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경품한도 아직도 제자리

업계 "물가인상 등 현실 반영해야” … 사행 논란에 대해선 강력 반발

최근 인형을 뽑는 ‘크레인 게임’ 수요가 크게 늘어나며 ‘인형뽑기방’과 같은 전문 업장이 새로운 창업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현실과 동떨어진 낡은 것으로 시장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인형 등 게임을 통해 제공되는 경품에 대한 한도가 5000원에 불과하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현행 규제는 과거 10여 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사실상 제대로 된 사업을 영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형뽑기방 업계는 정부가 아케이드 게임의 경품 한도를 사행성의 잣대로만 판단, 산업 육성에는 미진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업계 권익을 위한 협회 설립을 추진하며 자생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다.

인형뽑기를 비롯한 크레인 게임은 아케이드 게임장이나 번화가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인형뽑기 전문 업장이 소자본 창업의 인기아이템으로 꼽히며 성행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을 비롯해 전연령층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새삼 각광받고 있다. 이는 비교적 이용금액이 적고 단시간에 게임의 재미를 주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인형뽑기 관련 게임기 및 전문매장은 이 같은 인기에 편승하며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관련 게임기기는 전국적으로 40여만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문 게임장 역시 약 4000여곳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인기의 과열 양상 우려도 적지 않다. 일부 과도한 이용이나 경품절도 등의 사건·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조명되고 있으며, 기기 개·변조를 통한 뽑기 확률 조작도 지적되고 있다.

# 10년 전 5000원이 지금도 유지

이처럼 인형뽑기 게임장이 인기업종으로 주목받으며 급증하고 있으나 정부의 규제가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게임산업 진흥법 시행령에 따른 5000원의 경품 제공 한도다. 이에따라 5000원이 넘는 상품을 경품으로 제공할 경우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경품 가격은 소비자 판매 가격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인형뽑기방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판매가격 5000원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낡은 규제라는 데 입을 모은다. 5000원 이내 경품은 도매가로도 공수하기 어려울 정도로 선택의 폭이 제한됐고 사실상 크기가 작고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것으로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업주들은 어쩔 수 없이 5000원 이상의 경품을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 사업장이 늘어나며 경찰 단속도 강해져 업주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는 것이다.

때문에 인형뽑기 업계는 사회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수준에 맞춰 경품 한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경품 한도를 명시한 관계 법령이 10여년이 넘은 구문 조항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경품 제공을 아케이드 게임의 사행성과 연결하며 규제 기조를 쉽게 바꾸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신종 업종에 대한 부양이나 지원 방안은 뒷전에 미뤄두고 규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정부는 경품 가격을 인상할 경우 인형뽑기 기계를 사용하는 유저들에게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앞서 아케이드 게임산업을 비롯해 게임계 전체에 큰 파장을 끼친 ‘바다이야기’ 사태와도 무관하지 않다.

특히 신종 게임장이 크게 늘어나며 불법 상품권 환전 등이 성행했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가 여전히 사행성에 대한 엄격한 잣대로 건전 게임의 육성을 외면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 '사행성 조장'은 지나친 우려

업계는 불법 개·변조 및 환전 등의 사행성을 규제하기 위한 성인용 게임기의 법제도를 인형뽑기 게임에 그대로 적용한다는 점도 문제 삼고 있다. 청소년 출입 제한 및 영업시간 규정, 경품고시 등 관련 기준을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주들은 이 가운데 경품 한도 제한의 증액이 가장 시급하다 말하고 있다. 물가 상승 등의 요인을 고려해 최소 1만원선으로 경품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형뽑기방 업계는 이처럼 위기에 놓인 만큼 난관을 헤쳐가기 위해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업계 대표자들이 모여 한국게임문화산업협회(가칭, KGCIA) 설립을 추진키로 했다.

협회는  인형뽑기방에 대한 경찰 조사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고 이에 강력히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법률 개정 등 장기적인 방안 마련 뿐 아니라 즉각적이고도 단기적인 대응 방안이 절실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협회 설립을 서둘러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경찰조사 대응에 필요한 매뉴얼을 만들기로 했으며, 필요에 따라서는 강력한 집단행동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회는 특히 정품 인형 사용을 원칙으로 하되, 시중 상품과는 철저히 다른 비매품을 공급하며 건전 게임문화의 기반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혹여 발생할 인형 환전 및 인형 매입 알선 등에 대해서는 협회 차원에서 강력한 징계를 통해 퇴출시켜 나간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협회는 또 올해 5대 과제로 ▲ 협회의 위상 정립 ▲ 전국숍(필드)조직 연대 ▲ 불법요소 절대 추방 ▲ 경품고시․ 영업시간 등 제도 개선 ▲ 협회 재정자립을 확립 등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 협회, 제도개선에 나서기로

그러나 협회가 아직 법인설립 인가를 받지 못하고 있어 향후 동향은 업계의 의견을 제대로 전달하며 권익을 보호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하루빨리 이같은 목소리를 반영해야 하지 않겠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 등 게임 주무부처를 비롯해 관련 기관이 이같은 문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게 하루이틀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에대해 정부는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현재 업계가 제기하고 있는 사안을 파악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재 인형뽑기 업계가 제기하는 경품 제공한도 상향 조정은 경품을 제공하는 일반 게임기기 모두에 해당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과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문제가 점차 심화되고 있는 추세인 만큼 보다 긴밀하게 시행령 개정 여부를 확정 짓겠다는 의지도 내비치고 있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nennenew@thegames.co.kr]

[인터뷰 – 남궁현 한국게임문화산업협회장]

“시장 진입 규제 너무 많아”

“최근 인형뽑기방이 붐을 이루고 있는 이유는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고, 인건비 및 관리비 절감이 가능 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궁현 한국게임문화산업협회장은 지난 21일 업계대표자 회의를 개최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협회는 인형뽑기 기기제조, 인형제조, 경품유통, 숍 운영주 등 크게 4개 직군이 참여하고 있으며 회원 수는 전국적으로 969개사에 달한다고 그는 소개했다. 

남궁 회장은 “현재 인형뽑기방 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사행성 성인용 게임기에 적용되는 법제도를 인형뽑기 기계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청소년 출입 제한 및 영업시간 규정, 경품고시 등은 바로 잡아야 할 것” 이라며 법령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인형 경품한도를 5000원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은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품한도를 늘려주면 사행성 우려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기본적으로 사행성이라 함은 노력에 비해 경품 등의 대가가 요행적, 반사회적일 경우에 문제가 되는 사회적 병폐를 말한다”며 “순수하게 인형을 경품으로 제공하는 우리 업계의 현실과는 맞지 않는 제한 규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찾아가 현 제도의 부당성을 설명하고 여론을 통해 정확한 현실을 알려 나갈 계획이다. 또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물관리위원회 등 관련 기관을 찾아가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남궁 회장은 필요하다면 단체 행동을 불사해서라도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남궁 회장은 이와 함께 인형뽑기 업계도 스스로 자정 노력을 통해 위법 행위 등이 나타나지 않도록 노력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자체 점검단도 운영할 계획이다. 또 작년에 2회에 걸쳐 사업주 교육을 실시했는데, 올해도 이같은 교육을 진행키로 하는 등 제도권의 정서에 어긋남이 없도록 해 나갈 계획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남궁 회장은 특히 저작권 보호 활동 등을 통한 업계의 자발적인 노력도 꾸준히 실천해 나가겠다는 다짐했다.

[더게임스 강인석 기자 kang1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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