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 역사상 첫 연임 막중한 책임…내실 다지며 외연 넓혀야

지난 2004년에 출범한 한국게임산업협회가 벌써 열세살이라는 나이를 먹었다. 첫 협회장을 맡았던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당시 NHN 글로벌 대표) 이후 많은 사람들이 협회장 자리를 거쳐갔다. 그 중에는 일신상의 이유로 중도에 하차한 이도 있었고 게임산업과 관련 없는 정치인이 회장을 맡은 적도 있었다.

1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협회의 위상도 많이 달라졌다. 창립 당시에는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협회 결성을 주도했다. 그러나 지금은 회원사도 줄어들었고 모바일게임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형국으로 트렌드도 변했다.

또 남경필 경기도지사(당시 국회의원)이 2013년 협회장을 맡으면서 이름도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로 바뀌었다. 남 회장의 뒤를 이어 2015년 강신철 회장이 협회를 책임지게 됐다. 강 회장은 올해 두 번째로 회장직을 맡게 됐다. 게임산업협회 역사상 첫 연임 회장이 된 것이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협회의 이름을 예전으로 돌려놓은 것이다. 이름만 들어서는 무엇을 하는 협회인지 알 수 없었던 ‘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라는 간판을 떼어 버리고 다시 ‘게임산업협회’라는 명칭을 되찾아왔다.

그리고 그는 최근 연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앞으로 그가 주력할 협회의 주요사업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강 회장은 업계가 제도권 등에 대한 신뢰를 얻기 위해 자율 규제 활동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강 회장은 “취임 당시 기업 스스로 주체가 되는 자율 규제를 지향하겠다고 말해 왔는데, 이제 어느 정도 그 기틀을 마련한 것 같다”며 “이를 바탕으로 국내 게임계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한편 , 산업 발전에 앞장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인터넷기업협회, 온라인쇼핑협회, 핀테크산업협회 등과 함께 '디지털경제협의회'를 출범시킨다고 밝혔다. 단순히 게임산업에서 활동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 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지속적인 협회 활동을 통해 게임산업이 다시활기를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게임계의 목소리를 듣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에 전달하는 일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의욕적인 활동을 통해 협회가 강하게 거듭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협회는 갈수록 힘이 약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회원사도 줄고 있고 게임산업의 주류도 모바일게임으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 게임을 바라보는 사회와 정치권의 시선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이 때문에 다시 한 번 협회를 이끌게 된 강 회장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지금의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그가 해야 할 일은 시대의 변화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이끌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의 주도권이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넘어가고 있다면 협회가 더 문을 열어 모바일게임 업체들을 받아들이고 현재 활동 중인 모바일게임협회와 함께 행동하는 것이다. 또 학회와 PC방단체들과도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

외부 단체와 연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게임관련 단체들과의 연계가 더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대외적으로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다음으로는 정치권과 정부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협회의 역사가 10년이 넘었고 산업 규모도 커지고 있지만 게임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여전히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이렇게 된 것은 정치권이나 정부의 책임도 있겠지만 협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책임도 크다고 할 것이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했다. 이제는 협회가 먼저 나서서 내실을 다지고 외연을 넓혀나가야 한다. 미안한 일이고 결코 쉽지 않겠지만 강 회장이 짊어져야 할 무거운 짐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게임스 김병억 뉴스2 에디터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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