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시간 흘렀어도 부정적 인식 여전…언젠가 위상 달라질 것 희망

오는 11월이면 부산에서 또다시 ‘지스타’가 열리게 된다. 벌써 10년이 넘도록 열리고 있는 이 행사는 우리 게임산업의 영광과 좌절의 역사를 기록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처음 그 때를 돌이켜 보며 다가올 행사를 미리 마음속으로 준비해 본다.

지난 2007년 11월 8일, 늦가을 햇살아래 일산 킨텍스 앞마당에 서 있는 것은 서른 두 살의 필자였다. 킨텍스 주위 주차장에는 SCEK(현 SIEK)의 홍보차량과 기타 게임사들의 랩핑 차량들이 서 있었고, 사랑하는 아내가 택시에서 내려 내 앞에 서 있던 것이 기억난다.

당시 웹젠에서 근무하고 있던 필자 지스타에서 웹젠의 '썬 온라인' 담당으로 킨텍스에서 부스 관련 지원 및 게임쇼 준비를 하고 있었고, 아내는 당시 일산에서 밤을 새며 준비하고 있던 나와 생전 처음 보는 게임쇼를 보러 멀리 일산까지 지하철과 택시를 번갈아 타며 방문했었다.

그리고 당시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임원면접으로 급히 와 달라는 회사의 전화를 받고 내 얼굴만 보고서 면접을 위해 다시 차를 탔던 기억이 난다. 지금 이 장면이 내가 기억하는 지스타에서의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었다.

기억을 뒤로하고 부스 안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당시 부스 안에서는 엔씨, 웹젠, 넥슨과 같은 온라인 업체들이 부스를 꾸미고 있었다. 당시까지는 모바일 게임 보다는 거의 대부분이 온라인 게임 업체들이었으며, 차이나 조이에서 봄 직한 많은 부스에서 홍보 도우미들이 섹시한 의상과 다양한 게임의 코스튬 의상을 입고 있다. 그 소음은 여전하다.

다시 발걸음을 돌려 부스를 둘러본다. 한편이 텅 비어있다.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로 2007년에도 아케이드 게임 업체들이 대거 불참함에 따라 공간이 많이 비어 있었다. 지금의 게임 중독 사태와는 또 다른 얘기지만 이때 당시에는 사행성 게임기와 바다이야기 사태로 게임업계와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은 현재와 비슷한 느낌의 힘든 시간(?)을 보냈으리라 생각된다. 단적으로 필자의 부모님 역시 “‘바다 이야기’로 많이 떠들썩하던데, 너는 괜찮니?”라고 말하셨으니 그 심리적 부담감이야 오죽하랴.

그렇다고 그 분들을 원망하거나 탓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현재의 대한민국과 나를 있게 하신 분들이고 그 분들의 피와 노력으로 우리 세대는 다양한 기회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의 부모님을 비롯한 우리 부모님 세대는 게임이라고 한다면 오락실 게임 정도로 알고 계시고, 설날에 세뱃돈을 받으면 “오락실에서 다 쓰지 마라” 라고 하신 기억들이 많이 남아계시기에….

하지만 당시 지스타를 빌어 일부 신문과 방송에서 온라인게임 사업은 바다이야기와 같은 사행성 게임과 달리 국가의 신성장 동력으로 키워야 한다는 기사들이 슬슬 나오기 시작하며 그러한 우려들도 줄어들어 가던 때였던 것 같다.

그렇다면 2007년 당시의 정부와 뉴스의 내용들을 볼까. ‘게임산업은 온라인·모바일·콘솔 등 다양한 장르가 있고 연간 10% 이상의 고성장을 하는 산업으로 부가가치가 높고 고용 창출에 기여하는 하는 IT 산업의 신성장 동력산업이다.’ 부모님 세대는 잘 모르시지만 나는 국가의 대표 성장산업에 종사하고 있고,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수출 역군이라는 평가를 받은 셈이다.

이런 아스라한 느낌을 뒤로 하고 10년 뒤 올해의 나를 본다. 지금의 나는 모바일 게임 개발사 엠씨드를 운영하면서 6개월 뒤 열릴 지스타에 대한 여러 생각을 하고 있다. 게임쇼를 이유로 부산에 방문하거나, 또는 부산에 있는 지인들을 만나면 게임산업의 동향은 어떻게 변할지, 게임인으로서 어떠한 새로운 게임들이 나올지에 대해 절로 마음이 설렌다.

이렇게 글을 쓰며 10년 전의 나와 지스타를 돌아보니, 올해 열리 지스타에서 역시 많은 것들이 변하겠지만 또 한편으로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바로 게이머로서의 우리의 열정과 즐거움이며 산업인으로서 우리 모두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으로 4대 의무를 다 해가며 우리의 가족과 아이들을 위해 부끄럽지 않은 게임을 열심히 만들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어떻게 보면 게임산업에 종사하는 우리 모두는 산업의 발전과 함께 편견과 오해를 이겨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편견과 오해를 극복하는 과정은 쉽지도 않고 또한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손가락질을 받고 따가운 시선을 받는 것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희망을 버리고 싶지는 않다. 언젠가는 우리 게임인들도 지금의 영화인들 처럼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믿고 싶은 것이다.

[김상연 엠씨드 대표 ceo@mseedga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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