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티브 정책에 업계 발목잡혀…시장 진입 규제 털어내야

시대의 프레임을 읽고 바라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냉정하고도 이성적인 눈으로 판단하지 않으면 그 행간을 제대로 헤아려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탄핵 정국을 야기하고, 끝내는 헌법재판소로부터 파면이란 굴욕적인 판결을 받아 쥔 박 근혜 전 대통령도 어찌보면 시대의 프레임을 바로 읽지 못해 권좌에서 쫒겨난 대표적인 정치인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선거의 여왕이라 불릴 만큼 자신의 승부수에서는 한번도 패배란 수모를 겪지 않았던 그였지만, 그는 시대의 프레임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자신이 알고 있는 60~70년대의 낡고 찌든 ‘통치술’을 보이다 결국 사단을 맞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의 시계(視界)는 닫혀 있지 않고 활짝 열려 있는 무대라는 것을 간과한 때문이다. 정보 통신 기술의 혁신으로 마음만 먹으면 그가 어제 밤 무슨 일을 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는 게 현실이다. 감추고 덮으려 해도 그럴 수가 없다. 컴퓨터에든, 휴대폰에든, 아니면 자주 들락거리는 포털에든 자신이 사용하고 검색한 그 기록은 그대로 남겨져 있다. 이같은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폐쇄된 사회가 아니라 공개되고 더 나아가 참여하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시대의 프레임은 정치 뿐 아니라 경제 및 기업 운용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그때 그때 살펴보지 못하면 도태되거나 밀려나고 만다. 국내 재벌가의 역사를 살펴보면  반세기 이상의 영화를 이끈 기업은 그렇게 많지 않다. 모두 유성처럼 반짝이다 사라져 버렸다. 대마 불패라고 했지만, 재벌급의 대기업들도 한순간 쓰러지고 망했다. 이들의 실패한 사례를 보면 하나같이 내일을 내다 보거나 자기 혁신을 꾀하는 프레임을 갖추기 보다는 과거에만 매달리고 집착했다.

나라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정부라면 무엇보다 백년대계를 바로 세워야 함은 물론이다. 국민의 삶의 질을 바로 살펴야 하고, 미래의 먹거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대의 프레임을 제대로 읽고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과거, 정부의 정책은 포지티브 정책이 주류를 이뤘고, 지금도 그 범주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뭘 하겠다고 하면 정부에서 열거해 놓은 것을 반드시 확인하고 해야 하는 식이다. 만의 하나, 열거해 놓은 것이 없으면 기업은 정부에서 그 범례를 만들어 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같은 일방적인 정책은 보수 정권이라고 칭한 정부나 진보라는 이름을 단 정부도 매 한가지의 모습이었다. 국민을 훈계하고 가르치려 든 것이다. 정부의 행정력은 일반 기업의 그것보다 훨씬 떨어져 있다는 게 정설이다. 말 그대로 전제적 행정이 통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 한가지 프레임만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가운데 포지티브 정책을 펴는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 OECD 가입국가 중 네거티브 정책을 수반하지 않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네거티브 정책은 일단 명쾌하다는 점에서 청렴 국가로 가는 지름길로 불린다. 이를테면 무엇을, 어떻게 하지 말라고 한 정부의 시책 외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열거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눈치를 보거나 또는 뭐라 하지 않을까 하면서 숨 조릴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정부에서 하지 말란 것, 그 것만 하지 않으면 된다. 따라서 시장 진입과 퇴출 또한 용이하다.

게임산업이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밖으로는 수출길이 좁아지고 있으며, 안으로는 게임 생태계가 교란 속에 허우적대고 있다. 온라인게임은 수직 하강 추세이고, 잘 나간다는 모바일게임은 채산성 악화로 몸부림치고 있다. 아케이드 게임시장은 사실상 와해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일각에선 정부가 게임 진흥책 대신 규제책을 남발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또 일부에선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에서 제정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이 오히려 업계의 규제의 빌미가 되는 독이 됐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게임산업법’은 ‘바다이야기 사태’가 절정기 때인 2006년에 제정됐다. 이를 토대로 사행성 게임에 철퇴를 가하게 됐다. 또 법안 제정 역시 사행 게임에 초점을 맞춰 만들어졌다. 그렇다 보니 역설적이게도 산업 진흥법이 규제법이 돼 버렸다. 최근 또다시 논란을 빚고 있는 사행게임에 대해서도 아주 모호하게 정의해 놓고 있다.

중요한 것은 시대의 프레임이란 것이다. 막말로 사행게임이란 것에 대해 정부가 그렇게 노이로제에 걸려 예민해 할 필요가 있느냐는 점이다. 이젠 그 정도라면 민도에 맡겨둘 순 없느냐는 것이다. 웹보드 게임도 그렇다. 이를 오직 사행의 잣대로만 다루려 해선 곤란하다. 최근 잘 나간다는 인형 뽑기 게임기를 놓고 사행 운운하는 점에 대해서도 유감이다. 만의 하나 법을 위반했다면 그 것을 ‘게임산업법’으로만 다룰 필요가 있는가. 모든 법을 동원해서 뿌리를 뽑아야 할 것이다.

관건은 정부가 바라보고 있는 민도 라는 게 어느 정도의 수준에 맞춰져 있느냐는 점이다. 포지티브 정책을 고수해야 할 정도로 낮고 저급한 수준인가. 사행하면 나쁜 것이니까 무조건 하지 말라고 국민들을 향해 계몽하고 가르칠 것인가. 그 것이 아니라면 시장 진입 규제를 털어내는 네거티브 정책이란 길로 들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시대의 프레임이자 시대정신이다. 그런 걸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에 퇴출되고 던져진 것이다. 게임 시장에 봄은 다시 오는 가. 냉정하고도 이성적인 정책 입안자들의 눈을 보고 싶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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