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 즐기며 돈잔치…산업 위한 문화 육성에 힘써야

게임 메이저로 불리우는 넷마블이 최근 코스피에 상장,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이 회사는 예상대로 상장하자마자 코스피의 대장주로 떠올랐고, 무려 13조에 달하는 시가총액을 기록하면서 게임계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사고 있다.

이 회사의 중심엔 방 준혁이란 게임계의 기린아가 있다. 그는 요즘 말로 표현하면 금 수저 출신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흙수저에 가깝다. 하지만 그는 어둔 구석이라고는 찾아 볼수 없을 만큼 매사에 긍정적이다. 타고난 일 벌레에다 한번 승부를 걸면 반드시 일을 치르고 마는 승부사 기질도 갖고 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분신과 같은 넷마블이란 기업을 상장하면서 약 3조원에 이르는 자산을 거머쥐게 됐다.

그에 대한 스토리를 좀 더 언급하면 엘리트층이 점유하고 있는 게임계에서는 거의 아웃사이더에 가까운 인물이 그다. 게임 메이저 CEO들의 출신 대학을 보면 하나같이 유명 대학 출신이다. 그러나 그는 중졸의 학력이 전부다. 물려받은 유산도 없는 홀홀 단신의 처지였다. 하지만 그는 주눅 든 일이 없었다. 오히려 더 당당했고, 학연과 학벌로 똘똘 뭉쳐있는 그들과 경쟁하면서 살아남았다.

기업을 상장한다는 것은 기업 경영 실체를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의 역량을 더 키워 나가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기업 상장이란 사적 이익 못지않게 공적 이익도 중시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장 기업이라고 한다면 종전과 다른 목표점을 향해 다시 출항하는 배와 같다.

기업은 수익을 목표로 뭉쳐진 집단이다. 그보다 더 큰 지고지선은 없다. 그러나 상장기업이라고 한다면 그에 대한 경영 원칙은 좀 더 성숙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을 상장하거나 공개할 필요가 없다. 게임 메이저군에 속하는 기업 집단 가운데 상장하지 않고 개인 소유로 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 경우라도 공적 기능이 완전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

세계무역기구(WTO)에서는 수출 기업에 대한 도덕성을 수치화 또는 계량화해 이를 무역관세에 반영하도록 하자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아직까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 및 프레임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늦어도 2020년까지는 이에 대한 국가간 협의를 시작하겠다는 게 WTO의 입장이다. 이같은 안이 현실화되면 선한 기업에 대해서는 낮은 무역 관세를 적용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는 높은 세율을 적용해 악덕기업 또는 자신들의 배만 불리는 기업들은 수출시장에서 설자리를 잃게 될 전망이다.

그렇다. 기업의 공적 기능은 이제 더 이상 교과서적인 선한 주문이 아니다. 기업을 영위하고, 상장하는 게 수익성 제고와 자금 확보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며, 또 특정 집단에 큰 혜택을 주자는 제도 역시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상당수 기업과 게임 기업들은 그렇지가 않다. 오로지 자신들의 밥그릇만 생각하며,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만을 좆고 있는 것이다.

2017년 현재, 국내 게임 상장기업은 코스피에 3개사, 코스닥에 25개사 등 총 28개사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 가운데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기업은 몇 개사를 제외하곤 거의 전무하다시피할 정도이고, 나름, 그 기능을 수행한다는 기업들도 겨우 흉내 낼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게임 문화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성장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고 있다.

기업을 상장하는 일은 그 기업만의 것이 아니다. 업계의 경사이고 산업계의 큰 잔치다. 또 그 기업이 비로소 산업계의 재산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게임 기업들은 그 것으로써 모든 게 끝이다. 자신들의 샴페인만 터뜨리고 마는 것이다. 몇몇 상장 기업들은 그 이후로 아예 게임계와 절연 하다시피하며 살기도 한다. 그러다가 공모가에 한참 못미쳐 상장 폐지 소문이 나오게 되면 슬그머니 게임계를 기웃거리기 시작한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즐기다 돈이 떨어지면 돌아오는 식이다.

업종에 대한 이미지라고 한다면 제도권의 평가다. 게임업종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아무래도 부정적인 게 사실이다. 중독과 사행, 폭력 등 태생적인 문제점으로 인한 것도 있지만, 게임 마케팅이란 이름으로 제도권의 정서를 마구 헤집어 놓기 때문이다.

마케팅은 기업 영업 활동 지원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툴이다. 하지만 마케팅은 기업의 로열티를 떨어뜨리고 왜곡 시킬 수 있는 요소를 상당히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마케팅 다음엔 이를 재건하기 위한 수순으로 기업들은 문화란 이름의 씨를 뿌려 허물어진 제도권의 정서를 복구하려 노력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게임계에서는 이같은 움직임이 없다. 그냥 도로를 누더기로 만들어 놓은 채 마치 슬그머니 빠져 나가는 식이다.

아주 못된 짓이다. 몇몇 게임 메이저를 제외하고는 다들 그 모양이다. 누더기로 변한 도로를 복구하는 건 게임 문화다. 그런데 마케팅 예산은 있지만 게임 문화 예산은 없다. 그러다 보니 게임 문화가 뿌리를 내릴 수가 없다. 척박하기 이를 때 없는 것이다. 게임계에 대한 제도권의 평가가 긍정적일 수가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게임 벤처, 스타트업들의 발육 환경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선순환 구조가 붕괴됨에 따라 이들을 인큐베이팅할 수 있는 여건이 사라진 탓이다. 이 모두가 일부 게임 상장기업들이 제 몫을 하지 않고, 자신들의 사적 이익만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은 공적 기능의 선순환 구조에 의해 성장해 놓고, 상장 후에는 이를 외면하는, 아주 부도덕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막말로 공모를 통해 얻어진 자금이 어디 자신들의 돈이라던가. 그 돈은 엄밀히 말하면 산업 자금이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돈이라고 착각 속에 사는 게 바로 그들이다.

방 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은 소외되고 보이지 않는 곳을 찾아 그간 꾸준히 게임 문화의 나무를 심어 왔다. 지금은 이선으로 물러나 있는 김 영만 전 한빛소프트 회장은 척박한 게임계를 위해 사재를 털기도 했고, 김 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은 프로 야구단 창단과 함께 게임 문화 진흥에 힘을 기울여 왔다.

김 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권 이형 엠게임 사장, 송 병준 게임빌 사장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하나같이 게임 문화를 소비하며 문화의 씨를 뿌려 왔다. 그런데 더 이상 이 같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임인 모두가 산업계의 밑가지가 되는 심정으로 변해야 한다. 특히 상장 기업이라면 더 더욱 그런 역할을 맡아줘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들(게임계)이 아무리 돈을 많이 벌면 뭐할 것이냐는 제도권의 질문이 끊임없이 따라 다닐 것이란 점이다.

무책임한 일부 게임 상장사들, 이들을 어찌할 것인가. 사회, 문화 기여 점수를 계량화해 함량미달 기업에 대해서는 시장 퇴출을 강제할 수 있는 법안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닌지. 정말 고민스럽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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