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의 피해자 막기위한 초강수

업계의 암울한 현실반영 ... 영업정지. 과징금 처분 기준 등 손볼듯

지난달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유동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의원 11명은 심야 시간대 신분증을 위·변조한 청소년들의 PC방 출입을 사주한 뒤 고의적으로 신고하는 사례에 피해를 입는 업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같은 개정안 발의는 PC방 업계 실정이 그만큼 참담하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시각도 있다. 다른 매장의 영업을 방해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자행할 정도로 생존 경쟁의 끝자락에 놓인 업주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PC방 업주들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당연히 있어야 할 법안이 추진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우세한 편이다. 또 한편으론 이를 계기로 심야시간 PC방 입장 제한 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행법상 오후 10시 이후인 심야 시간은 청소년들이 PC방에 출입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청소년들이 신분증을 위·변조하거나 도용하는 등 나이를 속여 출입하는 경우가 늘었으며, PC방 관계자가 적극적으로 신분증 검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속에 적발돼 영업정지를 당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 억울한 피해자 속출

문제는 현행법이 이같은 악의적인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유동수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되면 PC방 업주가 적극적으로 청소년들이 출입 제한 시간을 위반하지 않도록 주의와 감독을 한 경우 영업정지나 과징금 등의 처분이 감경되거나 제외 받을 수 있는 보호 규정이 마련된다.

또 타인의 영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청소년의 PC방 야간 출입을 사주한 자에 대해서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PC방 업계는 유 의원의 발의안이 통과될 경우 PC방 업주들의 억울한 피해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기회에 모든 책임을 PC방 업주들에게만 떠넘기는 게임법 일부 조항은 개폐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한편으론 PC방 업계가 이같은 악용 사례가 늘어나게 된 배경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소년들의 PC방 출입 시간을 제한하는 것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20여년 전 창업 아이템으로 급부상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던 PC방 업계는 수년 전부터 극심한 침체기를 겪기 시작했고 업주들의 잇따른 폐업으로 전국 매장수가 전성기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지게 됐다.

이는 사회적 현상 및 소비 심리의 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한 것이지만 PC방에 대한 여려 규제 등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주요 콘텐츠로 이용되는 게임까지 부정적 선입견과 규제에 시달리고 있다.

김병수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장은 “PC방은 게임을 유통하기 가장 적합한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2만 여개에서 1만개 수준으로 급격히 위축됐다”며 “반면 중국의 경우 15만 8000여개로 급격히 늘었고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고 말했다.

# 시장 침체에 정부 규제도 한 몫

김 회장은 “PC방 업계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놔도 문화부 등의 주무부처가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거나 서로 상충되는 내용의 규제를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PC방 업계가 침체기를 거듭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거나 상권 경쟁에서 뒤처진 매장의 업주들의 어려움은 더욱 커져가게 됐다. 또 전면금연 시행에 직격탄을 맞은 이후 ‘윈도’ 라이선스 단속, 아르바이트 고용 시 성범죄 조회, 심야 시간 입장 제한 연령 기준 논란 등의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업주들은 매출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져가며 생존에 대한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주변 상권에 경쟁 매장이 많을 경우 가격 출혈 경쟁을 자행하는 등 점차 수렁에 빠지는 사례도 속출했다.

이에따라 신분증을 위·변조한 청소년을 심야시간에 입장하도록 사주한 뒤 악의적 신고를 하는 것도 업계의 피폐한 실정을 대변하는 사례로 여겨지고 있다. 모든 사례가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같은 ‘셀프신고’는 이미 다른 업종에서도 경쟁 업체에 피해를 주기 위한 것으로 문제시 돼 왔기 때문이다.

PC방 업계는 이같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발의안에는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한편으론 단편적인 문제를 막는 것에 그치지 않고 침체된 업계 분위기를 뒤집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책을 내놓는 일이 시급하다 말하는 이도 적지 않다.

# PC방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큰 문제

PC방 업계는 앞서 지난해 흥행 돌풍을 불러일으킨 온라인게임 ‘오버워치’를 통해 불거진 게임물 이용등급 위반에 대한 신고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이는 게임법 개정에 따라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에 대해서만 책임 유무를 묻게 됐다.

게임물 이용등급 위반 신고 역시 이번 발의안과 비슷한 면을 찾아볼 수 있다. 고의적인 신고 사례가 유행처럼 번지며 급증하게 됐고 PC방 업주들만 과도하게 책임을 지게 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는 것이다.

업계는 이처럼 거듭 선량한 업주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뒤늦은 대처가 아닌 앞서 업계 목소리를 듣고 규제를 완화하거나 진흥책을 펼쳐야 하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재차 조명되고 있는 심야시간 청소년 입장 제한에 대한 문제다. 애초 청소년의 PC방 입장을 제한하는 일이 타당한 것인지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게 PC방 업계의 목소리다.

이는 PC방이 탈선의 온상과 같다는 부정적 선입견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같은 제도는 오히려 청소년들을 길거리로 내모는 처사일 수도 있다는 게 일부 PC방 업주들의 주장이다.

특히 주변 장소나 상황에 따라 PC방이 안전지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심야시간 게임 이용을 막기 위한 ‘셧다운제’와 같은 맥락으로 입장이 제한되는 것은 PC방 업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이에따라 당초 이같은 규제가 없었다면 악의적인 신고에 피해를 입는 업주들도 없었을 것이라 말하는 이도 적지 않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현행 규제의 급변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인 만큼 이번 발의안이 순조롭게 통과돼 업주들의 우려를 덜어내기를 바란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nennenew@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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