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박하다'는 유교적 관념서 출발

60여년의 게임역사에도 잘못된 편견 여전 ... 중독 등 사회악의 주범으로 떠올라

게임이 우리의 생활 속에 자리잡기 시작한 것도 벌써 수십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기성세대로부터 여전히 천대받으며 천박한 놀이로 푸대접받고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게임을 영화나 음악과 같은 문화콘텐츠로 대우해 주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같은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게임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들지 못하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게임업계와 학계, 그리고 정치권에서는 오래전부터 게임을 문화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이를 법으로 정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러한 염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게임을 문화로 규정하는 작업은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 게임계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

국내 게임산업은 한쪽에서 ‘문화 산업의 꽃’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사람들을 망가뜨리는 ‘중독’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비난을 받아왔다. 다른 문화콘텐츠와 비교해도 이런 극명한 차이는 찾아보기 힘들다. 왜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됐을까. 그 원인을 먼저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처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시급하다.

게임에 대한 인식이 처음부터 이렇게 부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새로운 기술과 테크닉을 바탕으로 한 신기술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고, 컴퓨터와 함께 자녀들의 지능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학부모가 권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80년대 닌텐도의 NES를 시작으로 미국 게임기 시장에 출시된 다양한 가정용 게임기는 ‘홈 엔터테인먼트 컴퓨터’라는 이름으로 유통되는 경우도 많았다. 또 컴퓨터를 통해 즐기는 게임의 경우 별도의 경진대회까지 열렸다.

# 청소년 교육에 해롭다 경계

하지만 이런 초기의 인식은 게임이 청소년들에게 급속히 퍼져나가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여가 활동으로 게임이 자리 잡자 학부모를 중심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같은 부정적 이미지는 아케이드 게임장이 등장하면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청소년들이 많이 찾던 이곳은 ‘어두컴컴한 분위기에 불량 청소년들이 상주한다’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일부에 불과했던 이러한 분위기가 마치 전체가 그런 것처럼 잘못 인식돼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이같은 인식은 학교에서도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 학교 주변 PC방은 학생 선도를 위해 반드시 관리해야 하는 곳이 됐다. 또 게임 과몰입 현상이 ‘인터넷 중독’과 함께 청소년 문제의 대표적인 상담 사례가 되고 있다.

학부모들의 상담 내용 중 상당수가 게임과 관련돼 있다. ‘자녀가 공부를 안 하고 게임만 한다’ ‘게임을 너무 재미있게 해 벌써부터 걱정이다’ 등 학부모들의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여기에 언론을 통해 잘못 알려진 뉴스도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대시키고 있다. 마녀사냥식으로 근거 없이 게임을 나쁜 것으로 몰아온 것이다. 이로 인해 게임이 주는 긍정적인 영향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해왔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게임중독’을 문제 삼았지만 과학적으로 게임을 ‘중독’으로 규정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기성세대의 경우 미디어를 통한 한정적인 정보를 절대적으로 믿는 비율이 상당한 상황에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계속해서 노출됨에 따라 인식 개선 노력이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 과학적 근거 어디에도 없어

게임을 문화로 보지 않으려는 인식은 어디에서부터 비롯됐을까. 그 배경을 따져보는 것은 문제해결을 위한 열쇠가 될 것이다.

먼저 학부모나 시민단체들이 게임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는 ‘사행성’과 ‘과몰입’ 등에 집중돼 있다. 게임 자체에 과몰입과 사행성 요소가 들어가 있어 이같은 인식이 비롯됐다고 할 수있다. 그러나 게임을 즐기는 모든 사람들이 과몰입에 빠지거나 사행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다. 가정환경이나 심리적인 문제로 인해 과몰입에 빠지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이같은 환경적인 요인을 모두 무시하고 모든 책임을 게임에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대한 책임을 교육기관이나 놀이문화에 전가시키는 경우가 많다”며 “이같은 인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다음 세대에까지 피해가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같은 부모들의 인식이 정치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치권이 유권자인 중‧장년층의 표를 의식해 게임을 규제하고 관리하는 데 앞장서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부정적 인식이 바뀌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은 업계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잘못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적극적인 대외활동에 나서야 한다. 정치권과 학부모 단체 등을 찾아다니며 대화하고 설득하고 함께 고민할 때 꼬였던 실타래가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 새로운 패러다임 읽기 절실

특히 게임을 산업적인 관점에서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게임이 가장 많은 수출을 달성한다고 해도 이것이 바로 인신전환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대중들의 의식 속에 ‘떳떳이 내세울 것이 없어서 매출 등 돈벌이에만 포커스를 맞춘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업계나 정치권에서 게임산업에 대한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가 ‘게임산업이 국내 문화 산업 수출 규모 중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K팝 등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의 3배 규모의 시장’이라는 산업적인 성과만 강조하는 것이다.

게임이 문화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학문적인 연구와 성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또 게임이 곧 우리 생활을 밝고 풍요롭게 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갖고 있는 게임에 대한 이미지는 경박스럽고 값싸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이를 심오하면서 가치가 있다는 이미지로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게임을 문화로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철학적인 기반과 인문학적 요소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러한 연구가 많지 않았다. 대신 산업적인 측면이 지나치게 강조돼 한쪽으로 치우치는 현상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불균형을 해소하고 권위 있는 연구와 우리 생활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 등이 집중적으로 조명된다면 게임을 보는 국민들이 인식과 패러다임도 달라질 것이다.

[더게임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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