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HMD 공급가 더 싸져야

기기 장만에만 수백만원 큰부담…즐길만한 타이틀 부족도 문제

지난해 가상현실(VR) 기술은 게임업계를 포함한 IT 업계 전체에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이에 따라 몇몇 업체가 관련기술을 활용한 작품 개발에 나섰으며, 관계부처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기 시작했다.

또한 다양한 VR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가 잇달아 공개됐고, 이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들이 속속 등장하며 유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감과는 달리 실제 시장에서 VR 기술은 아직 대중화 됐다고 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역시 VR 시장이 대중화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시장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VR산업협회 등이 밝힌 산업전망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내 VR 시장 규모는 1조 3735억 원에 달하고 2020년에는 5조 7271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글로벌 전체를 살펴보게 되면 2025년 시장 규모는 94조 4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과는 달리 지난해 VR 기술의 대중화는 이뤄지지 못했으며, 올해에도 VR 시장이 활성화될 것인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많다.

# PC기반 제품  가장 비싸

현재 VR 시장 대중화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무엇보다 VR HMD의 높은 가격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국내에 출시된 VR HMD인 ‘HTC 바이브’의 가격은 125만 원이며, 올해 상반기 중 출시예정인 ‘오큘러스 리프트’ 역시 비슷한 가격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런데 문제는 단순히 100만 원 이상의 VR 기기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연결하기 위한 고성능 컴퓨터도 필요해 실제 비용은 수백만 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보다 값싼 VR HMD도 존재한다. 구글 ‘카드보드’를 비롯해 몇 만원 내외로 구매할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 기반 VR HMD가 있으며, 플레이스테이션(PS) 4를 플랫폼으로 한 ‘PS VR'의 가격은 비교적 저렴한 50만 원 내외이다.

그러나 가장 가격이 저렴한 모바일 VR HMD의 경우 화질과 반응속도가 크게 떨어져 멀미와 어지럼증이 가장 심한 편이다. 게다가 전용 컨트롤러가 없고 조작도 불편하며 시청 위주의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그야말로 VR 맛보기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평가되며 유저들이 기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으로 ‘PS VR'의 경우에는 PC 플랫폼 기반 VR HMD보다 비교적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으나 PS4 기기가 필요하며, 화면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본격적인 VR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수백만원원의 비용이 필요한 PC 기반 VR HMD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로 인해 유저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개인이 아닌 사업체가 이를 구매하고 활용 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VR 방, 테마파크, VR 카페 등인데 이마저도 아직까지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그러나 모든 IT 기기의 경우 초기에는 비싸지만 기술 발달 및 대량 보급 등으로 가격이 낮아지게 되는 만큼 VR HMD 기기도 향후 자연스럽게 가격이 인하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올해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차세대 VR HMD 제품들은 전세대 기기보다 낮은 가격으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OSVR' '데이드림’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보다 저렴해진 VR HMD 기기들이 대중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킬러 타이틀 크게 부족

지난해 VR 시장이 각광받기 시작할 당시 일부에서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 이유는 VR 기기 가격 자체가 너무 높아 제품 보급조차 아직 이뤄지지 않았으며, 기술도 아직 과도기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3D TV를 사례로 들며 킬러 콘텐츠가 없을 경우 빛을 보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함께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게임 타이틀도 PC나 콘솔 등 타 플랫폼의 인기작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또 국내에서 VR 게임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업체들도 이른바 엔씨소프트나 넥슨 등 대형 업체들이 아니라, 중소 업체 및 인디 개발팀이 중심이라는 것도 VR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되고 있다.

그러나 올해 VR 기술을 활용한 게임들이 대거 선보일 예정이어서 이 같은 문제점도 불식 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와이제이엠게임즈는 상반기 중 8개의 VR 게임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또 그간 중소업체들이 개발 중이던 VR 작품들도 연내 공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해외에서 개발된 높은 수준의 VR 게임들도 유저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VR 기술을 활용한 게임의 증가와 함께 기기 가격이 인하된다면 VR기기 시장의 대중화가 한 발 앞당겨질 전망이다.

# VR 기술 표준화 서둘러야

다음으로 VR의 기술적 문제도 시장 활성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일부 유저들의 경우 VR 게임을 즐길 때 어지럼증과 멀미 등 신체적 거부반응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는 시선의 움직임과 화면이 따라오지 못하는 반응속도의 문제인데, 하드웨어의 성능이 떨어지거나, 화면의 크기 및 선명도 또는 부동시 등 시력 문제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심한 신체적 거부 반응이 VR 기기를 멀리하는 주된 이유가 될 수 있는 만큼, 기술 개선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VR 기기의 경우 여타 플랫폼과 달리 시야가 차단된 상태에서 활발히 움직이게 된다. 그러나 이때 플랫폼과 VR HMD를 연결하는 케이블의 존재가 사용 유저에게 불편함을 주기 쉽다. 더욱이 이를 통해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케이블의 무선화와 이에 따른 무선 통신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VR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다양한 VR 구동 기술이 난립하고 있다. 이 같은 구동기술의 차이점은 다른 기기와 호환이 불가능 하게 하고, 콘텐츠 개발에 있어서도 어려움을 겪게 한다.

이 같은 현상이 장기화 될 경우 콘텐츠 개발 환경이 제한되고, 이에 따른 콘텐츠 감소 및 유저 관심이 하락될 수 있는 만큼 상호 호환이 가능한 VR 공동 표준 기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VR업체들의 자체적인 노력 외에도 정부 등 관계부처의 VR 관련 규제완화 및 지원책 등이 뒷받침 돼야 비로소 본격적인 VR 시장 대중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더게임스 강인석 기자 kang1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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