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해도 서두르지 말고 한 걸음씩…게임문화 안착 위한 노력이 우선

[모인의 게임의 법칙] 게임업계가 자율 규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를 보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자율화라 하는 게 맞다 할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제어하고, 억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경제 문제와 밀접할 경우엔 더 그렇다.

게임업계가 지금 어려운 처지에 빠져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선 플랫폼의 변화가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모바일 게임 수요가 급증하면서 온라인 게임 시장이 크게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모바일 게임이 대세인 듯 하지만 또 그렇지도 않다. 한편에선 여전히 온라인 게임이 기세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게임과 모바일 게임의 혼조세가 거듭되고 있다는 점은 업계에 곤욕스러운 일이 되고 있다. 한 쪽이 모범 답안이라고 한다면 다른 한쪽을 쉽게 포기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확신할 만큼의 그 것이 아니라는 데 고민이 있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시대가 변화하고 있고 트렌드 역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외신의 상단 자리를 차지한 기사 제목은 일본의 최대 기업 중 하나인 도시바의 몰락이었다. 무려 142년의 역사를 가진, 정보 통신의 상징적인 기업인 도시바가 일본 증시에서 퇴출 위기에 처해 있다는 소식이다. 도시바가 이처럼 벼랑 끝에 몰린 데 대해 현지 소식통들은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오로지 지름길만 찾는 식의 전시 경영으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최고 경영자(CEO)의 자리를 놓고 빚어진 끼리끼리 경영은 기업 퇴출 위기를 부른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고 이들은 지적하고 있다.

게임의 태생적인 문제점은 중독성과 폭력성 그리고 사행성이다. 그러나 이 세 가지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뛰어 넘을  수 있는 것이 제도권과의 긴밀한 대화다. 담을 헐어 내리거나 다시 쌓아 올리려면 이웃에게 이해를 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로인해 때 아니게 분쟁의 씨앗이 되곤 한다. 더욱이 완전히 새 집으로 단장하겠다고 하면 해당 관청으로부터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식이다. 따라서 절차와 과정 그리고 그 설득 과정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것이다.

최근 업계가 자율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한마다로 새 집을 짓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시대가 변하고 오래된 집이었으니까, 새 집을 설계하고 새 기둥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단언컨대, 아무리 그렇다 손 치더라도 그처럼 서두를 일인가 하는 의구심은 지울 수 없다.

게임업계의 자율화 명분은 게임 생태계를 복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자율 규제를 통해 내공을 쌓아 왔고, 제도권으로부터도 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왔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따라서 급전직하, 수요 감소현상을 빚고 있는 생태계의 위기 상황을 자율 규제를 통해 타개해 보겠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 길은 절대 아닌 길이라고 생각한다. 업계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그 움직임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언필칭, 업계의 자율은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가 먼저 전제돼야 한다. 게임에 대해 몇몇 관심이 있는 국회 선량들을 설득시키고, 그들의 이해를 구했다고 그렇게 될 일이었으면 벌써 그리 했어야 했다.

솔직히, 게임 수용 환경도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개발 환경이 바뀌었다고 해서 게임 유저들의 수용 환경과 게임을 대하는 태도가 크게 변화했다고 생각하면 그 건 착각이자 오산이다. 여전히 열악한 실정이다. 또 게임은 여전히 일부 계층엔 터부시되는 금기놀이일 뿐이다.

또 태생적 한계를 나름 극복할 수 있는 과제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게임 문화 안착이란 대칭적 줄기의 생성은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조짐조차 나타나지 않고 있다. 마케팅을 위해 쓰는 비용은 천정부지 수준이지만 게임 문화를 위해 쓰는 기업 예산이란 건 고작 홍보 직원의 임금 정도가 전부라고 한다면 게임업계의 문화 인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할 것이다. 문제는 게임 문화 안착에 대한 게임업계의 인식이 기업 규모의 크고 작음과 상관없이 대동소이하다는 점이다.  쓸데없이 왜 그런 곳에 돈을 써가며 비용 지출을 늘리느냐는 생각으로는 게임 문화의 뿌리를 내릴 수 없다.

급하고 바쁠수록 두드려 보고, 돌아가야 한다. 비교 대상으로 삼긴 그렇지만 게임업계의 자율규제 목소리가 잇따르면서 떠오른 건 지난 2006년 터져 나온 ‘바다이야기’ 사태였다. 이 사건을 불러온 결정적 원인은 제도 운용 미숙과 상품권 남발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상품권 발행 확대를 위한 명분도 없이 업계의 말 만 믿고 방치한 상품권의 대량 유통은 게임의 치부 가운데 하나인 사행성을 그대로 노출 하고 말았다. 업계가 생태계를 복원한다고 달려 들었다가 엉뚱한 길로 들어서면 어찌할 것인가. 그건 어둠의 지옥이다.

제도권의 눈높이를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게임 수용 환경 뿐 아니라 게임문화 안착을 위한 노력부터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그런 제반의 인프라를 갖추지 않고 자율 규제를 확대 시행하겠다는 건 위험한 도박이자 모험이다. 또다시 게임의 원죄를 불러들일 수는 없다.

그래도 정히, 게임 자율규제를 시행하겠다면 ‘스텝 바이 스텝’ 의 지혜를 발휘해 하나하나씩 매듭을 풀어가며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적어도 벼랑 끝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행보다. 그런 측면에서 도시바의 몰락 소식과 ‘바다 이야기 사태’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의 교훈을 안겨준다 할 것이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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