쓸 것이란 나의 앞 선 생각이 하나도 어긋남이 없었다는 듯, 그를 평가 절하하며 깎아내렸다.

그 이후 그를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데스크로 눌러 앉으면서 도 종환이 전교조 간부로 활동한다는 소식을 간간히 듣게 됐다. 일각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정치를 한다는 말도 들려 왔다. 그리고 조금 지나니 비례 대표 의원에 이어 지역구 의원까지 꿰찼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다.

그런 그가 이번엔 민주정부의 첫 문화부 장관이 됐다. 시인이 정치를 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 참여 작가로 알려진 ‘레미제라블’의 빅토르 위고는 현실을 바탕으로 스토리를 꾸려가는 소설가이자 정치가란 점에서 도 종환과 차이가 있다. 더군다나 상하원에서만 정치 활동을 한 위고와는 달리 그는 정부에 입각한 각료가 된 것이다.

도 장관의 이런 이력 때문인지, 그의 정치력보다는 정책 수행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동안 새 정부가 들어서면 약방의 감초처럼 연예인 등 예술인들의 문화 장관 발탁이 있어 왔다. 국민의 정부 시절엔 소설가 김 한길 씨가 그랬고, 참여 정부 때는 연극배우 김 명곤씨와 이 창동 감독이 문화부의 컨트롤 타워 역을 맡기도 했다. 또 이 명박 정부 들어서서는 탤런트 유 인촌 씨가 장수 장관직을 수행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유일하게 박 근혜 정부 시절엔 연예인 출신 장관이 없었지만 안팎의 구설은 끊이지 않았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안타깝게도 이들 예술인 출신 장관들이 해당 부처에서 제대로 역량을 발휘 하지 못하는 데 고민이 있다. 특히 A 장관의 경우는 너무 권위적이어서 직원들이 아주 힘들었다고 할 만큼 평판이 좋지 않았다.

대한민국 문화산업계가 상당한 위기국면에 처해 있다. 순수 문화 쪽도 그렇지만 문화산업계의 침체 현상은 심각하다 할 지경이다. 더욱이 콘텐츠의 핵심코어 역할을 하는 게임은 시장 침체와 샌드위치 처지의 산업 위상으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게임은 태생적으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러나 그 같은 구조적인 문제점은 제도 개선을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과제들이다. 그럼에도 제도권의 부정적인 시선만 투영되고, 그들의 입장만 정책에 반영되고 있는 것은 매우 편파적인 정책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게임은 지식산업의 보고이기도 하다. 고학력의 청년 실업 대책엔 제격이라 할 수 있다. 또 공해가 없는 청정 산업이며, 고부가가치가 뛰어난 산업이다. 무엇보다 문화 할인율이 높아 세계 수출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지금 이같은 산업이 동맥 경화 때문도 아닌 정부의 잘못된 규제의 대못질로 인해 헉헉대며 비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산업의 컨트롤 타워는 해당 부처의 수장이다. 세세한 정책은 내놓을 순 없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산업을 주도하는 건 그 누구도 아닌 해당 부처를 맡고 있는 장관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정무 장관 출신들이 제 역할을 못한 사례가 적지 않다. 문화부 조직 내부에서 평가한 전직 장관들의 역량 평가를 보면 더 그렇다. 관료 출신 다음 정치인 그다음이 연예인을 비롯한 기타 출신 장관들이다.

도 장관 발탁에 대한 문화 산업계의 반응은 무덤덤한 편이다. 박 근혜 정부의 패착으로 화급을 다퉈 처리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고, 새롭게 밑그림을 그리고 완성해야 할 일 또한 수두룩한데 너무 평이한 인사를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일각에서의 평가는 더 냉정하다. 하필이면 이때, 왜 또 정무 출신 장관을 내려 보내느냐는 지적이다.

도 종환은 그러나 ‘접시꽃 당신’ 발표 이후 ‘지금 비록 너희 곁을 떠나지만’ ‘당신은 누구십니까’ ‘슬픔의 뿌리’ 등 현실에 기댄 리얼리즘 문제작들을 잇달아 발표, 그가 사랑 노래만 부르는 악사가 아님을 보여줬다. 필자를 비롯한 독자 입장에선 매우 극적 반전인 셈이다. 한 때, 그의 시라고 하면 외면하고 덮어뒀던 이유가 솔직히 그 즈음에서 눈이 녹듯 사라졌다.

도 장관이 역대 문화 장관 중 최고의 인물로 박 지원(국민의 당 의원)과 유 진룡, 이 창동 등 이 세 사람을 꼽았다 한다. 이 창동은 도 장관의 접대용 발언인 듯 하고, 유 진룡과 박 지원은 그의 말대로 최고의 장수라 칭할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파괴보다는 길 만들기에 더 신경을 썼고, 규제 보다는 자율의 길을 모색했으며, 무엇보다 부지런해서 업계의 민원이면 머뭇거리지 않고 어디든지 달려갔다는 사실이다.

도 장관에 대한 문화 산업계의 시선은 ‘접시꽃 당신’을 발표했던 그 시절 그에게 머물러 있다. 그런 측면에서 그에 대한 극적 반전을 기대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바람이다. 문화산업계는 지금 스타 시인의 노래보다 현실에 바탕을 둔 치열한 그의 웅변을 기대하고 있다. 현실을 직시한 그의 후반기 시의 시어들처럼 말이다. 그래야만 시인으로서, 그리고 정치인으로서 자신만의 입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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